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독주, 그 페이스에 말려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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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후보자가 윤석열 당선인과) ‘40년지기’라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4월 1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일일브리핑에서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한 말이다. ‘40년지기’라는 친분관계 때문에 여러 의혹이 제기된 정 후보자에 대한 조치를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배 대변인은 덧붙였다. “정 후보자도 40년지기라는 표현이 상당히 민망하다고 언론에 말한 것으로 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21일 오후 ‘약속과 민생의 행보’ 일환으로 경남 창원시 마산어시장을 방문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21일 오후 ‘약속과 민생의 행보’ 일환으로 경남 창원시 마산어시장을 방문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윤 당선인의 ‘40년지기’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경북 선산 출신으로 대구 영신고, 경북대 의대와 대학원을 나온 정 후보자와 서울이 고향이고, 강원도 강릉이 외가인 윤 후보자가 교류할 지점은 없다. 1960년생으로 나이만 같을 뿐이다. 두 사람이 40년지기라는 ‘주장’이 최초로 나온 곳은 3월 10일, 그러니까 대선 다음날 나온 영남일보 보도다. 해당 기사를 보면 “윤 당선인은 1994년 검사 초임지가 대구였는데 그 이전 대학 시절부터 윤 당선인과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돼 있다.

‘윤석열 40년지기’, 어떻게 나왔나 기사를 작성한 민경석 영남일보 기자와 통화했다. “그때 듣기로는 친구의 친구 사이다. 당선인과 장관 후보자 사이에 서울대 법대를 다니는 친구가 있었고, 몇년 전에 작고한 것으로 들었다. 대학 시절부터 친해 대구에 놀러가면 같이 술자리를 했다 한다. 그 뒤 초임 검사로 와서도 많이 봤고…. 그때의 인연이 이어진 것이라고 들었다. (정 후보자가) 말을 아끼는 편이라 인터뷰하기가 어려웠다.”

정 후보자와 윤 당선인을 이어준 대학 동기는 누구일까.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 출마를 모색하던 시절 출간된 책 <별의 순간은 오는가>(천준 작가)에 답이 있다. 몇년 전 작고한 박진 변호사다.

인사청문 국면이 되면서 의혹이 쏟아지는 건 정 후보자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인사청문 대상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위장전입, 아빠찬스, 탈세 의혹, 농지법 위반….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되는 단골메뉴가 거의 모든 후보로부터 골고루 쏟아지고 있다. 정 후보자를 필두로 거의 매일 단독보도 검증 경쟁이 붙어 있다.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인다. 왜일까. 출신 지역이나 성, 나이 등을 따진 안배보다는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능력주의 인사 실패? 부각되는 건 인선 배경이다. 윤 당선인이 고려하겠다는 ‘능력’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잘나가는 기득권 엘리트층의 일원이었다는 뜻이다. 지적된 편법·탈법 수단은 그동안 한국사회 기득권 엘리트들에겐 쉬운 방법이었고 성공하려면 걸어야 할 길이었다. 그래서 여느 정권과 달리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논란의 중심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가 있다. 법조계에서 한 후보자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나왔던 전망은 대장동 사건을 맡게 될 수원지검장이나 중앙지검장 임명이었다. 이 경우도 윤 당선인의 뒤끝인사라는 구설이 나올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윤 당선인의 선택은 초강수였다. 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도 뛰어넘는 법무부 장관이었다. 민정수석실도 폐지하는 마당에 인사검증 권한까지 갖는 법무부 장관이라니, 당연히 ‘검찰공화국’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동훈 카드는 사실상 선전포고 아닌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카드다.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기관장을 맡고 있는 한 인사의 말이다. 그는 “협치고 뭐고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윤석열이 수를 잘못 둔 것 같다. 한동훈 카드는 상당히 어이없는 포석이다. 안 그래도 민주당은 선거에 져서 바짝 벼르고 있는 상황인데….”

