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기후동행…녹색이라 쓰고 그린워싱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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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밀도 개발 정당화 수단…‘오세훈 치적’ 광장숲 외 환경 예산 대폭 삭감

서울시가 지난 2월 5일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통해 최대 100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설 용산 정비창 부지 / 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 2월 5일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통해 최대 100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설 용산 정비창 부지 / 연합뉴스

“서울 시내 전체를 녹색으로 연결하겠다.”

“도시계획의 목표는 녹색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요즘 서울시 주요 개발사업마다 등장하는 키워드는 ‘녹색’, ‘환경’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일수록 ‘친환경’이 따라붙는다. 사업 계획만 보면 친환경 미래도시 서울시가 눈앞에 바로 다가올 듯하다. 오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정치에 입문하며 ‘환경변호사’ 이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현실은 어떨까. 서울시의 환경정책과 예산을 뜯어보면 ‘친환경’, ‘녹색’은 개발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행보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린워싱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면 그린워싱이란 의심이 무리도 아니다. 서울시는 환경정책 담당 부서의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10% 이상 깎았다. 초고층 업무지구를 새로 개발한다면서 ‘친환경’을 내세웠는데 실상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도심 고밀도 개발의 명분을 위해 도입한 ‘도심녹지’는 안정적인 사후 관리를 담보할 수 없다. 최근에는 정부 기조에 맞춰 ‘그린벨트’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로수 예산 37% 깎고 광장숲 예산 신설

올해 서울시의 환경 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됐다.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기후환경본부의 예산은 전년 대비 13.4%, 푸른도시여가국 예산은 18.3% 감소했다. 서울시는 세입 감소 여파로 예산안 감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지만, 전체 예산 감소율(전년 대비 3.1%)보다 환경 예산 감소율이 훨씬 더 가파르다.

환경 예산 중에서도 특정 항목의 감소폭이 유독 크다. 푸른도시여가국의 ‘하천생태 복원 및 녹화’ 예산으로는 올해 37억8400만원이 배정됐다. 지난해(127억3400만원)에 비해 70%나 감소했다. 생태경관보전지 내 생태통로 등 환경을 관리하는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및 관리’ 예산도 23억1200만원에서 절반이 안 되는 10억3700만원으로 줄었다. 공원을 유지·관리·보수하는 예산도 414억2033만원으로 전년 대비 77억6267만원 감소했다.

길가에서 흔히 보이는 가로수 예산의 삭감폭도 컸다. 서울시의 ‘가로수 생육환경 개선 및 가로변 녹지량 확충’ 예산은 지난해 219억473만원에서 37% 줄어든 138억7469만원이 편성됐다. 주로 병충해·고사 위기에 놓인 가로수를 살리고, 빗물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게 가로수를 관리하는 데 쓰인다.

이 예산이 40% 가까이 줄면서 서울시가 각 구청에 교부하는 가로수 관리 예산도 상당 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에 지원해야 가로수 생육이 원활해질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반면 오 시장의 치적 사업으로 꼽히는 ‘광장숲’ 예산은 늘었다. 서울광장에 나무를 심는 사업으로 올해 26억6250만원이 새로 편성됐다. 서울시는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의 30% 면적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도심에 나무를 심으면 도로변 가로수 유지·관리보다 치적을 드러내기 좋다”며 “도시 가로수 유지·관리예산은 지금도 부족한데, 빗물 유입 등 도시 기능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가로수를 등한시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고 했다.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크다. 서울시의 환경·생태 분야 담당자들은 “예산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세수 부족을 이유로 예산이 깎였다”며 “추경을 통해서라도 다시 증액하고 싶은 답답함이 있다”고 했다.

■고밀도 개발하며 ‘친환경 수직도시’ 홍보

서울시가 수조원씩 투입하는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도 ‘녹색’은 반복된다. 서울 세운지구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홍보와 달리 ‘녹색’, ‘환경’은 최우선순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고밀도·고층 빌딩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친환경과 고밀도·고층 선물을 한 데 묶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공지’를 활용해 친환경을 내세우는 개발 방식에도 의문이 따른다. 서울시는 ‘녹지생태도심’을 내걸고 세운지구 고밀도 개발을 추진 중이다. 대지 면적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건폐율)을 줄여 남은 면적은 공개공지로 녹지를 조성한다. 대신 건물의 높이는 올라간다. 세운지구에선 건물을 용적률 1500%, 최고 높이 200m 안팎까지 올릴 수 있다.

