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킬 유어 달링-뉴 비전 시대의 젊음들

(주)수키픽쳐스

제목 킬 유어 달링 (Kill Your Darlings)

제작연도 2013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4분

장르 드라마

감독 존 크로키다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데인 드한, 마이클 C 홀

개봉 2014년 10월 16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제목인 ‘킬 유어 달링’은 저명한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가 한 말의 일부이다. 영화 속에서 직접 언급되기도 하는데, 단순한 인용을 넘어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사건을 은유하는 다중적 함의로도 현명해 보인다. 원문은 ‘In Writing, You Must Kill Your Darlings’이다. 글쓰기를 할 때 작가는 개인적인 애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창작자의 기본자세에 대한 조언이다.

유명 시인인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청년 앨런 긴스버그(다니엘 래드클리프 분)는 대학에 진학하며 인생의 첫 자유를 경험한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그의 어눌한 대학생활은 말쑥한 외모와 자유분방한 매력을 지닌 루시엔 카(데인 드한)의 등장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이내 친밀해진 두 사람은 다른 동료인 윌리엄 버로우즈(벤 포스터 분), 잭 케루악(잭 휴스턴 분) 등과 함께 뉴욕 시내와 변두리 지역을 방황하며 새로운 문학운동 ‘뉴 비전’을 실행하기로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기존 체제를 전복하는 반항적 일탈행위들은 구설수에 오르고, 급기야 루시엔의 비밀스런 과거와 연루된 비극적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들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실존인물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영화들도 꾸준히 제작된다. 남다른 배경을 가졌거나, 이로 인해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이들의 모습을 엿보는 것 자체가 관객의 관음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또 그들로 인해 전환을 맞은 역사의 한 지점을 목도함으로써 학구적 욕구도 충족할 수 있으니 충분히 매력적이라 하겠다.

대략적인 줄거리에 언급된 익숙한 인물들의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 <킬 유어 달링>은 1950년대 소위 ‘비트 제네레이션’이라 명명되었던 일군의 사회경향을 촉발한 문화운동 뉴 비전의 시발을 다루고 있다. 유사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규모보다는 인물들의 소통과 감정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익히 보아왔던 영화들과 비교해 캐릭터의 창조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이렇다 할 새로움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특히 인물들의 기행을 촉발했을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철저히 거세한 채 오직 개인사와 인물들의 특별한 감정에만 집중하고 있어 다수의 공감대를 얻기에는 더욱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한계를 아는지 홍보사는 출연 배우들의 매력을 앞세워 청춘물을 소개하듯 작품을 광고하고 있다. 솔직히 출연 배우들의 면모는 이 영화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요소이고 부각시킬 만한 강점임은 사실이다. 지난 10년 동안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연을 맡으며 우상이 되었던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동성애 연기는 꽤나 파격적으로 보인다. 또 마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귀족적 외모로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남자배우로 떠오른 데인 드한은 압도적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여기에 악랄한 범죄자들을 찾아 처단하는 연쇄살인마를 다룬 TV 시리즈 <덱스터>로 명성을 얻은 마이클 C 홀도 이전까지와는 다른 순정파 연기를 보여줘 인상적이다.

터치스크린

연출을 맡은 존 크로키다스는 2000년 즈음 대학시절 내놓은 단편영화 두 편이 이력의 전부인 늦깎이 감독이다. 당시 단편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기억되지만 이후 눈에 띄는 영화계 활동이 전무했던 것을 고려해보면 이 정도면 충분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할 만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