‘이대남’ 마음 얻어야 내년 총선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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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망 담은 책 각각 펴낸 안일원·엄경영 대담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왼쪽)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이 6월 19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왼쪽)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이 6월 19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노무현 정부 때 행정관을 한 안 대표님과 MB 정부 때 행정관을 한 제가 이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판세가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보는 건 민주당에는 상당히 쇼킹한 사실일 겁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최근 내년 총선 전망을 담은 여론조사·정치평론가의 책이 각각 출간됐다. 엄 소장이 낸 <MZ세대 한국생각>과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가 낸 <한방에 끝내는 당선지침서>다. 엄 소장이 낸 책에는 ‘데이터로 본 세대전쟁·젠더선거’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안 대표가 낸 책에는 ‘국내 최초 데이터 중심 제20대 대선 심층분석 실전 기록과 데이터 중심 2024 총선 실전지침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두 책 모두 ‘데이터’를 강조한다.

책 내용을 보니 신통하다. 각각 다른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결론이 유사해서다. 내년 총선의 결정자는 2030 청년세대가 될 것이며 2050 선거연합을 깨고 ‘정치독립’을 선언한 이들 세대, 구체적으로는 2021년 재보궐선거 때부터 표심에서 드러난 ‘이대남’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승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이들은 여러 데이터에 근거해볼 때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율이 높은 것이 현재의 야당, 민주당 측에 내년 총선 결과를 낙관하는 ‘착시’를 불러일으켜 오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담은 지난 6월 19일 경향신문사에서 진행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지난 주말(6월 17일) 엄경영 소장님이 언론인터뷰에서 ‘지금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70석을 얻을 수도 있다’고 밝힌 대목을 놓고 포털댓글에서 갑론을박이 치열했습니다. 주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의 비판인데, 이들은 여론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를 보면 거꾸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반대의 전망인데요, 근거는 무엇입니까.

엄경영(이하 엄) “일단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대체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평가인 건 맞습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찬반으로 봐도 무방해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2018년 지방선거입니다. 이때 남·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70% 안팎까지 올라갔어요. 이때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하게 역대급 승리를 거뒀죠. 2020년 총선도 직전 대통령 지지율이 갤럽기준으로 49%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때 지역구 득표율 총합계가 49% 대 41%(당시 미래통합당)이었어요. 8%포인트 격차인데 그게 180석이라는 수치로 나온 거죠. 그때 제가 용케 맞혔는데….

-당시 한국일보는 ‘엄문어’(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이영표 해설위원이 신들린 듯 승부를 정확히 예측해 ‘문어 영표’라는 별명을 얻은 것에 빗댄 별칭. “누구도 예상 못 한 결과? ‘엄문어’는 180석 알고 있었다” 2020. 4. 18일자 기사 참조)라고 평가했어요.

엄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과거 공식대로라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45% 이상일 때는 국민의힘이 유리하고 45% 아래로 떨어지면 민주당이 유리해야 하는 겁니다. 왜냐면 갤럽이나 전화면접 여론조사 기준을 볼 때 ‘잘 모르겠다’라든가 무응답이 한 10% 정도 되니까요. 그게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에서 디커플링이 나옵니다. 특히 유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이 2030세대 지지율, 그중 남자지지율인데 윤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자지지율은 30%밖에 안 돼요. 반면 부정은 51%입니다. 30대도 지지율은 32%, 부정률은 62%인데 정당지지율을 보면 20대 남자가 국민의힘이 34% 민주당이 19%, 30대 남자가 국민의힘이 38%, 민주당이 27%입니다. 그 외 40대부터 50대, 60대, 70대 이상은 그 추세가 똑같습니다. 2030 남성이 유권자로 따지면 대략 한 15.5%여서 약 700만명 가까이 되는데 2030 남성이 정당 지지율대로 투표하게 되면 민주당으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입니다. 만약 대통령 지지율과 같은 흐름을 보여주면 2030 남성에서 민주당이 선전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국민의힘은 170석, 민주당은 과반이라는 목표가 2030 남성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찍었다가 앞으로 1년 후에 갑자기 2030이 민주당을 찍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일원(이하 안) “대체로 동의하고요. 지금 전체 2030이 대략 1400만명입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남성과 여성이 각각 절반인데 젠더 구도가 굉장히 극심해져 있습니다. 게다가 세대구도가 4050 대 6070 구도로 재편됐습니다. 모든 선거의 운명을 2030이 가를 수밖에 없는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2030 청년 남성들은 이미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완전히 적대세력화 돼버렸잖아요. 이들을 설득하고 다독여 민주당이 다시 견인할 여지가 전혀 안 보이거든요. 반면 제가 주의 깊게 보는 것은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직할체제로 개편이 끝났지만, 내부를 보면 유승민도 있고 이준석·천아용인 등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젊은 정치가들이 상당히 맹활약하고 있어요. 민주당은 청년층을 대변할 만한 정치인이 거의 전무합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나 선배세대에게 쓴소리를 하는 청년들은 기가 죽은 채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데이터를 종합한 추세를 보면 야권이 1.3~1.5%포인트 정도 우세합니다. 민주당 야권이 통상적인 리더십이 구축된 상태라면 여권이 굉장히 어려운 선거를 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2012년 4월 총선 직전 한국갤럽의 3월 통합 국정 지지도를 보면 이명박 당시 대통령 긍정률은 27%였습니다. 실제 결과는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이 지역구에서 43%를 차지하죠. 그리고 153석을 얻어 단독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선거에서 드러나는 표심이 꼭 일치하진 않는다는 말씀이군요.

