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이명박 대권가도 5대 난관 기다린다

지지도 상승 불구 곳곳에 암초… ‘1.5% 승리’도 취약성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8월 23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이재오 최고위원과 말하고 있다.

이명박(이하 MB) 전 서울시장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를 계기로 ‘이명박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다. 8월 20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확정 이후 그의 국민 지지도는 60%를 상회하고 있다. 경선 전보다 20%포인트나 상승했다. 하지만 MB의 대세론이 굳어질지 아니면 암초를 만나 좌초할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어디까지나 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의 지지도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서 이명박 대세론의 허약성을 확인했다. 경선 투표함이 개봉되기 전까지 경쟁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10% 정도 앞선 낙승이 예상됐다. 조직 대결 양상이 뚜렷했던 이번 경선에서 그는 박근혜 전 대표보다 지구당 당원협의회위원장을 30명 이상 더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당원·대의원·국민선거인단 선거에서의 패배였다. 특히 대구·경북 영남지역에서 취약성을 드러냈다. 여론조사에서 얻은 높은 지지도 덕택에 겨우 ‘1.5% 남는 장사’를 했다. MB가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언급한 이유도 ‘박빙의 승리’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범여권의 파상적 검증공세, 검찰의 수사 결과, 남북정상회담의 파장 등 MB를 겨냥한 지뢰밭이 널려 있다.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 화합도 이뤄내야 하는 등 갈 길은 험하고 멀다. MB가 넘어야 할 5대 과제를 점검해본다.

1. 검증 칼날을 세우는 범여권 20여 명의 범여권 후보들은 한결같이 “이명박 후보를 기다렸다”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명박 후보를 투기와 축재로 얼룩진 리더십을 가진 인물로 몰아세우려는 전의”라고 말했다. “나의 한 방이면 끝난다”는 이해찬 전 총리의 말이 허언은 아니라는 얘기다. 범여권의 대선 예비주자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역설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민주신당) 이광재 의원도 “지난 대선은 노무현 대통령이 강해서 승리했고 이번 대선은 이명박 후보가 너무 약해서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MB는 범여권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1 대 20의 대결을 벌여야 한다. 20명의 동시다발적 집중포화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현재 MB의 BBK 의혹을 캐내기 위해 LA 현지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각 주자 캠프들이 도곡동 땅이 MB의 것임을 입증할 수 있는 수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가에 나돈 지 오래다. 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도곡동과 관련한 결정적 자료를 두 개나 갖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번 대선 역시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초점을 맞춘 네거티브 캠페인이 극성을 부릴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MB 캠프의 김성회 외교안보위 안보실장(한북대 정치학 교수)은 “범여권은 ‘이명박 후보가 부도덕하다’는 게 신념화되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범여권의 전략은 오직 네거티브 캠페인밖에 구사할 것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 당의 화합과 개혁의 딜레마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원·대의원 투표 결과는 MB 진영이 한나라당의 비주류임을 재확인시켰다. 당원과 대의원에 이르는 당의 하부조직은 아직까지 MB의 체취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의 색깔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MB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많은 갈등과 고비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MB는 ‘당심’이 아니라 ‘민심’을 얻어 대선후보가 된 경우다. 당심이 민심과 괴리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는 당연히 민심을 중심에 두고 당심 추스르기 작업을 전개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나라당에서 처음으로 주류와 비주류가 만들어졌다”면서 “그렇지만 한 세력이 독식할 수 없는 체제가 만들어졌다. 주류·비주류는 기회이자 많은 변화 요인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8월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오른쪽부터)이 박수를 치고 있다. <남호진 기자>

