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인 기자의 생활 속으로]긴급생활지원금 실제 써보니…

파주 거주 기자의 체험기, 신청부터 지역페이 수령 후 사용까지

지난 4월 25일 토요일 초저녁, 가족과 함께 호기롭게 집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미리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짜장면 맛집. 그냥 중국집은 아닙니다. 3인 기준 특제 짜장면 한 접시가 2만1000원. 여기에 같이 파는 매운 돼지갈비찜 역시 3인 기준으로 2만7000원. 합쳐서 5만원 가까운 가격이니 조금은 부담됐습니다. 맛집에 도착하니 인산인해입니다. 아직 7시가 안 되었는데도 준비한 재료가 모두 소진되었다는 겁니다. ‘생활 속 거리 두기’는 딴 세상 얘기 같았습니다.

4월 29일 오후, 파주 문정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파주시가 지급하는 긴급생활안전자금을 받기 위해 주민이 상담하고 있다./정세현 제공

간장게장 무한리필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성인 1인 기준 1만9000원. 역시 부담되긴 합니다. 거기도 영업 마감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평소 봤을 땐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이날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된 첫째 주 주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가족도 저처럼 지급된 돈을 믿고 모처럼 외식하러 나온 걸까요.

기자는 경기도 주민입니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재난기본소득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받을 다른 시·도 주민도 참고했으면 해서 체험기를 씁니다. 그렇다고 돌아오는 길에 본 다른 가게 사정이 다 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의 ‘분수효과’는 어려운 사람들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걸까요.

재난기본소득, 실제 효과는

경기 파주에 사는 기자는 4인 가족입니다. 경기도에서 지급하는 돈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1인당 10만원입니다. 그러니까 총 40만원입니다. 크다면 큰돈입니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홈페이지(https://basicincome.gg.go.kr)에 들어가 신청받기 시작한 이튿날(4월 21일) 자정 무렵에 받았습니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 부모가 대리신청을 할 수 있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인을 받아 대리신청이 가능합니다. 우리 가족은 경기도 지역화폐로 받았는데 신청을 하면 신용카드로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받은 지역화폐는 ‘파주페이’입니다. 신용카드로 받는 경우에도 아무 데서나 쓸 수 없습니다. 김남준 경기도 언론비서관의 말에 따르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만 사용가능하고,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업소나 사행성 업소, 유흥주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백화점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경기지역화폐가 사용가능한 곳이면 가능합니다. 경기지역화폐(http://www.gmoney.or.kr)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맹점 리스트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리스트만으로 제 생활반경 주변에서 어디가 사용가능하고, 어디가 불가능한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너무 많아 찾기 불편합니다. 김남준 비서관은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리스트보다 네이버나 카카오맵에서 ‘경기지역화폐’로 검색하면 자기가 있는 곳 주변의 사용가능처가 나온다”고 ‘팁’을 알려줍니다. 아내의 ‘귀띔’에 따르면 유용한 정보팁을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는 다음이나 네이버에 개설되어 있는 지역맘 카페입니다. 평소에도 맛집이나 가볼 만한 장소, 좋은 품질을 싸게 살 수 있는 가게 등의 지역 정보가 공유되는데, 재난기본소득 활용과 관련된 ‘팁’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경기도 재난지원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파주시의 경우 ‘긴급생활안정지원금’이란 이름으로 또 모든 시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합니다. 4인 가족이므로 이것 또한 40만원입니다. 여기에 현재 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이상 가구)을 5월 11일부터 신청하면 13일부터 소비쿠폰·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받게 됩니다. 정부지원금도 여러 지역화폐처럼 골목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 가족식사는 실패했지만 일요일 점심, 전날 가려던 중국집에 가서 식사하고 파주페이에 들어온 경기도 재난지원금으로 카드 결제했습니다. 지출금은 5만2000원. 제 앞으로 나온 경기도 재난지원금은 절반 이상 쓴 셈입니다. 김 비서관에 따르면 원래 경기도 재난기금에서 지출된 것이기 때문에 지급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도 예산으로 환원된다고 합니다.

경기도 재난지원금의 경우 저희는 온라인으로 신청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주민센터나 농협에서도 신청을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파주시의 생활안정자금은 4월 마지막 주부터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와는 별도로 인적사항 확인 후 10만원씩 들어 있는 농협선불카드를 배부하는 식으로 지급됩니다. 저와 아이들을 대리해 아내가 카드 4장을 받아왔습니다. 특이한 점은 주민센터까지 가지 않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까지 출장을 와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파주시 일자리정책팀 한주연 주무관에 따르면 파주시의 경우 공무원 300명을 포함, 자원봉사자까지 580명이 투입되어 125군데에서 접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돈을 찾아가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한 주무관의 말입니다. “일단 한차례 지급이 끝난 다음 5월 중으로 안 찾아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계획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같은 분들은 지원금 지급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경기도도 5월부터 재난지원금을 안 받아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파주시생활안정자금은 지난 4월 27일부터 지급을 시작했는데, 이틀 만에 30%가 받았습니다. 공적 마스크처럼 생일에 따라 요일별로 지급일이 나눠져 있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1주일 이내에 약 70%가 받아갈 것으로 파주시 측은 보고 있습니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쉽게 기부할 방법 없나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모두 더하면 180만원을 받는 셈인데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 아들은 자기 앞으로 나온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해 미용실에 가서 커트(1만원)를 하고 왔다고 합니다. 지난달 아들을 데리고 미용실에 가보니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업에 꽤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았습니다. 코로나 국면에서 당장은 저 같은 월급쟁이가 받을 타격보다는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일용직 타격이 더 크겠죠. 긴급재난지원금의 정책효과에 대해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상공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돈이 돌아 소상공인에게 연결되어 있는 농부나 유통업계에서 더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가게 되니 더 좋은 것 같다.” 공급자에게 직접 돈을 지원하면 돈이 풀리지 않고 묶일 수도 있는데, 한시적으로 돈을 다 쓰도록 소비자에게 지원하면 임시방편 격이지만 돈이 돌게 되어 긴급한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이용하지 않고 마트쇼핑이 일상이었던 젊은 사람들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마트 밖의 ‘싸고 질 좋은’ 상품들을 지역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연습기회도 되는 것 같습니다.

받은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할 수도 있을까요. 기자가 살고 있는 파주시 측에 물어봤습니다. 현재까지는 지원금을 그대로 기부하는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파주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그러나 받은 지원금을 바로 기부할 방법은 없는지 문의가 많기 때문에 좀 더 쉽게 기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