그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무리수’도 이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며 어쨌든 정권이나 인사의 책임자는 윤석열인데 지방선거까지 앞둔 입장에서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윤석열은 한덕수는 버리더라도 한동훈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윤석열이 주변의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다. 장제원도 밑에 있다가 컨트롤이 안 되니 결국 국회로 오는 것 아닌가. 하도 어이가 없으니 나도 민주당뿐 아니라 저쪽(국민의힘) 관계된 분들을 만나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 물어본다. 말을 안 듣는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도 컨트롤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동훈 이야기는 안 물어보세요?” 지난 4월 18일 출근길에 한덕수 총리지명자가 자진해 입을 열었다. 인선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인의 뜻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며 내놓은 설명이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찍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당선인은 생각하고 있었다. 검찰수사권 조정 같은 문제는 그때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사보다는 국가를 위해 법무부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를 국제적 기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보라는 게 당선인의 당부였다. 외국인 정책 같은 게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윤 당선인은 검찰 재직 시 자신의 심복을 정치보복 수사라는 아수라(阿修羅)에서 꺼내와 보다 넓은 시야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바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후보 지명 직후 ‘영어를 잘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 등의 윤 당선인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대략은 맞아떨어지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가게 될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3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김한길 위원장 주최로 열린 각계 분야의 국가 원로들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고견을 듣는 '경청식탁, 지혜를 구합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3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김한길 위원장 주최로 열린 각계 분야의 국가 원로들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고견을 듣는 '경청식탁, 지혜를 구합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방선거 공천에도 번진 ‘윤心’ 논란 논란은 총리·장관 인사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당선인 대변인이 중간에 사퇴하고 출마하는 일이 있었나.” 유승민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측 관계자의 말이다. “후보도 며칠 고민하다 나온 건데 이런 일(김은혜 전 인수위 대변인의 경기도지사 출마)은 없던 일이라 참 뭐라 말하기 어렵다.” 기자는 관련 취재를 해온 한 보수매체 기자로부터 김은혜 대변인의 출마에 얽힌 ‘비화’를 들었다. 출마를 종용하는 이른바 ‘윤핵관’ 측 인사들에게 김 후보가 확실한 징표, 다시 말해 “그것이 윤 당선인의 뜻이냐”는 걸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직접 전화해 출마를 요구하면 받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출마 전날 당선인 전화가 왔다. 경기도지사에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이 주장은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다. 국민의힘 성향의 한 정치평론가는 익명을 전제로 “여러차례 김은혜 대변인에게 윤 당선인이 출마를 종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시기 경쟁자들에 대한 마음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았다고 이 평론가는 말했다. 대구에선 대구시장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를 매개로 대통령을 지낸 박근혜씨와 화해하는 동시에 지난 대선의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을 견제하고 경기도에서는 인수위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후보를 내세워 유승민 전 의원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럴까. 김은혜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를 돕고 있는 한 인사는 “김 의원 출마 결심은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나서겠다고 하기 수개월 전에 이뤄진 것”이라며 “다만 인수위 대변인 활동을 하며 한때 접을 생각도 했으나 강용석 전 의원의 출마 등 상황변화에 결심을 다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의 ‘인사 참사’는 윤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윤핵관들의 작품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주변에서는 없지 않다. 정국진 국민의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이 사람들은 정권을 잡았을 뿐 역사에 대한 소임 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윤핵관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거의 모두가 과거 MB(이명박) 쪽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현 정부가 예전 MB 정권의 2기라고 생각한다. 정권을 다시 찾아왔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윤핵관들에게는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벌어진 ‘윤석열 현상’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내 시각은 이렇다. 윤석열 현상은 안철수를 품어서 완성됐다. 이걸 권력 나눠먹기라는 콘셉트로 가져가니 국민도 실망하는 모양새다. 국민은 윤석열이 중도까지 포괄하는 보수의 재구성을 바랐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른바 윤핵관들은 보수를 확실한 현찰로만 본다. 보수지지층의 결집만으로 이번 대선에 접근하다 보니 그 결과 0.73% 박빙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도, 개념도 없다.” 그런데 인사는 아무래도 당선인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윤석열은 정치에서는 도화지 같은 사람이다. 거기에 뭐를 그리냐에 따라 진보나 중도보수도 품을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김영삼이나 김대중·노무현도 좋아하는 중도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MB 시즌2’로 몰아버린 사람들이 핵관들이다.”

