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2017년 올해의 인물, 문재인 대통령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재인으로 결론나기까지. 2017년, <주간경향>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봄까지 촛불, 탄핵,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돌릴 적임자로 꼽은 사람은 문재인이었다. 단순히 과거에 대한 회고가 아니다. 5월 10일부터 지난 7개월뿐 아니라, 2018년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서도 그의 역할은 중요하고,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책상 위, 한 장 남은 탁상달력에서 12월 20일 수요일은 빨간 날로 표기돼 있다. 아래에는 조그마한 글씨로 ‘19대 대통령 선거일’이라고 적혀 있다. 원래대로라면, 12월 셋째 주는 대통령 선거 막바지다. 아다시피 이미 대선은 지난 5월에 치렀다.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늦봄에 치러지게 된다.

그리고 그 후 7개월. 우리는 이제 막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 광화문과 전국 주요 도시 번화가를 달궜던 촛불을 관통하는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게 나라냐.” 그리고 지난 7개월.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게 나라다”라는 것을 보여줬다. 5·18 37주년 기념사, 세월호 인양과 유가족들에 대한 배려, 지진이 난 포항지역 수험생을 고려한 수능 연기. 어찌 보면 작고 사소한 것이었다. 대단한 결심이나 자원을 필요로 했던 일도 아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응당 했어야 하는 일들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촛불을 들고 있다. / 21세기북스 제공 ⓒ김수진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5월 9일 저녁, 광화문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선 문재인 당선자의 일성(一聲)이다.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나라를 나라답게’라고 한다면 그 나라가 어떤 나라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상징이나 철학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여기서 ‘나라다운 나라’는 ‘정의로운 나라’다. 진보뿐 아니라 중도보수까지 포괄할 수 있는 국정운영의 기본적 원칙은 정의의 원칙에 기반해 사회제도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획분과에 참여해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는 지금까지는 비교적 성공적인 운영이었다. 그렇다면 내년엔? “정의로운 나라의 기반 위에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내는 과제가 문재인 정부에 주어져 있다. 불평등 완화가 정의로운 제도 재구성과 함께 또하나의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될텐데, 이것을 얼마나 속도감이 있게 해내는가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혁신성장’이 단지 담론이나 구호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정책적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청와대는 대통령과 참모진으로 구성된다. 부통령이 없는 한국의 대통령 체제에서 대통령의 바로 아래에서 청와대를 책임지는 인사는 비서실장이다. 참여정부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의 투톱체계였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비서실장 밑에 차관급인 정무·민정·사회혁신·국민소통·인사수석이 있고, 정책실장이 일자리·경제·사회·균형발전 수석을 지휘하는 체계로 되어 있다. 실장이 2명, 수석·보좌관 10명, 41명의 비서관을 포함해 총 443명이 일한다. 수석들과 비서관들이 일하는 곳은 3동으로 구성된 여민관이다. 차관급인 수석 아래 수석비서관실에는 1~2급 비서관과 3~5급 행정관, 6급 이하의 공무원이 한 팀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문재인 정부 vs 참여정부 청와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각 비서실로 들어간 청와대 근무자들을 여럿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출근시간은 이르면 오전 6시, 늦어도 오전 7시다. 주말도 따로 없는 고역이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보면 원론적 답변이 돌아온다.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켜야 하니까요.” 모범답변이다.

가장 핵심은 민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참여정부에서 맡은 첫 직책이 민정이었다. 인사수석이 별도로 있지만 인사 추천과 검증을 총괄하는 부서다. 그 외에 정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틀 후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조국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지휘도 인사에도 관여 안 한다”고 밝혔다. 민정 본연의 일인 검증만 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 민정수석실에서 일한 인사들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상적인 언급”이라고 말한다. DJ·참여정부 두 정부에 걸쳐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실무경험자의 말이다. “청와대가 자유를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다. 문제는 적폐세력에도 자유를 줬다는 것이다.”