안 “네. 2016년 총선에서도 1석으로 원내 1당이 갈렸지만, 직전 저희가 한 마지막 공표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긍정률은 33%대였습니다. 그런데 지역구에서는 약 38%를 얻어 5% 정도를 여당이 더 얻었습니다. 2016년 총선을 복기해보면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이 정말 코미디였잖아요.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판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안전희구 심리 같은 게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보수정당 현직대통령이 집권하면 전국단위 선거 직전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대통령 긍정률에 더해 5%포인트 정도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거죠. 내일이 만약 선거일이라면 지금 윤 대통령 긍정률이 39% 정도 나오니까 플러스 5를 하면 벌써 44가 됩니다. 여기에 기타 고령화 변수, 투표율 변수, 세대·젠더 구도를 더하면 내일 선거를 해도 민주당이 이길 수는 없는 구도죠. 다만 이제 거의 투표율이 상수가 돼 있잖아요. 그러니까 4050 대 6070 투표율 갭을 민주당이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중요하겠죠. 지난해 지방선거처럼 격차가 벌어진다면 민주당으로서는 해볼 도리가 없는 선거가 될 겁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리서치뷰도 5월에 홍역 아닌 홍역을 치렀습니다. 2011년부터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차례 1위가 나왔다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대표가 자기 돈 들여 자체조사를 반복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여론조사가 특정 여론몰이를 위해 이뤄지고 있다’며 조사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당시 따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지만 ‘대통령 호감도는 범진보 득표율 예상치의 강력한 선행지표’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번에 내신 책을 보니 2011년부터 조사해온 것이더군요. 그런데 보면서 궁금한 것이 2018년부터 2022년 5월까지는 박정희가 호감도 1위였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박정희가 1917년생이니 2017년이 탄생 100주년이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았다면 위상이 달랐을 텐데 ‘박근혜가 진짜 불효를 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어쨌든 박정희가 1위를 차지한 것이 그후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란 말이에요. 그때 박정희가 1위가 나왔다는 건 좀 뜻밖이었습니다.

안 “2013년 5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이 조사에서 포함됐습니다. 집권 직후에 37%로 딱 한 번 1위를 기록했고, 그 이후로 쭉 빠져 지금은 2~3%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녀지간이다 보니 서로 풍선효과가 있는 거죠. 그래서 그때 박정희 대통령은 9%로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박정희 지지층이 대거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감이 쏠렸다가 다시 원상회복되면서 말씀하신 대로 문재인 집권기에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이 7회인가 8회 동안 연속 1위를 했어요. 이건 노무현 문재인으로 또 그쪽 진보파가 분산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2022년 말은 노무현과 박정희가 정말 오차범위 내에서 1~2% 차이로 접전을 펼쳤습니다. 2011년 5월부터 40번째 조사해 데이터가 누적되다 보니 전국단위 선거 직전의 호감도와 전국단위의 정파별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호감도의 합은 범진보 득표율 합에 거의 일치하는 현상이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반면 범보수 대통령 합보다 범보수 진영의 득표율은 대략 4~5%포인트 높게 나옵니다. 호감도 조사의 무당층이나 무응답층, 아니면 이런 안정희구 심리가 마지막 표심에 영향을 미치면서 보수 쪽에 실제 데이터보다 플러스알파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엄 소장님의 내년 총선 국민의힘 170석 예측은 책에는 없는데요.