앞서의 민주당 측 인사는 ‘용산 집무실 이전 케이스에서 보듯 전선을 여러 군데 형성하고 사실상 일을 만드는’ 윤석열의 인사스타일은 오랫동안 검찰에서 특수부 업무를 맡으며 아집이나 완력으로 제압하는 스타일에 익숙해져 나온 버릇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임기가 5년이다. 한동훈 카드는 지금 꼭 안 꺼내도 되는데 왜 성급하게 분란을 만들었을까. 어떻게 보면 임기 초에 위기를 자초하고도 그것을 즐기는 ‘고단수’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는 상황판단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도 싶다.” 그는 윤석열의 미숙한 인사는 결국 관료적폐에 휘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 자원을 좀더 활용할 생각을 왜 하지 않을까. 국민의힘 중진 인사 중 초기 내각을 맡아 잘할 분들이 많은데 다 배척됐다. 장관이 경험이 없는 신임이면 관료들 생각이 맨앞에 나온다. 중앙구심점이 약하면 기재부가 대장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제도개혁을 하겠다고 야당이 된 민주당이 나서더라도 마찰은 피할 수 없다. 행정이 중심이 안 되면 법만 고친다고 집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제도개선 후유증만 나타날 수 있다.”

“윤석열 독주? 민주당도 문제다” 또 다른 민주당 측 현직 당직자는 “현 국면을 윤석열의 인사독주만으로 규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독주라기보다는 핵심과 콘셉트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참신함이 없다. 정권 초에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건 어젠다와 인사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의 이창동 초대 문화부 장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나 문재인 정부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인사에 그런 사람이 보이는가. 나는 안 보인다.” 그는 윤석열이라는 캐릭터를 규정하는 최대 특징으로 정치 초보라는 점을 들었다. “정치 입문 불과 몇개월 만에 대통령이 됐다. 언론사로 비유해보자면 어떤 사람이 데스크를 맡았는데 기자 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인 것이다. 취재한 적도 없고 기사 써본 적도 없으면서 밖에서 ‘야! 너희 언론 똑바로 해’라고 소리만 지르던 사람. 이런 사람이 데스크를 맡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그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정권 말기에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명분은 뒤지는데 힘자랑을 한 사건이 몇개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그해 총선 뒤 새로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추진했던 일, 그리고 2009년에서 2010년 경기도의회에서 무상급식을 부결했던 사건 같은 것들이다. 공통점이 압도적 힘자랑을 하던 시절이라는 거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도 마찬가지다. 과반을 넘어 압도적 우위를 점했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채로 자신의 힘이 세다는 것만 강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결과도 같았다. 예외 없이 폭망했다.” 그는 대선을 넘어 인사청문회 국면까지 ‘강 대 강’이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총리는 인준권이 있으니 한동훈을 핑계로 총리를 날리면? 멀쩡하지 못할 것이다. 조국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힘자랑이었다. 반대 여론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사달이 났다.”

