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노동계 | 조준호 VS 이용득

양대노총 투쟁노선 ‘화해 가능한 거리’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올해 쉰넷, 은행원(옛 상업은행) 출신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노총에서 ‘개혁’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개혁노선은 혁명을 통해 자본주의를 타파하자는 마르크시즘과는 거리가 멀다. 체제 내 개혁으로서의 노동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실리적 조합주의(Business Unionism)를 추구한다고 보면 적당하다. 목표를 위해 사회적 교섭을 적절히 활용하기도 하고, “노총 위원장인지 경총 회장인지 모르겠다”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자본을 유치하러 정부 관료들과 미국, 일본 등지로 투자설명회(IR)에 나서기도 한다.

이용득 위원장보다 다섯 살 아래인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1994년 노·경총 임금 가이드라인 합의에 반발, 당시 한국노총 점거농성을 주도했던 전해투 위원장 출신이다. 기아자동차 노동자인 그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기 노조 민주화와 임금인상을 위한 최초 대중투쟁을 주도해 구속, 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전투적 조합주의’를 지향하고 있지 않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사회적 교섭’ 등을 추진한 이수호 전 집행부와 궤를 같이한다. 거칠게 말해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현재 취하고 있는 노선상으로는 이용득 위원장과 ‘화해할 수 없는’ 괴리를 갖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장악력’이다. 이 위원장은 승부사 기질을 타고난 데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한다. 그야말로 ‘돌파형’이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8월 부산에서 열린 ILO 아태총회장에서 갑작스레 철수해 정부를 압박하더니 결국 지난 9월 11일 한국노총 뜻대로 노사관계 로드맵에 합의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철저하게 미리 ‘계산’된 전술이다.

반면 조 위원장은 임기 1년의 보궐집행부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지만 결단할 시기에 결단하지 못한다, 조직통합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배제’된 채 로드맵이 합의되기 전날인 지난 9월 10일, “예정된 일정”이라며 미국 출장길에 올라 주변을 의아스럽게 만드는가 하면, 그가 위원장이 되고 벌써 3번째 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단 한 차례도 ‘폐회’ 선언을 하지 못하는 오점도 남겼다. 물론 한국노총에 비해 더 많은 의견그룹이 존재하고 ‘민주성’ ‘자주성’을 강조하는 조직 내부 기풍을 감안하더라도 ‘집안 단속’도 하지 못하는 위원장의 대외 발언력,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이 위원장은 ‘개인’이 뉴스메이커가 되는 반면 조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과 함께여야만 뉴스메이커가 되는 이유다.

이정희<매일노동뉴스 기자> goforit@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