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권 포털 길들이기 나섰다

심재철·권영세 의원 등 입법발의… “포털도 사회적 책임 져야”

노무현 대통령이 6월 1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대표 초청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4월 한 일간지에 ‘MBC도 포털에 백기투항’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방송3사 가운데 유일하게 포털에 뉴스 콘텐츠를 팔지 않던 MBC가 4월 1일부터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저녁 9시에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등 주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는 소식이었다.

언론이 포털에 뉴스를 파는 행태를 두고 ‘뉴스 헐값 공급’ ‘제살 깍기’라는 입장을 견지하던 MBC마저 포털의 파급력을 인정하고 뉴스를 내놓았다는 소식은 심정적으로나마 MBC를 지지하던 많은 언론인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포털에 찍혀 좋을 게 없다’ 인식

이처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언론권력화’는 오래된 이야기다. 네이버뉴스나 미디어다음 등 주요 포털뉴스의 방문자 수는 조·중·동의 닷컴사이트 방문자 수를 크게 앞질렀다는 소식도 이미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포털이라는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았다. 특히 정치권의 경우 ‘포털에 찍혀서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포털의 언론권력화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우수수’ 표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텐데 누가 그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대표적 사례로 제시한 것은 지난해 ‘우상호 열린우리당 의원 사건’이다. 당시 우 의원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책임강화규정 등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해 문광위를 통과시켰다.

우 의원의 취지는 네티즌이 저작권법에 대한 무지로 선의의 범죄자로 몰리는 현실을 감안해, 실제로 불법 저작권 정보 유통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인터넷업체에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해당사자인 인터넷업체, 즉 포털의 반발이었다. 우 의원의 입법안 자체가 다소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기는 했지만, 당시 포털에는 ‘메신저 파일 교환, 이제는 못하나’ 등 우 의원에게 불리한 기사만 집중적으로 걸렸다. 그리고 해당 기사에는 당연히 우 의원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 수 1000개가 줄줄이 따라붙었다.

우 의원은 물론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 등까지 나서서 우 의원의 발의안에서 사용한 ‘전송’이라는 단어의 법적 개념에는 메신저와 메일 등이 절대로 해당되지 않는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포털에서 우 의원의 해명이 실린 기사를 찾기는 힘들었다.

이런 마당에 최근 정치권에서 포털의 언론화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심재철·권영세 의원과 민주당 이승희 의원 등은 입법발의를 통해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심재철 의원은 6월 19일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동료 의원 18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제출했다. 이승희 의원 역시 포털사이트를 인터넷 신문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포털 정치적 편향성 보여”

두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의 내용은 조금 다르다. 심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포털사업자가 언론사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와 제목을 자의적·선정적으로 편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많이 본 기사’ 등의 방법으로 조회 횟수를 임의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제재조항도 삽입했다.

이 의원이 추진 중인 개정안은 포털사이트를 아예 인터넷 신문으로 규정하자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현행 인터넷 신문 규정의 ‘독자적 기사 생산’ 항목을 삭제해 포털사이트를 인터넷 신문으로 정의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터넷 신문은 ‘독자적 기사 생성이 있어야 하고 취재기자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또 자체 기사 생산비율도 전체의 30% 이상이라야 한다.

이 의원측 관계자는 “현행 신문법에 따르면 기사의 대부분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로부터 공급받는 조선닷컴과 동아닷컴도 인터넷 신문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현재의 신문법은 처음부터 포털을 신문법의 테두리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개별적 입법 발의 이외에도 최근에는 문화관광위원회(문광위)에 소속 위원까지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광위 소속의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6월 26일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권력화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정보기술업체를 모기업으로 하는 포털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일부 포털은 이미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6월 29일 자유언론인협회(회장 양영태) 주최로 열린 ‘포털사이트의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입법 토론회’에 참석한 변희재 런아시아넷 대표는 “이미 국민은 포털사이트를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고 포털도 편집기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인터넷 신문 요건에서 ‘독자적 기사 생산’ 항목을 빼 포털사이트를 신문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대표는 “그동안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포털사이트의 눈치만 보던 정치권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만 해도 큰 발전”이라며 정치권의 최근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