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내 마음을 잡아봐유”

4·30재보선 충청권 ‘열국지’ 양상… 중부권 신당 바람에 ‘전략공천’으로 승부수

4·30 재보선은 현재 충남 공주·연기, 아산, 경북 영천, 성남 중원 등 4곳이 확정됐다. 3월말까지 대법원의 상고심이 결정나는 한두 곳을 합하면 최대 6곳이 될 전망이다. 그중 충청권 두 곳에 최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오시덕 전의원(공주·연기)과 복기왕 전의원(아산)이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 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광역자치단체장의 잇따른 탈당으로 지난해 총선 이후 유지돼온 정계 지각이 크게 꿈틀거렸다.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자민련을 탈당하면서 4·30 재보선에 주사위를 던진 것이다.

두 지역을 석권했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방어에 나서야 할 상황. 충청지역 현역의원인 문석호의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한 기대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높다”면서 “두 군데 모두 당선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재·보선의 특성상 각 당의 유력인물이 투입되는데 비해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뚜렷한 인물이 없는 것이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민련 탈당 러시 표심은?

공주·연기 지역에서는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홍신 전의원 등 거물인사가 거론되다가 성사되지 못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8명의 후보에서 3배수 후보로 압축한 상태. 최근 열렸던 당내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뒤늦게 전략공천까지 거론했지만 이미 물 건너간 형국이다. 이희원 전이부영당의장특보, 이병령 전유성구청장, 박수현 열린우리당 국정자문위원 등 3명이 경선을 치른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경선에서 후보가 확정되면 당 지지도에 이를 만큼 후보의 지지도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수혜’가 있는 공주·연기 지역보다 아산 지역은 열린우리당에 조금 더 버거운 곳이다. 이곳 역시 당내 예비후보군에 뚜렷한 인물이 없다. 서용석 호서대 초빙교수와 조종정 전우리당창준위 충남공동위원장이 다투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홍성·예산에서 출마한 임종린 중앙위원도 이곳을 노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세력은 중부권 신당에 동조하고 나선 무소속 후보들이다. 공주·연기에서 정진석 전의원이 깃발을 들었다. 정 전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출마, 당선자 오시덕 전의원에 1만표 가량 뒤진 35.5%의 득표로 낙선했다. 정 전의원은 자민련을 탈당해 심지사의 우군을 자처했다. 중부권 신당의 중심인 심지사가 공주 출신인 것이 정 전의원에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정 전의원은 “심지사가 중심이 돼 충청도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부권 신당을 표방하지만 정 전의원은 4·30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그때까지 법률 규정에 맞는 정당의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 전의원은 “기존 정당은 행정수도 문제 때문에 이곳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당도 신당이지만 여야를 넘나들면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아산 지역에서는 이명수 전부지사의 향방이 변수가 되고 있다. 이 전부지사는 지난해 총선에서는 자민련을 간판으로 출마했다. 열린우리당 복기왕 당선자에 2000여표가 모자란 34.3%의 지지표를 얻었다. 이 전부지사는 최근 자민련을 탈당했다. 심지사의 오른팔로 알려져 신당에 동조할 것으로 짐작됐으나 열린우리당행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 지역에서는 아산 지역 민심이 심지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점을 들어 열린우리당행을 점치고 있다. 고속철도 역사 명칭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에서 심지사가 아산이 아닌 천안 손을 들어줘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대한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로 충청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탈당한 데 이어 지난 3월 17일 한나라당 충남도당 박공규부위원장 등 공주지역 주요당직자 33명이 집단으로 탈당하는 등 여파가 만만치 않다. 이들 당직자는 심지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뚜렷한 선두주자 없어 ‘혼전’

한나라당에서는 그나마 아산 지역에서 승리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홍의원은 유력한 외부인사의 영입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정통 야당으로서 떳떳하게 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자민련과의 보수연합공천. 홍의원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자민련 이규양대변인 역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가능성을 남겨뒀다.

중부권 신당 출현 조짐으로 자민련 역시 한나라당처럼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 텃밭인 충청도에서 열리는 재보선인만큼 당운을 걸어야 할 처지다. 공주·연기에서는 조관식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가 출마한다. 자민련은 아산에 희망을 걸고 있다. 행정도시의 영향이 크지 못한 데다 심지사의 영향력이 적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규양대변인은 “원철희 전의원이 외국에서 돌아오면 출마 여부를 확정지을 것”이라면서 “원 전의원이 이명수 전부지사와 열린우리당의 후보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장 출신인 원 전의원은 자민련 소속으로 이곳에서 16대 의원으로 활약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공주·연기에 류금복 전 공주농민회 회장이 출마한다. 아산에서는 김영환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우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