엄 “네. 책에 넣기 좀 그렇죠. 제가 주목했던 것은 투표율에 따른 투표자 비중입니다. 투표율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젊은 세대 투표율이 굉장히 상승했는데, 문제는 2021년 4·7 재보궐부터 투표율이 급전직하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2030세대에서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의 경우 2030세대 투표율이 20%대에 머물렀어요. 보통 진보유권자나 2030 유권자가 진보 쪽 정당이나 대통령 후보를 심판할 때 투표를 안 합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30~33%였습니다. 그런데 투표자 비중은 10%포인트 올라갑니다. 40대와 50대를 민주당 지지기반으로 봐야 하고, 특히 40대를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 볼 수 있는데 문제는 40대 투표율이 조금 하락추세에요. 지난 대선 때도 70% 초중반이었는데, 사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진 것은 40대 투표율 때문이다, 저는 이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거든요. 40대 투표율이 떨어지면 유권자 구성비는 18.5%인데 투표자 구성비는 16%까지 떨어집니다. 지난 대선에서 2030중 20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확히 반반이 되는데 이것은 젠더이슈 때문이고, 30대는 다소 민주당이 우위였습니다. 이것도 대략 한 5%포인트 되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민주당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당층을 봐야 합니다. 무당층과 지지 후보를 물었을 때 대답을 유보하는 유보층은 달라요. 무당층은 원래 정치 무관심층이 많습니다. 무당층은 과거에는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선거 때가 되면 가서 투표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의 무당층은 비판적 지지성향을 가지고 있었죠. 참여형이었다 이겁니다. 그런데 2021년 5·7 재보궐부터 달라집니다. 이때부터 무당층이 정치 무관심층으로 바뀌어버려요. 지금 정치평론가나 여론조사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중도무당층을 잡아라, 매번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대부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국갤럽 이념성향 조사에 따르면 진보가 대략 한 25%, 보수가 30%, 나머지가 성향유보 또는 중도로 볼 수 있는데 사실 여기서 대체로 승부가 나요. 과거 2017년에서 2020년에는 진보가 더 많았어요. 무작정 무당층과 중도가 승부를 가른다, 이게 꼭 맞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스윙보터가 없어요. 스윙보터의 비중이 굉장히 줄어든 그런 이상한 정치지형이 계속되고 있다고 봅니다.”

-안 대표님 책을 보면 2030세대가 정치참여를 안 한다고 하는데 실제 정치 참여하지 않은 것은 과거의 2030세대, 그러니까 현재의 40대, 30대 이야기였고, 현재의 2030은 굉장히 투표참여율이 높다는 데이터 분석이 나옵니다. 그런데 방금 엄 소장님이 투표율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윤석열을 택했던 사람들, 이른바 ‘이찍이’라는 멸칭으로 반대쪽에서 불렀던 사람들의 정치적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러니까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이들이 내년 총선 때 투표장에 안 나가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상당하지 않을까요.

