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구글과 오라클, 두 공룡의 전쟁, 이유는?

2010년 오라클이 선을 인수·합병하였고, 오라클은 선언 구문에 해당하는 7000줄을 그대로 사용한 것, 패키지의 구조, 순서 및 조직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 저작원 침해라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기린 두 마리가 싸우는 장면이 나왔다. 온순해 보이는 기린이지만 자기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사람도 그렇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들 사이에서도 때론 치열하게 맞붙는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다툼을 통해 불명확했던 것들에 대한 기준이 생기기도 한다.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경향신문 자료사진

API 패키지를 유료 또는 무료로 제공

구글과 오라클, IT 업계에서의 거대 공룡이다. 공룡 두 마리가 10년 가까이 치열하게 싸웠다. 무대는 법원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바’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다. 1996년 미국의 선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Inc.)가 개발했다. 자바의 모토는 ‘write once, run anywhere(한 번 코드를 작성하면 어떤 곳에서도 작동된다)’였다. 기존 컴퓨터 프로그램은 플랫폼에 따라 컴파일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환경에 맞게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지만, 자바는 위 모토대로 하드웨어 조건 등에 구애 받지 않고 한 번 프로그램을 만들면 다양한 기기에서 응용 프로그램이 호환 작동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자바는 매우 인기있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개발 플랫폼이 됐다.

‘선’은 자바를 이용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모든 기능을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가 없도록 특정한 기능에 대하여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라는 선이 미리 만들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패키지(package)-클래스(class)-메소드(method)’로 구성된 API가 있으면 프로그램 개발자는 한결 편하게 자신이 생각한 기능을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이러한 API를 활용하는 과정을 도서관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에 비유하자면 API는 도서관에 해당하고, 각 패키지는 도서관의 책장, 클래스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 메소드는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는 ‘장(how-to-chapter in a book)’에 해당하므로, 자기가 필요한 기능이 있을 때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다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2개의 수를 비교해 더 큰 수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을 프로그래머가 직접 만들 필요 없이 ‘java.lang.Math.max’라는 API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처음 선이 자바를 내놓았을 때는 8개의 패키지로 API가 구성되어 있었으나, 2008년에는 패키지가 166개로 늘었다.

선은 자바 API 패키지를 세 가지 라이선스로 구분하여 유료 또는 무료로 제공하여 왔다. 첫 번째는 GPL이었다. GPL은 오픈소스 라이선스인데, GPL로 배포된 소프트웨어를 자신이 자체 개발한 소스코드와 결합하여 사용할 경우 자신이 자체 개발한 소스코드도 모두 공개한다는 조건으로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specification license’라는 것이었다. 자바 API 패키지의 선언 코드와 구조를 이용할 수 있지만 특정 기능에 대한 구현 코드(implementing code)는 직접 작성해야 하는 라이선스이다. 마지막으로 상업용 라이선스가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자신이 수정한 부분의 소스코드를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구글은 선과 라이선스 협상을 하면서 안드로이드 프로그램이 자바의 가상 머신 및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되어야 한다는 선의 요청을 거절하였고, 이에 선은 ‘일단 한 번 작성된 프로그램은 모든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바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구글에 자바 라이선스를 부여하지 않았다.

협상이 결렬되자 구글은 자바의 가상머신과는 다른 자체 가상머신(dalvik)을 개발하고, 자바가 제공하는 API의 기능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다만 37개의 패키지에서 7000줄에 이르는 선언 코드(클래스나 메소드의 이름)를 그대로 복제하였고(이는 전체 코드의 3%에 해당한다), 해당 패키지의 구조, 순서 및 조직(structure, sequence and organization)을 그대로 복제하였다.

그런데 2010년 오라클이 선을 인수·합병하였고, 오라클은 선언 구문에 해당하는 7000줄을 그대로 사용한 것, 패키지의 구조, 순서 및 조직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 저작원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즉 자바에서는 ‘java.package.class.method()’의 형식을 지켜야 하는데 이러한 명령 형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 저작권 침해라는 것이다.

구조, 순서 등에 대한 저작권 인정 논란

이 소송은 과연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구조, 순서 및 조직에 대하여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하여 많은 논쟁을 낳았다.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랐고, 대법원까지 갔다가 또 다른 쟁점에 대하여 판단을 받느라고 올해 3월에서야 결론이 났다.

먼저 1심에선 7000줄에 이르는 선언 구문들이 짧은 명령어로 구성되어 있고,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선언 구문을 달리 표현하기도 어렵다며, 이에 대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저작권법에서 인정되는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에 따른 것이다. 저작권법의 기본 이념은 같은 아이디어라도 다르게 표현하도록 하여 문화를 융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아이디어의 표현방법이 유일하거나 매우 제한된 경우에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작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1심법원은 ‘java.lang.Math.max’라는 자바의 표현에서 클래스 이름을 ‘math, max, lang’이라고 한 것이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이라고 보았다. 또한 구조, 순서 및 조직, 즉 자바의 메소드 분류체계는 시스템의 작동방법으로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고, 안드로이드 출시 전 이미 수많은 자바 응용 프로그램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 호환되게 하려면 이와 같은 복제는 불가피하였다며 저작물성 자체를 부정하였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오라클은 2심에서 선이 자바를 처음 만들었을 때로 돌아가 볼 때 위의 코드를 ‘Math.maximum’ 또는 ‘Arith.larger’로 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구글이 복제하는 시점에서 보면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수 있지만 선이 처음 만들었던 시점에서 보면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었으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률 프리즘

또 2심법원은 1심과 같이 명령구조, 동작시스템 등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은 결국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며, 구조, 순서 및 조직도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고 하였다. 호환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은 공정이용에서 판단하면 될 일이지 저작권의 보호대상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는 아니라고 하였다. 이처럼 법률의 보호대상이 맞는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는데, 2015년 6월께 미국 대법원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맞는지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하면서 일단락이 되었다. 이제 공은 과연 이러한 이용을 공정이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따지는 2라운드로 넘어갔고, 최근 결론이 나왔다. 결과는? 공정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