공개공지는 사업지별로 모양과 위치가 제각각이다. 여기에 녹지를 만든다고 해도 통합된 도심녹지 기능을 보장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녹지 가이드라인 심의기준은 5개 부문 29개 항목, 녹지 조성 이후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도 97개 항목에 이르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 현재 건축주가 지침을 어겨도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정도로밖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개공지 활용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적률은 한번 올려받으면 사업시행자 입장에는 막대한 이익인데 (그 반대급부로 주어진 의무를) 공무원을 둬서 단속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 서울 시내 공개공지 가운데 시민이 실제로 이용 가능한 공간은 거의 없다. 이는 민간에 관리를 맡겼다가 실패한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일 서울시청에서 한강 리버버스 도입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일 서울시청에서 한강 리버버스 도입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 2월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녹색’을 강조했다. 100층 랜드마크를 건립하는 개발계획과 함께 “사업부지 면적 100%를 녹지로 확보한 친환경 수직도시로 조성하겠다”고 홍보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조성하겠다는 녹지의 30%는 세운지구와 같은 공개공지 형태다. 또 절반의 녹지는 건물 테라스·옥상·벽면녹화로 조성한다. 조성 녹지의 50%가 시민들이 걸어 다니며 일상적으로 느끼고 누리기 어려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서울시도 옥상에 만드는 녹지, 벽면에 조성한 녹지가 ‘녹지 공간’이 아니라고 본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 가이드라인에서 ‘옥상녹화와 벽면녹화는 입체 녹지공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옥상녹화는 ‘가로변에서 직관적으로 인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고, 상시 개방에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고 했고, 벽면녹지는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고 썼다. 구호로만 친환경을 외쳤다고 자인한 셈이다.

■한강 리버버스, 그 자체가 생태계 위협

서울시가 오는 10월부터 운영하는 한강 리버버스는 하이브리드 선박 도입 등을 내세워 친환경을 강조한다. 그런데 리버버스 자체가 한강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현재 한강에는 유람선 2대가 1일 평균 10회 운항한다. 리버버스는 평일 기준 15~30분 간격으로 하루 68회 다닌다. 기존 유람선 운항 횟수보다 7배 가까이 많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항주파, 선박의 소음 등으로 한강 생태계가 훼손되고 철새의 안식처가 사라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한강 자연성 회복 목표종인 큰 고니가 지하철 3호선 옥수역 근처에 등장했다. 옥수역 인근은 리버버스 선착장이 들어설 곳이다. 서울시는 올해 철새보호구역 지정·관리 예산도 8억6565만원에서 3억6500만원 깎아 5억65만원만 배정했다.

리버버스의 대중교통 분담률도 0.02%에 불과해 대중교통으로서의 탄소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 간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 또한 여럿 발견된다. 서울시는 지난날부터 남산 1·3호 터널의 일부 통행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승용차 운행을 부채질하는 조치다. 또 남산 곤돌라는 ‘친환경’을 표방하지만 환경 관련 심의를 건너뛰었다는 절차적 시비에 놓여 있다.

월 6만2000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기후동행카드는 ‘청년교통카드’로 불리는 게 타당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기후동행카드의 성격이 탄소저감 효과보다 교통복지에 가깝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이용자의 절반이 20~30대다.

월 40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할 때만 기후동행카드가 이득인 요금 구조는 승용차 이용자에게 높은 문턱이다. 많이 이용할수록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유인이 커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정기권’의 성격이 더 강하다. 탄소 배출 감소를 강조하는 ‘기후동행’의 이름 붙이기에는 정책 효과 검증이 더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 6일 개발제한구역 제도와 지정현황 등을 검토하는 용역을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시나 친환경 정책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행보다. 서울은 197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그린벨트가 지정된 지역이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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