안 “2010년대 들어 투표율을 끌어올린 주력세대가 MZ세대 2030세대인데, 2020년 총선 때 20대 투표율이 60%, 30대가 57.4%였습니다. 제 기억으로 1994년 총선 후 이십몇 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오히려 지금 4050이 2030일 때보다 투표율이 거의 한 8~9% 높거든요. 그 친구들이 대선 때 주춤하고 지방선거 때 대거 투표를 포기한 건 사실입니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20대가 36.2%, 30대 37.8%이었어요. 아까 엄 소장님이 말씀하신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점한 선거가 17대 총선과 21대 총선 두 차례였습니다. 이 선거의 전체투표율이 60%대입니다. 두 선거의 40대 투표율 역시 60%였는데, 최소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결 요건은 ‘투표율을 60%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냐’입니다. 지난 지방선거 투표율이 50.9%였는데, 한 10% 끌어올린다면 물론 전체세대 투표율은 대체적으로 상승하겠지만 4050의 투표율이 더 높아질 개연성이 커지거든요. 왜냐하면 지난 지방선거 때 4050 투표율이 굉장히 많이 하락했으니까요. 반면 국민의힘이 과반의석으로 승리했던 2008년, 2012년 총선을 보면 전체투표율이 50% 안팎이었습니다. 40대 투표율 역시 48%, 53% 정도밖에 안 됐고요. 그러니까 민주당의 핵심지지기반인 40대, 그리고 비교적 우세한 50대의 투표율이 과연 내년 총선에서 지난해 지방선거에 비해 대폭 상승할 수 있을 거냐, 그 동기부여를 민주당이 해줄 수 있을 거냐. 이게 관건일 텐데, 문제는 지금 그런 조짐이 안 보여요. 여론조사 지지율이나 국민의 전반적인 민심을 보면 지난해 지방선거처럼 투표를 대거 포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요. 국회에 대한 기대 역시 바닥인데, 이제 또 우리나라 사람이 굉장히 역동적이기 때문에 이 당 저 당 꼴보기 싫은데 어떤 제3지대가 만들어지고 그게 만약 어느 정도의 눈높이나 기대감을 충족한다면 대거 3지대로 쏠릴 개연성도 있습니다. 이것도 민주당엔 악재가 될 겁니다. 보수는 이미 획일적인 수직구조가 완성됐잖아요. 이준석도 나가지 않고 안에서 싸우겠다는 것이고. 금태섭·양향자 모두 민주당에서 이탈해 신당을 도모하고 있고, 또 정의당 그룹이나 몇몇 그룹에서 지금 모색 중인데, 이들이 신당을 추진한다면 진보층 분열 가능성이 높아요.”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지금 민주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TK나 강남 공천을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 뜻에 따라 검사공천을 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거기서 공천을 못 받은 현역 의원들이 과거 친박연대처럼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안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윤석열이 과거 이명박·박근혜와 같은 캐릭터라면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윤석열이거든요. 지금 검찰 출신 인사들이 용산을 포함해 정부 요직에 전면배치돼 있는 현재 권력이잖아요. 그리고 170석 거대 야당대표든 뭐든 칼자루를 막 눈감고 휘두르고 있는데 대구·경북이나 국민의힘 강세지역의 현역들이 컷오프나 탈락했다고 해서 감히 반발하는 것은 제가 볼 때 어려워요.”

엄 “제3당의 성공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2016년의 국민의당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대선주자. 소위 말하는 깃발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지지기반이 필요한데 세대와 지역이 있어야 합니다. 당시 호남과 2030이 있었죠. 그리고 정체성이 필요합니다. 정체성은 비전과 같은 거죠. 그때 논란이 많았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게 있었잖아요. 그런 기준에 비춰봤을 때 지금 신당은 그냥 숟가락만 든 정치인들만 설치고 있는 겁니다. 밥상이 차려지려면 누군가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어야 하는데 숟가락만 들고 지금 신당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조건에서는 되게 어렵고,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 신당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누굽니까.

엄 “이재명. 당에서 만약 ‘친명 쿠데타’가 일어나서 이재명이 나오면 됩니다. 왜냐면 이재명은 세 가지를 다 갖추고 있잖아요. 여당은 현재 그런 동력이 없고 나올 사람도 없습니다. 지난 정권 때 유승민 전 의원이 실패해봤기 때문에 ‘보수는 나가면 죽는다’는 등식이 확립돼 있어요. 보수는 공천에 떨어져도 반발은 찻잔 속의 폭풍으로 그칠 것입니다. 윤석열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다할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 안팎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검사 수십명이 내려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기껏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지금 나와서 활동하고 있는 검사 출신들이겠죠. 예를 들어 이복현 금감원장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같은 사람들인데, 10명도 채 안 돼요.”

안 “어쨌든 현재 권력을 쥐고 있으면 그런 공천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챙겨줄 수 있죠.”

엄 “카드도 많고.”

-그렇죠. 줄 수 있는 자리가 많으니까.

안 “여당은 구심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고, 야권은 지금 원심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봐야지요.”

-방금 신당을 만들어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게 이재명이라고 했는데 보통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낙연이 귀국하고 난 다음 이낙연과 관련한 신당 가능성이나 당내 정세균계 등 지금 수박으로 찍혀 있는 사람들이 쫓겨나 창당할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지난해 대선 전날인 3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청계광장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정세균 전 총리,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이낙연 전 총리, 송영길 당대표 등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해 대선 전날인 3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청계광장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정세균 전 총리,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이낙연 전 총리, 송영길 당대표 등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엄 “민주당도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당 사람 중에서 나가서 성공하려면 어쨌든 호남이 진보의 본산이니까 호남에서 일정지지가 나와야 하고, 또 지금 가장 진보적인 세대가 40대잖아요. 40대에 대한 대표성이 필요하고, 그리고 또 진보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재명 말고 그걸 갖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취재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민주당 의원들의 평균 정서는 당내 친명이 오히려 굉장히 소수고 왕따되는 분위기더라고요. 내놓고 비명계라고 언론 인터뷰하는 의원들 말고 자기 이야기 잘 안 꺼내는 의원들과 이야기해보면 그게 평균입니다. 그런데 이것하고 지지자들, 민주당 강성지지층의 정서는 굉장히 거리가 있거든요. 의원 입장에서도 굉장히 스트레스받겠지만, 속내 다 털어놓고 비보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부 때부터 두드러진, 전에 없던 현상인 것 같습니다.

