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차일드44 -‘사회주의 낙원’의 연쇄살인

제목 차일드44

영제 child44

원작 차일드44 (톰 롭 스미스 작)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출연 톰 하디, 게리 올드만, 누미 라파스, 뱅상 카셀

상영시간 137분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국내개봉 2015년 5월 28일

이건 러시아 버전의 「LA 컨피덴셜」인가.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이다. 러시아 이전, 소비에트연방에서 연방경찰이 탄생하게 된 흑역사쯤으로 읽힌다. 흥행? 그건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각본의 퀄리티도 떨어지지 않는다. 원작 추리소설은 출간(2008년)되자마자 주요 상을 휩쓸었다. 우연히도 이 영화의 주연배우(톰 하디)가 역시 주연을 맡은 다른 영화가 흥행몰이를 하는 중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다. <매드 맥스>가 미친 영화 소리를 듣는데, 진짜 ‘광기’를 묘사한 영화는 사실 이 영화, <차일드44>다.

<차일드44>는 스탈린 시절 벌어진 연쇄살인범을 쫓는 비밀정보국 요원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한 경구를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천국에는 살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천국? 소비에트 사회다. 아마 이런 논리였을 것이다. 살인은 계급사회의 산물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시기를 지나 완성된 공산주의 사회에 들어서면 살인과 같은 낡은 계급사회의 부조리는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스탈린이 저런 교시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저 ‘테제’에 따라 살인사건은 공식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어둡다. 어느 날 동료가 스파이로 끌려가는 일이 있어도 절대로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 비밀정보국이 스파이를 찾아내는 방법은 단순무식하다. 고문과 처형이다. 실제로 저랬을까. <차일드44>의 배경이 스탈린 시대의 소련이라고 하지만 러시아 영화가 아니라 미·영 공동제작 영화이고, 실제 주·조연 배우들 중 러시아 배우가 없는 점은 재미있다. 영화의 보도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외지에 언급된 영화 소개를 보니 영화에서 묘사된 역사적 사실을 두고 러시아 측과 많은 갈등을 빚은 모양이다. 러시아나 구 소비에트연방에 해당하는 나라들에서 이 영화는 극장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도입부에서 영화는 그 유명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제국 의회를 둘러싼 나치 군대와 소비에트 군 사이의 공방전을 그린다. 그리고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 한 장의 사진. 제국의회 깃대에 내걸리는 소비에트 깃발. 영화는 주인공 레오와 알렉세이(파레스 파레스 분)가 그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그 사진 덕분에 인민영웅이 되고, 그 경력 덕분에 비밀정보국 엘리트 간부가 된다. 물론 픽션이다. 그런데 약간의 ‘사실’이 섞여 있다. 영화 상에서 원래 그 붉은 깃발을 드는 건 알렉세이의 몫이었다. 그런데 그가 손목에 주렁주렁 차고 있던 시계(소련군이 약탈한 시계 이야기는 지구 반대쪽 한반도의 북쪽이 무대로 나오는 반공 스토리에서도 유명한 소재다) 때문에 시계를 차지 않은 레오가 깃발을 들게 된다. 실제 사진 속 소련 병사가 차고 있던 시계가 스캔들을 일으켰고, 수정되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

터치스크린

영화에서 주인공 레오와 맞선 비열한 출세 지향자이자 냉혈한으로 묘사되어 있는 사람의 이름이 하필이면 바실리인데, 실제 역사 속 베를린 전투에서 독일 측의 베를린 방어 총사령관 바이틀링에게 항복을 받아낸 맹장의 이름이 바실리 주이코프다.(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바실리는 독일군 기관총에 맞서 부들부들 떨며 꼼짝 못하는 겁쟁이로 묘사되어 있다)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된 연쇄살인범 역시 실제 존재하는 모델로부터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로스토브 살인마’로 알려진 안드레이 치카틸로다. 영화에 묘사된 몇몇 살인은 확실히 최소 52명을 살해한 그의 행적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 치카틸로의 연쇄살인은 1978년부터 1990년 사이였다. 역시 스탈린 철권통치와는 거리가 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