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한국문학]작가와 독자 ‘소통의 창’ 트위터

마이크로블로그의 하나인 트위터에서는 날마다 50여 만 명이 한국어로 재잘댄다. 그 속에는 문인들도 있다. 문인들은 트위터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트위터는 개인용컴퓨터(PC) 또는 스마트폰으로 웹상에 140자의 단문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소통 수단이다. 문인들이 이 수단을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문인은 동료 문인을 포함한 지인이나 독자와 소통하는 데 트위터를 사용한다. 외부와의 소통이다. 다음으로 문인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데 트위터를 사용한다. 이때 트위터는 일기장이자 작가수첩 구실을 한다. 내부와의 소통이다.

소설가 이외수씨(@oisoo)는 독자와의 소통에 가장 적극적인 작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팔로어(22만여 명)가 있는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트위트(트위터에 쓰는 글)를 올린다. 20만 명이 넘는 팔로어와 활발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그가 트위터에서 하는 발언은 힘이 세다. 그 발언의 마법 같은 영향력에 빗대 ‘간달프’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다. 그동안 올린 단상 형식의 트위트 가운데 트위터 이용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반향을 얻은 것들만 모아 지난 4월에 출간한 단행본 <아불류시불류>는 그의 정력적인 트위터 활동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트위터는 작가들이 신간 출간 일정이나 작품 집필 소식을 알려 주는 통로로도 사용된다. 소설가 김탁환씨(@tagtag2000)는 “6월 24일, 집필을 시작합니다”라고 알렸다. 김씨는 “군자는 말에는 더듬거리고 행동에는 민첩하려고 한다”는 공자의 경구를 소개하며 집필에 열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소설가 김영하씨(@timemuseum)는 지난 6월 25일 “7월 출간을 목표로 그동안 쓴 단편들을 묶고 있습니다”라며 <오빠가 돌아왔다> 이후 5년 만에 단편집이 출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김씨의 트위터 활용은 새 책 출간 소식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새 책 제목을 트위터에서 공모했다. 그는 6월 2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새 단편집의 제목을 두고 고심 중이라며 세 가지 후보 가운데 하나에 투표해 달라고 부탁했다. 1번은 ‘한낮에 꾸는 무서운 꿈과 고귀한 신중함’, 2번은 ‘여행’, 3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였다. 투표에는 트위터를 이용하는 독자만이 아니라 동료 문인도 참여했다. 소설가 은희경씨(@silverytale)는 3번에 투표했다. 소설가 정이현씨(@yihyunchung)도 “3번 좋은데요!”라며 한 표를 던졌다.

문인들이 트위터에 갈무리해 놓은 일상의 기록과 단상들은 독자가 한 문인의 일상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은 창이 된다. 시인 김소연씨(@catjuice_)의 트위터 아이디는 특이하다. ‘고양이 주스’라니,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는 이가 많았는지 시인이 트위터에 답을 올렸다. “고양이를 갈아 만든 주스입니다. ‘외계인 알프’가 자기 별 사람들이 즐겨 먹던 주스랬어요. 사람들이 그걸 혐오스러워 했고 알프는 그 편견을 슬퍼 했죠.”

집필 중인 작가는 종종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소설가 김이설씨(@kim2seol)는 월드컵 조별 리그가 진행되고 있던 6월 23일 새벽에 “다섯 줄 쓰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다섯 줄이어서 더 힘든가? 축구장에서 뛰는 사람도 있는걸!”이라고 적었다. 김탁환씨는 비슷한 시기에 “퇴고란 내가 쓴 걸 보면서 잘못된 부분을 찾고 더 나은 문장으로 고치는 것. 집중해서 고치다 보면 몸의 기가 막 빠져나간다”고 썼다.

문인의 트위터는 때때로 소설이나 시의 한 구절을 옮겨 놓은 듯 문학적인 기운으로 충만하다. “새벽 두시 반, 책상 앞에서 일어나 차를 몰고 나간다. 어둠의 대기 속에 일정한 간격으로 끝없이 늘어서 있는 자유로의 가로등들, 누군가는 저런 풍경을 세계의 눈금이라고 표현했지. 그것들을 지나쳐가며 언젠가처럼 자유롭고 아련하고 피로하다.” 은희경씨가 6월 28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문인은 기본적으로 ‘쓰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읽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들의 트위터는 수없이 많은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산책로다. 김소연씨는 동료 시인의 시집에서 자신에게 깊은 울림을 준 시구를 꾸준히 올린다. 김탁환씨의 트위터에서 독자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와 허먼 멜빌과 헤르만 헤세의 문장을 만날 수 있다. 김영하씨는 스칸디나비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란 책을 추천했다. 시인과 소설가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세상에서 사는 이들일까. 둥근 공이 만들어 내는 열정의 월드컵 드라마에 마음 설레기는 문인들도 마찬가지다.

“전 지난 그리스전 때 오랜만에 독서를 두 권이나 했어요. 아주 안 볼 순 없고 계속 보고 있자니 너무 힘들고 그래서 책을 읽다가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흥분하면 얼른 티브이를 봤죠.”(공지영 @congjee) “축제는 끝났다. 양재천이나 느리게, 걸어야겠다, 천재적인 메시보다도, 가까스로 올라간 16강보다도, 뜨겁게 울던 정대세가, 가장 아름다웠다.”(소설가 이만교 @hunique2033) “축구를 보고 일어난 아침, 어머니가 나를 보고 말씀하신다. ‘눈이 퀭하구나’.”(시인 심보선 @bosobored)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