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위플래쉬-전율과 역동성 충만한 성장영화

(주)에이든 컴퍼니

제목 위플래쉬 (Whiplash)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6분

장르 드라마

감독 데미언 차젤

출연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폴 라이저

개봉 2015년 3월 12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어려서부터 최고의 드러머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가지고 살아온 대학생 앤드류(마일스 텔러 분). 꿈에 그리던 유명 음악학교에 입학했지만 스스로를 혹독하게 단련해야 하는 빡빡한 일상과 드러머의 가치를 폄하하는 주변의 냉소적 시선은 그의 열정과 노력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어느 날 그는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음악가이자 난폭한 독재자이기도 한 플렛처(J.K. 시몬스 분)의 눈에 띄어 밴드에 합류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인격 모독은 물론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플렛처의 몰인정한 교육 방식은 앤드류에게 발전적 자극을 넘어 광기를 이끌어내는 지경에 이른다.

연출을 맡은 데미언 차젤 감독은 1985년생의 젊은 신예로 각본가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장편 시나리오 <위플래쉬>는 제작자들 사이에 가능성 있는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연출 성공작이 없었던 탓에 영화화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시나리오의 일부를 발췌해 동명의 18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2013년 선댄스 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호평을 이끌어내 장편의 영화화를 실현하게 되었다. 장편 역시 19일의 촬영과 10주 동안의 후반작업이라는 초단기 제작기간을 기록해 주변을 놀라게 했는데, 이 작품 또한 2014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거머쥐었다.

선댄스 영화제의 애정이 증명하듯 <위플래쉬>는 현대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작품이다. 매우 빠르고, 과격하며, 단순하고, 자극적이다.

예술가적 기질을 증명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한 젊은이와 그의 재능을 최고로 이끌어내려는 스승의 가르침은 으레 녹록한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영화는 전혀 뜻밖에도 스릴러를 보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시작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집요하게 유지되는 긴장감은 보편적 행동기제를 벗어나 과격한 선택과 실천을 마다않는 등장인물들, 잠시도 정형성을 용납지 않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 전개, CF를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촬영과 편집 등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기인한다.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붉은 선혈은 이런 영화적 특성을 집약적으로 대변하는 이미지다. 그렇지 않아도 드세게 밀어붙이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감정적 대립은 노골적인 붉은 피를 통해 관객들의 정서를 극단적인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많은 악기들 중 영화 소재로 전면에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었던 드럼의 환상적인 연주 장면들도 보는 이의 심박을 더욱 숨 가쁘게 만드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런 총체적 요소들로 인해 영화는 끊임없이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관객들은 한 인간의 노력과 성취를 느긋하게 조망하며 사색하는 여유는 충족할 수 없게 됐지만, 대신 다른 장르에서나 기대할 수 있었던 의외의 전율과 역동성을 흠뻑 즐길 수 있다.

터치스크린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위플래쉬>에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악상 등 3개 부문을 안겼다. 세 부문 모두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 중에서도 폭군 교수 플렛처를 연기한 J.K. 시몬스의 남우조연상 수상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편집장 역으로 기억되고 있는 시몬스는 TV 영화의 단역으로 시작해 거의 30여년 동안 150편에 육박하는 작품에 출연한 연기 경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상이 그에게 연기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제공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