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구원파 교인들 어떻게 지내나

세월호 이후 교회 이미지는 물론 개인들의 삶도 침몰 호소

“우리는 인간 쓰레기가 됐죠. 엄청나게 고립됐어요.” 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교인의 말이다. 또 다른 교인은 “지금 와서 우리 입장을 전달해준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2014년 6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이 경찰 수색에 항의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구원파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 오후 3시께다. 구원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인들은 뉴스를 통해 구원파와 세월호의 접점을 알게 됐다. 그 날 교인들 사이에서는 “저 배가 우리 배라고?”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구원파와 세월호 사이에는 여러 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4년이 지났다. <주간경향>이 만난 구원파 교인들은 ▲청해진해운의 부실한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선원들 ▲차명으로 해놓았던 교회 재산 등에 대해서는 “잘못한 부분이 있고 잘 몰라서 그렇게 운영했던 것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들은 세월호 이후 구원파라는 이유 하나로 무너진 개인들의 삶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대균 ‘호위무사’로 불렸던 박수경씨는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교회에도 잘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인은 “박씨는 유대균씨 부인과 절친한 사이이고 원래 교회에서 비슷한 또래끼리 어울렸다”며 박씨가 유씨의 도피를 도운 배경을 설명했다. ‘구원파 연예인’으로 알려진 전모씨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해 지인들이 집을 찾아 전씨를 돌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인들은 일반 교인들의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인은 “세월호 이후, 평상시에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던 분들은 오히려 더 잘 나오고 뜸했던 분들은 아예 안 나온다”며 “구원파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사회에 나가면 어울리지 못하니까 계속 우리끼리 모이는 거고, 그나마 덜 알려진 사람은 교회를 떠난 거다.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명예회복 위해 진상규명 나름대로 노력

이들이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참사 진상규명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교회의 이미지 회복과 교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해서라도 참사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관련된 연구용역을 맡기기도 했다.

참사 직후 실소유주 논란부터 유 전 회장의 사망까지 일련의 일들이 불가능한 속도로 일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교인은 “참사 며칠 만에 유 회장 일가의 재산내역이 다 밝혀졌고 수배가 내려졌다”며 “구조와 수습으로 정신이 없던 급박한 상황에서 이런 흐름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 흘러갔다고 해서 청해진해운의 부실한 관리, 유대균씨와 유섬나씨의 배임과 횡령 등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실제 교회 안에서도 유 전 회장 자녀들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인은 “유 전 회장 자녀들은 교회에서 큰 역할을 맡지 않았다. 그동안 호의호식한 건 사실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고… 실력 유무를 떠나 교회 관련된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잘못이 있는 것과 고의로 배를 침몰시킨 것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 교인은 “구원파의 사회적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며 “우리는 사회와 단절되고 싶지 않다.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는 게 성경의 가르침인데, 지금 사회 분위기를 극복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한 세월호 유가족은 “국민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구원파가 이용됐다는 생각은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면 국정원과 세월호의 연관성 논란이 일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구원파는 많은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