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후순위채 투자가 좋다

'저축성 예금 금리 3%대.' '이자소득세 16.5%와 물가상승률 3.5%을 고려했을 때 실질 이자소득은 마이너스.' '향후 금리 하락 전망 우세.'

최근에 농협-하나은행-제일은행 등이 2천억 규모의 후순위채를 판매했다. 이 상품은 고금리에 목마른 많은 고객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판매 초기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도대체 어떤 상품이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후순위채란 무엇이고 어떤 점에서 훌륭한 재테크 상품이 되는지 알아본다.

후순위채란 말 그대로 채권의 변제 순위가 가장 후위에 있는 채권이다.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 파산이나 청산하게 되는 경우 일반 채권이나 예금 등 다른 모든 채무를 변제한 이후에 잔여 재산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일반 선순위채권에 비해 발행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후순위채권은 이런 이유로 채권 발행기관의 신용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농협과 은행이 발행하는 후순위 채권은 발행 주체가 신뢰성이 있는 만큼 신용도가 높으며, 자본금의 감자가 발생하더라도 후순위채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후순위채는 왜 발행할까?

국제결제은행(BIS)은 만기가 5년 이상인 후순위채권이나 후순위차입금을 보완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때 은행에서 인정받는 자본 한도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50% 이내로 한다. 따라서 은행은 후순위채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함으로써 BIS 자기자본비율을 증대시키고자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해당 금융기관은 BIS비율을 높임으로써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대외적인 신인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BIS비율이란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말한다. BIS는 은행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토록 규제하고 있다. BIS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100이다. 은행감독규정에서 정한 최소 BIS 유지비율은 8% 이상이며 동비율 미만인 금융기관은 조직 운영의 개선, 고정자산 투자 제한 등의 규제를 받을 수 있다. 통상 금융기관에서는 우량은행 수준인 10% 이상의 BIS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후순위채가 인기 있는 까닭

첫째, 후순위채의 최고 매력은 5년 이상의 장기상품임에도 확정금리이며 수익률 또한 매우 높다는 점이다. 현재 1년제 정기예금 우대금리가 4~4.1%인 데 비해 9월에 판매한 농협-하나은행의 후순위채 발행금리는 5.47~5.68%로 연실효수익률로 환산하면 5.61~5.8%에 이른다. 즉 정기예금보다 최소 1.5% 이상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매월 이자를 받아 생활해야 하는 고객과 자금 회전에 여유가 있는 거액 고객에게 좋은 상품이다. 후순위채의 이자 지급방식으로는 이표채와 복리채가 있는데 이표채는 1개월 또는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고 복리채는 3개월 복리로 이자가 붙어 만기에 원리금을 함께 지급한다. 노후생활비 등 정기적인 이자소득이 필요한 고객은 이표채를, 장기간 자금예치가 가능한 거액 고객은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복리채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셋째, 후순위채에서 발생한 이자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어 거액 고객의 절세상품으로 유용하다.

참고로 금융소득종합과세와 분리과세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는 본인과 배우자의 연간 금융소득을 합산하여 4천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은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여 누진세율(종합 소득세율)을 적용, 종합과세하는 제도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 할지라도 5년 이상 장기채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소득 발생 시점에서 고객이 선택하는 사항임).

고객은 후순위채가 만기되기 전까지 언제라도 종합과세와 분리과세를 선택, 변경할 수 있다. 금융소득 4천만원 이상인 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본인의 금융소득을 감안하여 분리과세 선택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후순위채 투자 시 유의할 점

후순위채는 먼저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므로 해당 금융기관이 파산하면 보호받지 못한다. 둘째 후순위채는 중도해지나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후순위채는 5년 이상의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자금 회전을 고려치 않고 수익률이 높다고 무턱대고 가입해서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자금이 급히 필요한 경우 중도해지나 담보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5년 내에 자녀 결혼, 내집 마련, 사업 확장 등 계획이 있다면 자금 수요 여부를 고려하여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후순위채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미리 거래은행에 후순위채권 발행 계획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으며, 필요하다면 거래은행 직원에게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도 후순위채권 조기 매진에 대한 대응방법이다. 후순위채는 발행 은행의 필요에 의해 일정 한도의 금액 내에서만 특별 판매되는 고금리 상품으로 신속히 매진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고은정〈농협 수신마케팅부 과장〉 juyeounlov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