엄 “그 점에 대해서는 안 대표님이 더 정통하실 텐데 저는 이제 개혁의 딸, 약칭 ‘개딸’이라는 이재명 강성지지층을 조금 이제 긍정적으로 재정의해보고 싶어요. 언론이나 보수 쪽에서는 ‘개딸’과 절연해야 산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개딸이 수십만명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개딸이 누구냐 하면 과거 2010년대 중반쯤 ‘손가락혁명군’(손가혁)이라고 이재명 지지그룹에서 시작된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당시 30대였어요. 그런데 지금 거의 10년 정도 세월이 흐른 거잖아요. 손가혁은 2018년 공식 해산했지만 개딸은 지금 민주당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40대 중심의 핵심지지층입니다. 그래서 숫자는 대략 한 500만명 정도로 보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40대가 전체 유권자의 18% 정도 되고 이중 반 정도라고 본다면 이게 거의 400만명 정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권리당원이 100만명 가까이 되는 것이고.”

안 “120만명 정도 되죠.”

엄 “저는 민주당 세력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개딸이 있고, 또 하나는 이낙연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지지층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친문그룹이 있다고 보는데 물론 이 세 단위가 막 칼로 무 자르듯 나뉘어 있는 건 아니죠. 때로는 겹쳐 있고 또 그게 그것이기도 하지만 이 세 세력 중에서 민주당을 핵심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이제 500만명 정도 되는 핵심지지층이다, 그게 이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탱하고 있다, 저는 그렇게 해석합니다.”

-보통 소수의 극성지지층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엄 “네. 태극기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수십만명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60대 이상 유권자가 1300만 정도 되는데 이중 반 정도, 그러니까 민주당 지지층 또는 투표를 안 하는 사람을 빼고 나면 한 700만명이 되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 선거는, 그러니까 700만명 대 500만명의 대결이고 60대와 40대의 대결입니다. 나머지는 비슷하거나 민주당이 조금 우세하거나 이렇게 구조적으로 돼 있어요. 문제는 과거에는 이제 50대나 2030세대가 스윙보터로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했는데 지금은 그게 젠더까지 얽혀 있다 보니 어느 때보다 유연성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쉽게 위기를 맞아도 균열을 할 수 없는 그런 구조가 됐는데요. 500만명이라는 강력한 지지그룹이 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안 “물론 500만명과 700만명이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출하거나 행동에 나서거나 이런 정도까지 액션을 취하지 않겠지만 정서적으로 그렇게 동화돼 있거나, 또는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재명 현상을 보면 딱 트럼프 현상이 중첩됩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를 거의 떼 놓은 당상인데, 지금 이재명 대표에 대한 팬덤현상도 굉장히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생각나는 것은 2019년 황교안 대표가 당대표가 되고 심재철 의원이 나경원에 이어 원내대표가 되면서 두 분이 그야말로 아스팔트 극우 전략을 구사했잖아요. 자기들이 승리하면 문재인이 탄핵당할 것이라고. 그리고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미래통합당이 41.5%를 지역구에서 득표했는데, 지금 이재명 중심의 민주당에서도 ‘개딸현상’이 황교안 당시 상황을 복사판처럼 정확히 뒤따라가고 있다고 봅니다.”

-데칼코마니처럼 진영만 바뀌어 되풀이된다는 분석이네요.

안 “지지층 내에서도 거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그룹이 있지만, 강성지지층의 목소리만 따라가다 보면 외연 확장은 물 건너가는 거죠. 굉장히 고립된 섬으로 남을 개연성이 큽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처한 조건이 불리하다는 건 데이터로 확인되는 객관적인 상황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실제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죠. 앞으로 어떤 변수가 또 새로 나타나게 될지 장담키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해했습니다. 두 분 오늘 대담 감사드립니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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