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현이 특수학교로 다시 간다

일반학교로 배정돼 통학 어려움 겪어 장애아 학교로 재배정 절차 밟아

교육지원청의 잘못된 판단으로 등·하교가 어려운 학교로 배정받았던 지적·지체 중복장애아 윤예현양(7)이 특수학교에 재배정될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주간경향> 1319호. 2019년 3월 18일자)

3월 11일 학교 수업을 마친 예현이를 데리러 온 엄마 심정선씨가 아이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4월 3일 <주간경향>과의 전화통화에서 “특수학교인 ‘정진학교’와 ‘우진학교’를 우선 재배치 대상으로 올렸고, 예현양의 부모님이 우진학교를 좀 더 원하고 있어 일단 재배치신청서를 받았다”면서 “긍정적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은 오는 4월 16일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예현양의 재배치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현양의 경우 거주지가 강서구이고, 신청학교는 타 지역인 데다가, 현재 소속된 학교가 있기 때문에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의·결정이 필요하다. 국·공립 특수학교의 경우 배치권은 학교가 아닌 특운위에 있다.

우진학교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경우 예현양은 당분간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등·하교해야 한다.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예현양의 집에서 마포구 중동에 위치한 한국우진학교까지는 승용차로 30분가량 소요된다.

담당 장학사 부족으로 학교 배정 한계

예현양의 어머니 심정선씨(47)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다리 하나를 건너서 가는 것도 감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당분간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학교를 다니고, 첫째아이의 학교 진학 문제 등 제반 여건을 갖춘 후 특수학교 인근으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주간경향>의 보도 이후 예현양이 배정받았던 등서초등학교를 방문, 실제 휠체어 장애인들이 다니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예현양과 같은 반 소속인 또 다른 휠체어 장애아 부모와도 면담을 실시, 재배치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학년도 등서초 특수학급에 배치된 학생은 예현양을 포함해 총 3명으로, 이 중 한 명은 예현양과 같이 휠체어가 필요한 지체장애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실사를 가보니 등서초는 너무 가파른 언덕길 위에 위치해 있어 눈이 오거나 비가 올 경우 비장애 아동들도 등·하교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날씨가 궂은 날에는 사실상 등교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어 지체장애아가 통학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예현양은 현재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주 2회 순회지원교육을 받으며 집에서 머물고 있다. 순회지원교육이란 지원센터나 특수학교 등에서 등교가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가 집이나 병원 등을 직접 방문, 수업을 하는 형태의 교육을 말한다. 예현양의 경우 현재 특수학교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센터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애초에 예현양과 같은 지체장애인을 등서초등학교에 배치한 것일까.

교육청 관계자는 “잘못된 배치였다는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라면서 “그러나 한 명의 장학사가 모든 학교에 실사를 나가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가 배정을 담당한 2019학년도 초·중·고 입학 장애인은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한 명의 장학사가 100명의 장애인들 학교 배치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 탓에 실사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각 특수교육 지원대상자에 대한 서류작업 및 검토만으로도 버거운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수교육 관계자는 “특수교원 및 특수교육지원센터 근무자 한 명당 담당해야 할 장애인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며 “결국 예산을 들여 특수교육 지원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특수교육에 지원되는 한 해 전체 교육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력이 넉넉할 경우 각 학교의 위치나 지리적 여건 등을 충분히 시간을 들여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각 특수교육 지원대상자에게 부여된 점수에 따라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얘기다.

실제 ‘2018년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도 특수교육예산은 2조7834억원으로 2018년 6월 기준 교육예산 63조8729억원의 4.35%에 불과하다. 특수교육예산은 2009년 처음으로 전체 교육예산의 4%를 차지한 후 10년 가까이 4%대에 머물고 있다.

특수학교 학급 과밀 문제는 개선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예현양의 경우 부모가 원하는대로 ‘유예제도’를 적극 활용, 아이가 진학할 여건이 됐을 때 특수학교 또는 일반학교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무리한 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18년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8학년도 특수교육 대상자 중 초등학교 취학유예자는 329명으로 이 중 초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만 6세는 90명, 만 7세는 133명, 만 8세 이상은 106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체 취학유예 사유 중 절반 이상(51.4%)을 차지하는 원인은 ‘장애가 호전된 후 입학시키기 위해서’로 나타났다. ‘치료나 수술 등을 위해서(38%)’가 뒤를 이었다.

예현양은 지체·지적 중복장애를 갖고 있으나 현재 타인의 손을 잡고 몇 걸음을 뗄 수 있는 수준의 보행은 가능하다. 심정선씨는 “장학사에게 ‘예현이가 걷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딱 1~2년만 진학을 유예해 집에서 걸음마 교육을 시킨 뒤 학교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지만 장학사는 ‘그 같은 사유로 유예할 경우 특수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고 통보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장학사의 해당 설명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예현양이 원하는 특수학교에 진학하더라도 특수학교 내 학생 과밀 문제는 개선이 시급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에 따르면 특수학교(급) 학급당 학생 정원(특수교사 1인 기준)은 유치원은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가 7명이다. 2018년 4월 기준 전국 평균 학급당 학생수는 유치원이 3.6명, 초등학교 4.5명, 중학교 4.4명, 고등학교 6.3명이다.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는 적은 숫자이지만 이는 지역별 편차를 고려하지 않은 평균값에 해당한다. 법이 정한 만큼 최대 수를 채워 운영하는 특수학교가 더 많다는 것이 교육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우진학교에는 현재 초등학교 교실 한 곳에 5명의 학생이 배치돼 있고, 1명의 정원이 남은 상태다. 예현이가 입학할 경우 6명 법정 정원이 채워진다. 문제는 해당 법이 2008년 5월 처음 제정된 이후 단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계속 특수교육 현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무사나 보조지원인력이 투입되더라도 특수교사 1인이 6명의 지체장애 또는 지적장애 학생을 통솔해 수업을 하고, 섭식지도 및 배변활동, 석션 등 의료행위에 준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일부 특수학교에서는 활동보조인이나 학부모가 직접 학생의 배변활동 뒤처리 및 섭식지도를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특수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한 특수교육 관계자는 “특수교육 지원대상 학생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교육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특수교육은 한계점까지 치닫다 무너질 수밖에 없다”면서 “제2·제3의 예현이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계 전반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