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지율, 돌고 돌아 원점으로

여론조사로 본 2019년… 민주당 40% 유지, 한국당 16%에서 21%로

올해 여론조사의 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진퇴로 출렁거렸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차이가 두 정치인의 움직임으로 극적인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올해 여론조사 결과를 되돌아보면 황 대표의 선출 이후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 조국 전 장관의 지명 이후 민주당 지지율 하락이라는 두 번의 큰 분기점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분기점을 지나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실망, 조국 전 장관의 사퇴로 분기점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연말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연초의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다. 정당 지지율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 등의 여론조사에서 연초와 연말의 수치가 비슷하게 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월 14일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올해 초의 여론은 2월 27일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에 쏠렸다. 대세는 황교안 대표에게로 기울었고 그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는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았지만, 보수세력은 황 대표를 중심으로 집결했다.

한국당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10%대에 머물렀다. 올해 매월 첫 주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올해 1월과 2월에도 10%대였다. 하지만 황 대표가 선출된 후인 3월 첫 주 때 조사에서 20%의 지지율을 기록해 20%대로 접어들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 갤럽의 5월 첫 주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올 초 40% 지지율에서 36%까지 떨어졌다. 반면 한국당은 지지율이 26%까지 올라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는 10%포인트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민주당에게는 위기, 한국당에게는 기회의 상황이 온 것이다.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보수 진영에서는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의 부각을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이때 황 대표가 등장하면서 탄핵 이후 분산됐던 에너지가 결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 선출과 조국 사태로 출렁

전화면접원 조사인 갤럽과 달리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인 리얼미터의 정기여론조사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차가 더 좁게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5월 2주 조사(tbs 의뢰)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36.4%였고 한국당의 지지율은 34.8%였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접전이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황 대표의 인기는 상승했다. 리얼미터의 5월 말 조사(27∼31일

<오마이뉴스> 의뢰)에서 황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그동안 1위였던 이낙연 총리를 앞질렀다. 22.4%로 이 총리의 20.8%보다 앞선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에 대한 보수 진영의 기대감은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서서히 실망감이 표출되면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정점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안일원 대표는 “황 대표가 강공 모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오히려 양 당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황 대표는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구심점에 그쳤다”면서 “지속적인 상승을 이끄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정국은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여권에게 유리하게 펼쳐졌다. 여기에 7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한 것도 여권으로선 호재였다. 국내에서 반일(反日) 분위기가 확산되자, 강경한 입장을 취한 여권이 한·일관계의 악화를 우려한 한국당보다 국민의 호응을 더 얻었다. 갤럽조사에서는 8월 첫 주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40%로, 한국당 지지율인 20%의 두 배에 이르렀다.

올해 가장 큰 여론지형의 변화는 무엇보다 ‘조국 정국’이었다. 조 전 장관은 8월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이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검찰발 가족 의혹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당은 조국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다시 보수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갤럽의 9월 첫 주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23%로, 상승세를 탔다. 보수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9월 9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여권 성향의 지지자들은 서초동에서, 보수세력은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고 맞대결을 펼쳤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좁혀졌다. 갤럽의 10월 첫 주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37%로 내려앉았고, 반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24%로 올랐다.

남·북·미 회동과 반일감정, 여권 호재로

ARS조사인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리얼미터 조사(YTN 의뢰)에서는 10월 둘째 주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35.3%, 한국당의 지지율은 34.4%였다. 오차범위(2.0%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인 것이다. 리얼미터는 10월 11일 하루 조사에서는 한국당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조국 전 장관이 10월 14일, 취임 35일 만에 사퇴하면서 ‘조국 정국’은 일단락됐다. 이후 여권의 지지율은 회복세를 탔다. 갤럽의 11월 첫 주 조사와 12월 첫 주 조사에서 민주당은 다시 40%대 초반, 한국당은 20%대 초반의 지지율로 돌아갔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조국 정국’ 이전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30%대 후반, 한국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을 계속 유지했다. 안일원 대표는 “가을에 양당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다가 11월 말에는 원점으로 회귀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국당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공세로 좋은 시기를 맞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시 9월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양당 이외에 바른미래당은 갤럽조사에서 5∼7%, 정의당은 7∼10%, 민주평화당이 0.1∼1% 박스권에서 올해 내내 오르락내리락했다. 군소 정당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갤럽조사에서 우리공화당이 7월 이후 1%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 눈에 띌 뿐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과 비슷한 흐름으로 올해 내내 출렁거렸다. 갤럽의 1월 2주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48%, ‘잘못하고 있다’는 44%였다. 12월 첫 주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 48%와 ‘잘못하고 있다’ 45%와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연초와 연말이 비슷하지만, 봄과 가을에는 두 번의 분기점을 지나야 했다. 황 대표가 대표에 취임한 후인 4월 첫 주에 국정 지지율은 41%(‘잘못하고 있다’가 49%)로 내려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7월 이후에는 판문점 회동과 반일 흐름 영향으로 회복세를 탔다가 ‘조국 정국’에서는 10월 첫 주에 다시 42%(‘잘못하고 있다’가 51%)로 뒤집혔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의 사퇴 이후 12월에는 올해 초의 수치로 되돌아왔다. 엄경영 소장은 “국정 지지율은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면서 “전 연령대와 무당층·중도층에서 골고루 국정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율과 국정 지지율은 올해 여론조사에서 늘 함께 움직였다.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과 국정 지지율의 상승·하락 때 그 반대의 추세를 나타냈다. 홍형식 소장은 “여론조사의 지표상으로 보면 중간 지대는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선행적이든 후행적이든, 민주당의 지지율과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면 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한국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민주당 지지율과 국정 지지율이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