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돌아간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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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자강·국제공조 강조하며 ‘실질적 비핵화’ 겨냥

전문가 “윤 대통령이 직접 남북 정상회담 제안해야”

5월, 한반도가 거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지난 5월 10일 0시, 윤석열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제20대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5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로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앞두게 됐다. 이는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와 ‘과거로의 회귀’를 모두 포함한다. 이중 대북정책은 과거로의 회귀가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현상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취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다.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세 문장은 각각 전직 대통령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윤 대통령의 취임사 중 북한 관련 부분을 발췌해 이어붙였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왜 ‘과거로의 회귀’인지를 잘 보여준다.

보수 정부의 특징인 ‘현상관리’ 정책이 꼭 남북관계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최근 국방부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 비해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소폭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연평균 7.5회, 문재인 정부에서는 연평균 8.6회였다. 이는 대북정책에 ‘정답’이 없음을 방증한다. 다만 보수 정부 대통령 3인의 취임사는 15년여의 시간적 간극이 있음에도 모두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이라는 전제로 시작한다. 한국 정부가 바뀌어온 긴 시간 동안 북한도 멈춰 서 있지 않았다. 상대가 있는 관계에서 과거의 ‘최선’은 현재의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 비핵화는 현실적인가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은 ‘이례적’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과 7일 각각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두 번의 시험발사가 실패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SLBM 발사의 경우, 최고 고도 60km, 비행거리 약 600km로 지난해 10월 수중발사에 성공했던 SLBM 모델의 안정성을 시험한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에서 무기 시험은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수단이다. 사소한 성공이라도 대대적 홍보가 뒤따른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번 두 번의 시험발사에 침묵하고 있다.

북한의 행보를 놓고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센터장은 “두 번의 시험발사 모두 북한이 과시할 만한 수준임에도 침묵했다는 건 외부요인이 작동한 것”이라며 “중국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 분석에 따르면, 미중 전략경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경도될까봐 우려한다. 북한의 불필요한 긴장 조성으로 한미가 군사적으로 밀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수차례 요청했고, 러시아도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시민들이 지난 3월 25일 평양 지하철 전승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실린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북한 시민들이 지난 3월 25일 평양 지하철 전승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실린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류사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 있는 상황에서도 미사일을 쐈다”며 “중국 입장을 고려해 상황 관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무기 시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정상 국가들처럼 국방발전 계획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음을 강조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비판하는 한미에 북한은 ‘이중잣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험발사의 빈도, 고도화 단계를 올리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결렬 후부터 2021년까지 북한은 미사일을 총 21회 시험발사했다. 올해도 지금까지 14차례 시험발사하며 빈도를 올린 상태다. 무기 고도화 측면에서도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에서 SLBM, ICBM, 극초음속미사일 등으로 단계를 올리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발전전략 목표로 밝힌 내용이다. 만약 북한이 공개한 목표를 계속 추진한다면 이제 남은 건 ‘핵실험’이다.

침묵의 진의와는 별개로 국제정세의 변화 역시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다. 전 국립외교원 원장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관계가 악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가 무력화됐고, 미중 전략경쟁 관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바라보는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올라갔다”며 “북한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미국이 확실한 보장안을 내놓기 전에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 역시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일종의 보험을 든 셈”이라며 “향후 ICBM, 핵실험 등에 나서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기 전력 고도화 측면에서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대내적 의지, 대외적 환경 모두에서 북한은 전력 고도화의 호기를 만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ICBM 시험발사나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 센터장은 “5월 안에 핵실험 준비가 끝날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제재수단이 거의 없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마음 놓고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응은 합리적인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자강’과 ‘국제공조’를 강조한다. 정책의 지향점은 ‘비핵화’다. 자강의 구체적 방향은 ‘3축 체계 강화’에 있다. 이중에서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주목받는다. 이는 윤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추가배치’를 공약하며 관심대상이 됐다. 결과적으로 사드 추가배치는 사실상 후퇴했다. 인수위가 선정한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 내부에서도 안보 문제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사드 추가배치가 후순위로 밀리며 주목받는 것은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이다. 이는 북한의 ‘장사정포’를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의 조기구축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2026년까지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을 공약한 바 있다. 문제는 기술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4월 10일 공개한 ‘유도무기체계 발전방향(안)’에 따르면, 한국형 아이언돔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2029년까지 체계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전력화는 2035년쯤 마무리된다.

실용성 측면도 문제다. 박 교수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관련 연구를 보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애초에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인 KN-23의 경우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를 깨기 위해 만들었다.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을 하면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일부를 미국 체계와 연동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공조 측면에서 주목받는 것도 ‘한미 군사동맹 강화’다. 이는 한·미·일 협력 강화와 연결된다. 문제는 한·미·일 연합이 강해질수록 북·중·러 연대도 강화된다는 점이다. 당장 국제공조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제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요청으로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렸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연간 200만배럴, 25만배럴로 축소하는 제재안을 내놨지만 중러가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자강’과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겨냥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전략적 접근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에서 ‘개방’만 뺀 정도”라며 “15년 동안 북한의 핵이 완성을 넘어 확산 단계에 이른 상황에서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한국이 패싱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같은 우려를 밝혔다. 그는 “현재 국제질서가 북한에 대한 압박이 통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중국, 우크라이나 문제에 이어 북한으로까지 전선을 확장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대북정책 방향이 실질적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박 교수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발상의 전환’을 조언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압박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 사실상 ‘전략적 인내 혹은 방치’”라며 “차라리 윤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아무런 전제조건 없는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한국의 새 정부가 평화를 위해 대화를 제안했다는 명분을 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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