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차학경 '전설'로 돌아오다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1982년 11월 31세로 뉴욕에서 요절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결혼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늦은 밤 사진작가였던 남편 리처드 반즈의 작업실을 찾아갔다가 백인 관리인에 의해 지하실로 끌려가 강간, 살해된 후 근처 주차장에 유기됐다. 이미 강간 전과가 두 번이나 있었던 살인범은 플로리다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잡혔다.

1982년 서른한 살 때 강간 살해당해

차학경은 생전 자신의 작업 핵심은 '언어'라고 밝혔다. 혀끝에서 발화되기 이전 언어의 뿌리를 찾는 것이 그의 관심사였다. 그는 나이가 들어 억지로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시각과 사고의 출발지점이 다른 이와 달랐다. 그는 "나의 지속적 관심을 끈 영역은 언어의 문법적 구조의 구문론"이라고 말했다. 구문론이란 쉽게 말해 단어의 배열과 분리, 반복 등을 통해 언어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차학경은 이 구문론과 연관된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9월 5일부터 10월 26일까지 서울 마포구 창전동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차학경 회고전'은 국내에서 마련되는 그의 첫번째 개인전이다. 2000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코리아메리아코리아'라는 제목으로 그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으나 이때는 강익중-권소은 등 다른 재미작가의 작품과 함께 한 자리였다.

이번 전시는 버클리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인 콘스탄스 르발렌이 기획해 2001년 첫 전시 이후 현재까지 미국 미술관을 순회했다. 쌈지스페이스는 6번째 순회지이다. 전시장에는 퍼포먼스 두 점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와 모니터가 세 개인 비디오 작품, 16㎜ 필름으로 완성된 영화, 설치, 모니터가 한 개인 싱글 채널 비디오, 아티스트 북, 드로잉과 함께 그가 살해당할 시점에 제작하던 미완성 필름인 [몽고로부터 온 하얀 먼지(White Dust from Mongolia)]에 관련된 자료까지 차학경의 다양한 작품이 총망라되어 선보인다.

9월 5일부터 쌈지스페이스서 전시

투명한 뚜껑이 달린 유리병과 글씨가 타자로 쳐진 종잇조각을 보여준 1980년 작품 [무제], 도장이 찍힌 엽서와 고무도장이 놓여 있는 1978년작 [Mot Cache(숨은 단어)], 1981년 당시 사진으로 본 마오쩌둥의 흰 방에서 받은 느낌을 옮긴 [La Chambre de Mao a′ 4 Heures(4시의 마오의 방)]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