우선 MB가 당내 갈등 봉합과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기 위해 통합을 선창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부응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특히 MB가 통합과 함께 당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의 핵심은 관료주의와 기득권 청산이라고 한다. 신률 명지대 교수는 “지금 한나라당은 2002년 민주당 사태와 유사하다”면서 “자꾸 노무현 후보를 끌어내리려던 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에 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는 “완전한 경선 승복을 위해서는 경선과정에서도 승복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 한다”면서 “‘양측은 범법자’ ‘충격적 내통’ ‘적과의 내통’ 등 도저히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표는 당심이 자신에 있다는 것을 경선을 통해 확인했다. 강용진 외국어대 겸임교수는 “박 전 대표는 박정희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면서 “이번 경선에 진 것은 박근혜가 아니라 부국강병·총화단결·지역주의 등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정신’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표가 “백의종군하겠다”는 말에서 이명박 후보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활동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영남권의 한나라당 지지 기반이 적어도 대선 전에 이탈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원유철 경기도 정무부지사는 “한나라당 정당 지지도가 50%를 넘는데 누가 당을 떠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인적쇄신론이 제기됐다. 또 이재오 최고위원 등 일부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방을 만들어라” “내 방을 이 후보 옆방으로 해라”는 등의 얘기를 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박근혜 캠프의 한 의원은 “정당을 마치 서울시 접수하듯 한다”면서 “정당은 서울시청도 현대건설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3. 남북정상회담의 대선 효과는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범여권이 평화 대(對) 냉전 구도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양분구도에 대해 MB 지지를 보내고 있는 30~40대층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국민들은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에 미칠 영향력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 50% 이상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여론을 측정하기 어려운 변수라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견해다. 막상 정상회담의 뚜껑을 열고 합의문 내용을 봐야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에서 핵폐기, 경제 지원 약속을 놓고 잘 되든, 못 되는 평화 대(對) 냉전의 치열한 대치는 피할 수 없는 국면이다. ‘평화 없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는 주장이 벌써부터 범여권 대선주자에게서 나오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범여권의 대북 프로그램과 이명박 후보의 경제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 진영은 일단 “핵이 있는 상태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핵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선제공격을 한 상태다. 북핵문제 해결이 남북정상회담의 알맹이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범여권 인사들은 ‘한나라당을 호전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자신을 평화주의자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이미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본격화한 셈이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남북 화해 정책을 이룰 수 있는 획기적 정책이 있다면 여권에 칭찬을, 대북강경정책을 펴온 한나라당에 감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의 입장에서 진보와 보수, 평화와 냉전으로 양분할 수 있는 이슈를 남북정상회담에서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 토론에 출연해서 “아마 NLL(북방한계선)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 남남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NLL문제나 서해교전 등에 대해 언급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대비라도 하듯 연일 NLL 문제는 정상회담의 의제로 부적격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4. 비판받는 경제공약 이명박 후보의 대표 공약은 경부 대운하와 ‘7·4·7 성장전략’(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이다. 이 공약들에 대해 범여권에선 정책적 거짓말과 정치공학적 술수의 합작품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이명박 후보가 조직적 열세지역인 영남권과 충청권을 의식한 선거용 선심공약이라는 얘기다. 경선 후보가 결정되자마자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들 공약의 제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나라당의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이하 중심모임)은 8월 22일 개회한 ‘2007년 대선, 한나라당의 과제는 무엇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이 대표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국회예산정책처장을 지낸 한국외대 최광 교수는 “경부 대운하가 좋은 정책이라면 정치의 계절이 아닐 때 전문가들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다. MB 캠프의 홍보본부장을 지낸 차명진 의원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원칙적 동의를 표하면서도 “보다 치밀한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이 8월 20일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가 끝난 뒤 단상에 올라가 부정선거라며 경선무효를 외치고 있다. <강윤중 기자>

7·4·7 전략도 마찬가지다. 최광 교수는 7·4·7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그것 때문에 희생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세우자) 공약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맹형규 의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논제를 최 교수가 제기했다”며 난감해했다. 하지만 경제계에선 “매년 7%씩 10년 동안 성장해도 7위 경제대국에 진입할 수 없다”며 공약을 위한 공약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한 경제학자는 “두 가지 정책 모두 성장주의적 경제관에 바탕을 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다”라면서 “운하는 이미 1992년부터 얘기가 된 신선하지도 않은 정책인데 이에 대해 국민이 감동하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 이 정책들을 둘러싼 정체성 공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의 개혁과정에서 정체성 논란이 정책을 둘러싸고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통 보수층이 이탈한다면 MB가 당에 착근하는 것은 물론 대선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5. 뇌관 숨어 있는 과거 행적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다름 아닌 ‘과거의 이명박’이다. 도곡동 땅 수사 발표가 경선판을 뒤흔들었음은 이 후보 측도 인정하는 바다. 남은 기간, 이 후보는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 후보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수사 곳곳에 뇌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이명박 후보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건은 크게 5건이다. 그중 경선 전까지의 최대 쟁점은 도곡동 땅.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형 상은씨가 현대건설로부터 15억에 산 땅을 10년 후 포항제철이 263억에 사들인 배경과 이 후보의 관련성을 밝혀내는 게 수사의 골자다. 경선 전 “상은씨 몫은 제3자 소유”라고 발표한 검찰은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상은씨의 재산 관리인들이 자진출두하면 실소유자를 수사할 수 있다”고만 되뇌고 있다. 그러나 추가 의혹 제기가 있을 경우 상황은 급반전할 가능성이 있다. 한 발짝 물러나려 했던 검찰에게는 본격적으로 ‘칼을 빼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실소유자 규명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귀국 의사를 밝히면서도 미국 법원에 낸 인신보호 청원 항소심을 취하하지 않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김경준씨의 향후 행보도 주목거리다. 김씨는 투자전문회사 BBK의 지주회사 엘케이이뱅크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김씨의 회사 BBK가 이 후보의 것이었고, 주가 조작도 이 후보와 함께 벌인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는 ‘공범’이 된다. 물론 이 후보는 BBK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김경준씨는 하지만, 이 후보와 정반대의 주장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 후보의 맏형과 처남 소유의 회사인 다스가 BBK에 투자한 190억 원에 대해 김씨는 “이 후보의 돈이며 BBK와 엘케이이뱅크 이뱅크 증권중개 등 세 회사의 자본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다스가 미국 법원에 제기한 투자금 반환 소송이 마무리되면 귀국해,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 8월 20일 이 소송에서 이겼다.

1997년 선거법 위반으로 이 후보가 재판받을 당시, 비서관 김유찬씨에 대한 위증교사가 있었는지도 주목된다. 검찰이 의혹을 제기한 김유찬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한 며칠 뒤 수사 결과와는 정반대 내용의 녹취록이 나왔다. 녹취록에서 당시 종로지구당 사무국장 권영옥씨는 “위증교사는 내가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들어갔다. 김씨의 구속만료기한(30일) 전에 위증교사 여부에 관해 판단할 예정이다.

한편 경선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우, 그 ‘배후’에 이 후보나 그의 최측근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박근혜 전 후보를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연 김해호씨 배후에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도피한 김씨를 추적 중이다. 또 한나라당 책임당원을 조직적으로 모집한 희망세상21과 이 후보 캠프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김경은·송윤경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