아닌 게 아니라 총리인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민주당 내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한 총리지명자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 역시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총리지명자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 예컨대 고액수임료 문제나 대기업 부인 그림 판매 등의 의혹이 ‘참여정부 시기 이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총리인준이 국회에서 거부될 경우 국무회의를 구성해야 하는 신임 내각이 성립 안 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인사인 김부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상당 기간 유임해야 하는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총리의 장관제청권은 헌법사항이다. 과거 DJP연합으로 정권교체가 일어났을 때 김종필 신임총리 인준안이 오랫동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JP는 ‘총리서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한동안 업무를 봐야 했다. 그후 법이 개정돼 지금은 ‘서리’로 국정을 보는 일도 불가능하다. “지금의 대치 국면을 볼 때 국정공백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을 게 뻔하다. 현 정부와 새로 정권을 인수하게 될 국민의힘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뚫고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 이낙연 초대총리 시절 총리실 정무실장을 맡았던 남평오씨의 말이다. 당시 이낙연 총리의 경우 대선 다음날인 5월 10일 지명돼 5월 30일에 임명됐고, 장관제청은 총리 임명 후에야 가능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나마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딴죽을 걸지 않아 총리인준안이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신임 장관들이 임명될 때까지 거의 두 달 가까이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임명한 장관들과 함께 공동정부처럼 운영됐다.” 만약 총리인준이 거부되고 장관제청까지 되지 않는다면?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권교체기 초대총리 인준거부로 전 정권의 총리가 장관임명을 제청하는 상황이 온다면 판례가 없기 때문에 이 제청행위가 효력이 있는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없진 않다”며 “실제로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강 대 강 국면이 벌어지더라도 야당이 된 민주당 입장에서 신정부의 출범 자체를 막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인준 거부 연계 초유의 대치 국면 될 수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전투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거부가 기본방침이 될 것이다. 반면 국회의원 수가 밀리는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펼 수밖에 없다. 내가 보기에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에서 관전포인트는 공정성일 것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성이나 지역·연령에 대한 안배 없이 능력에 방점을 찍어 후보자들을 냈다. 이들이 공정 프레임에 걸려 버리면 국민의힘 지지층인 20대남성의 반발과 이탈을 불러올 게 뻔해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는 한덕수 총리의 고액수임료 논란 등은 사회통념에 비춰 여론이 악화되지 않는 한 총리인준 강행으로 갈 것이며 ‘뜨거운 감자’는 결국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문재인 정부 지우기와 욕보이기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검증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사청문회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되긴 힘들 것이다.” 그에 따르면 다시 문제는 민주당이다. 인사문제를 걸고 민주당이 집중포화를 하는 게 자칫 다수당의 횡포로 비칠 수 있어서다. “관건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인데 다수당이 강공을 펴면 중도층에서 윤석열이나 국민의힘 쪽으로 여론이 결집할 수도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확실히 윤석열 정부의 초대내각 인선을 보면 40년지기니 선후배니, 복심이니 하는 이런 개인적 인연만 눈에 띄지 울타리를 넘어서 참신한, 국민통합에 부응하는 인선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호영 복지부 장관의 이른바 ‘아빠찬스’ 논란은 이미 국민정서에서 결론난 만큼 인사청문회까지 갈 것 없이 가급적 빨리 정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권교체기 ‘검수완박’에 매달리는 민주당의 행태가 독주로부터 오는 윤석열의 위기를 덮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사위 안건조정소위 인원 때문에 민형배 의원이 탈당하는 ‘꼼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할 것이기 때문에 5월까지 윤석열 인사의 부정적 여론을 덮어주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결국 이게 6월 지방선거 표심이 될 텐데 민주당이 자충수를 두면서 더 큰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어보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석열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은 확실히 YS, DJ,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민주화 시대 이후엔 없던 초유의 스타일인 건 확실한데 당선인 본인 생각만큼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사실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적 상황이나 특성을 고려할 때 인사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능력과 도덕성 그리고 국민의 공감대라는 게 모범답안에 가까운 데 이런 도덕적 정당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직을 수행했을 때 얼마나 공감대를 유지하면서 개별부처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후보자들의 면면을 봤을 때 이념적인 강성보수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은 없다는 점에서 이념보다 능력을 중시했다고 당선인 본인은 생각하는 듯하다”며 “과연 이 사람들이 당선인의 기대만큼 역량을 얼마나 펼칠지는 아직 예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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