조국 수석이 언급한 원칙은 현재까지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움직이지 않는 윗선’에 손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인사들은 당 출신 청와대 인사들로 알려지고 있다. ‘적폐청산’ 작업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총괄하고 있다. 대선 전, 총괄기조를 적폐청산으로 할 것이냐, 국민통합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내부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논쟁의 결론은 적폐청산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 닦는 절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대한 참여정부 고위직 인사의 말이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분위기’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참여정부 때 분위기를 주도한 사람은 아무래도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토론을 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다가도, 실없는 농담도 툭툭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가끔 아재개그 같은 걸 안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너무 진지하다. 조국 수석도, 임종석 비서실장도.” 너무 ‘진지모드’이다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인사의 진단이다.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집무실에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과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을 1면에 다룬 24일자 신문들이 놓여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에 설치된 국민일자리상황판 앞에서 보좌진에게 현황을 직접 설명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 본인의 캐릭터도 일조한다. 문 대통령은 2004년 청와대를 떠나 잠시 야인생활을 하던 시절,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면서 담배를 끊었다. 노 대통령은 담배를 빌린다는 명목으로 자주 비서관실을 들락거렸다. ‘담배타임’은 자유로운 의견교환 시간이었다. 과거 부산지역 환경운동에 관여했던 문 대통령은 골프도 치지 않는다. 자전거도 타지 않는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이것이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인 <문재인의 운명>에 따르면 참여정부 시절 매주 금요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정·청 핵심인사’ 8인 만찬모임이 열렸다. 당에서는 당의장과 원내대표, 정부에서는 당시 장관을 맡고 있던 정동영·김근태·천정배·정세균 등 두세 명,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정책실장과 문재인 수석이었다. 대통령도 가끔 “얼굴이나 봅시다”라며 이 자리에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현재까지 이런 정례모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때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서도 일단이 드러났듯, 참여정부 청와대 내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의견그룹이 형성되어 있었고, 이견이 보장되어 있었다.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논란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내 ‘보수’와 ‘진보’ 그룹이 자신의 소신을 기탄없이 밝히고 토론을 벌이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토론’ 사라진 朴청와대… 문재인 정부는?

토론이 사라진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다. 적막강산이었다. 결국 “이게 나라냐”는 구호가 터져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기행(奇行). “장관이나 수석들은 물론 비서실장조차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는 정권 초부터 나온 소문은 사실이었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논란 두 달 전부터 매주 수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은 공백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비서관이나 행정관을 만나도 대통령의 ‘일상’에 대해 새어나오는 이야기는 없다. ‘소문’ 자체가 없다.

지난 9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었다. 유엔총회 연설을 하러 비행기 트랩에 선 문재인 대통령 부부 사진이다. 문 대통령의 오른쪽 머리 부분에 상당히 진행된 탈모가 사진에 포착되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 핵실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스트레스로 이가 10개나 빠져 임플란트를 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어금니 2개를 다시 임플란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울쌍(반대)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사회학자인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가 보기에 박근혜의 몰락은 무능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유능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거의 여왕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정윤회 스캔들과 같은 심각한 위기를 겪을 때마다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어려운 국면을 뒤집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한참 고조되던 지난해 10월 24일, 그는 다시 개헌 승부수를 던져 돌파하려고 했다. 이날 저녁 JTBC가 공개한 ‘국정농단 태블릿PC’로 주저앉고 말았다. 다음은 신 교수의 말이다.

