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박한이·최연소 손동현, 나이로 야구하나요~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는 올해 19년차를 맞이한 삼성 박한이로 만 40세다. 반면 가장 어린 선수는 KT 신인 손동현으로 만 18세다.

지난 2월 18일 2019시즌 KBO리그 소속 선수 등록현황이 발표됐다.

삼성 박한이가 2018년 5월 10일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위즈의 경기 7회초에 안타를 친 뒤 타구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자료에 따르면 리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삼성 박한이였다. 1979년 1월 28일 생으로 만 40세다. 가장 어린 선수는 KT 신인 손동현이었다. 2001년 1월 23일 생으로 만 18세다. 박한이와 손동현은 22세나 차이가 난다. 함께 프로무대에 선 이상 나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이가 많든 적든 리그에서 팀을 위해 싸워야 하는 선수라는 점은 똑같다.

리그 최고령 박한이와 최연소 손동현이 2019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나이를 잊게 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15-4로 삼성이 앞선 상황에서 박한이가 2사 만루 때 타석에 섰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돼 5회 대타로 투입된 박한이의 두 번째 타석이었다. 박한이는 5회에도 첫 타석부터 좌중간 홈런을 쳤다. 이번 시즌 첫 대타 홈런이었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박한이는 이번에도 놓치지 않았다. 롯데 이인복의 2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완전히 승기를 가져오는 그랜드슬램이었다. 이 홈런은 박한이에게 특별한 기록이 됐다. 그의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이었던 것이다.

데뷔 첫 만루홈런, 역대 두 번째 최고령

박한이는 2001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입단한 이후 올해 19년차를 맞이했다. 수많은 기록을 양산해 왔지만 올 시즌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력에 만루홈런을 추가했다. 펠릭스 호세(롯데·41세 3개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이에 때린 만루홈런으로 KBO 역사에도 기록됐다. 국내 선수 가운데는 최고령이 됐다. 사실 박한이는 올 시즌 흐르는 세월을 체감하면서 개막을 맞이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박한이는 세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고 삼성과 재계약했다. 데뷔 후 줄곧 한 팀에서만 뛰기로 선택한 것이다.

최근에는 리그의 흐름도 베테랑을 우대하지 않는 분위기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FA 자격을 얻은 뒤에도 팀을 찾지 못하거나 흘러간 세월 만큼이나 깎여버린 몸값에 도장을 찍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팀과 적지 않은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한이는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계속 뛰기로 결심했다. 박한이는 삼성에서 영광의 순간을 가장 많이 누린 선수다. 삼성에서 뛰는 동안 7개의 우승반지를 끼었다.

지난 세월 동안 숱한 기록도 세웠다. 데뷔 첫해부터 2016년까지 16년 연속 100안타 이상을 쳐냈다. 지난 3월 2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2번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개인 통산 2100경기 출장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했다. 현역 최다 기록이자 KBO에서 역대 5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연륜은 쌓였지만 팀에서 가장 부지런한 선수로 말 그대로 ‘귀감’이 되고 있다. 박한이는 야구장에 가장 먼저 나오는 선수다. 박한이는 “상대 투수도 볼 겸 나온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KT의 손동현 선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KT위즈

이런 박한이가 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올해에는 벤치에서 시작해야 하는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박한이는 마음을 비워내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에만 열중하기로 했다. 박한이는 “19년 야구를 하면서 이번처럼 즐겨본 적이 없었다. 후배들이 모두 야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한이의 ‘즐기는 야구’는 2019시즌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성남고를 졸업한 손동현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21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에 입단하면서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게 됐지만 아직도 친구들과 놀 때면 제약이 많다. 손동현은 “친구들은 술집을 가는데 나는 아직까지 못간다”고 했다. 빠른 2001년생인 손동현은 2020년이 돼야 진정한 ‘성인’이 된다.

그러나 그의 첫인상은 그 누구보다 강렬했다. 지난 3월 24일 SK와의 경기에서 손동현은 0-2로 뒤진 5회 무사 1루 때 선발투수 금민철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대한민국 대표하는 우완투수가 목표

상대는 직전 타석에서 3회 2점 홈런을 친 한동민이었다. 한동민은 지난해 41개의 홈런을 치며 이 부문 리그 5위에 오른 거포. 손동현은 한동민과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동민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최정에게서도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손동현은 외인 타자 제이미 로맥도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이어 6회에도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냈다. ‘홈런 군단’ SK의 강타선을 잠재우며 성공적으로 1군 첫 데뷔 무대를 치렀다.

이강철 KT 감독은 “손동현이 좋은 장점들을 가졌다. 올해 마운드의 키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손동현은 당차게 당시의 상황을 말했다. 그는 “한동민 선배님이 나온다 하더라도 내가 던지면 못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올 시즌 손동현 외에도 쟁쟁한 신인투수들이 활약 중이다. LG 정우영과 롯데 서준원, 삼성 원태인, KIA 김기훈 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손동현은 이들에게 결코 뒤지고 싶지 않다. 그는 “지금처럼만 하면 신인상을 받고 싶을 것 같은데, 욕심을 부리면 다칠 수 있지 않나”라고 수줍게 말하면서도 “자신은 있다”고 했다.

어릴 적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다가 야구를 시작하게 된 손동현은 이제 막 프로무대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야구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완투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보면 우완투수가 없다고 하지 않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완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동현은 아직 적지 않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26일 NC전에서 연장 11회 등판하자마자 초구부터 모창민에게 홈런을 얻어맞아 승리를 내줬다. 3월 30일 KIA전에서는 처음으로 보크를 저지르기도 했으나 0.2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홀드를 따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기회는 당분간 꾸준히 갈 예정이다. 이 모든 과정들이 그가 한 뼘 더 자라기 위한 밑거름이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