“정치학적으로 봤을 때 정치적으로 어느 노선이 옳은가는 선거 승리로 증명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권력에 이르는 길을 너무 잘 알았다. 권력투쟁에는 압도적으로 유능했지만, 통치능력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것이 박근혜였다.” 신 교수가 보기에 문 대통령은 정확히 박 전 대통령의 정반대다. “대통령이 되기 전, 권력의지나 책략, 대중적인 정치인으로서의 ‘탤런트’는 결여된 사람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일단 자리에 올라서 권력을 관리하는 능력은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투쟁의 장에서 문재인은 휘둘리고 본인의 중심도 잘 못잡았다. 김종인 전 대표·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그를 떠난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의 ‘의구심’을 제압하지 못한 문 대통령의 정치력 문제이기도 하다. “권력을 쥐고 나니 소위 친문파에서 뉴페이스까지 다양한 세력들이 있는데, 여기에서 문 대통령이 휘둘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정치권 주변에서 은밀하게 도는 이야기는 흔히 ‘양비’로 불리는 양정철 전 비서관의 행보와 관련된 것이다.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양 비서관과 이호철 전 수석, 전해철 수석을 엮어 돌던 이른바 ‘삼철’ 논란과 관련해 당시 기자와 통화한 ‘양비’는 펄쩍 뛰었다. 그리고 자신은 절대 정치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으로 낙향한 이호철 전 수석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선 전부터 ‘문재인 비선팀’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다. 이름도 없던 이 팀은 광흥창역 바로 옆, 상수동 한 건물에 사무실이 있다는 이유로 ‘상수동 팀’ 내지는 ‘광흥창 팀’으로 불렸다. ‘양비’가 총괄하는 조직이었다. 한두 사람 정도의 참여 여부는 엇갈리지만 13~14명의 명단이 거론된다. 대선 이후, 이 팀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간경향>이 검증해보니 ‘양비’를 제외하곤 전원 청와대에 자리잡았다. 그러다보니 주목을 받는 것이 양정철 전 비서관의 거취다.

대통령 선거 이후 주변 지인에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 문자를 남기고 뉴질랜드로 떠난 후, 중간 중간 그가 잠시 한국에 귀국할 때마다 모종의 역할설이 피어올랐다. 정치권에는 “탁현민 행정관 논란 당시, 주요 친노 인사를 만나 입장을 조율·정리한 것이 양비”와 같은 이야기가 돈다. 현재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양정철 전 비서관은 정권 핵심인사들을 만나 “책 집필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비’는 문재인판 정윤회·최순실이 될 것인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소위 광흥창팀으로 알려진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전략가’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다. 이를테면 참여정부의 이해찬, DJ정부의 이강래와 같은 기획가가 없다. 문 대통령은 ‘기획’을 싫어한다. (문 대통령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민심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의 말이다.

스트레스성 ‘탈모’ 논란을 낳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유엔총회 참석 출국 사진. / 청와대 사진 기자단

청와대에서 광흥창팀·‘양비’ 역할은

중요한 것은 2018년이다. 당장은 신년사다. 집권 6개월이 지난 후 첫 신년사나 8·15 경축사는 이후 정권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거론할까. 일단 촛불혁명 정부.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정부는 촛불이 만들어준 촛불혁명 정부라고 강조해 왔다.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무책임한 말로 들릴 수 있다.” 앞의 참여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의 말이다. 특수한 상황으로 만들어진 정부라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앞장서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년을 맞아 새로 던질 게 확실한 어젠다는 또 있다. 개헌이다. 대통령에게는 개헌 발의권이 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이미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이며, 국민주권형 개헌이다.

“역대 모든 정권이 언제 그 힘이 가장 센 때인 줄 아는가. 인수위다. 레임덕은 정권이 창출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과거 새누리당이 집권당이던 시절 핵심 브레인으로 불리던 야권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계속되는 그의 말. “차기정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누구에게 줄을 설 것인가 이합집산이 시작되면 권력의 힘은 급속도로 빠진다.”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시작한 문재인 정권은 특수한 조건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개헌투표를 동시에 하겠다고 공언했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정치경쟁의 룰을 바꾸는 것이다. 단지 몇 문장을 넣고 빼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소선구제가 개편되어 중·대선거구가 된다면 현재의 높은 지지율이 빠지더라도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은 쉽게 전국정당이 될 수 있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에 목을 거는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와 함께 이뤄지는 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더라도 선거는 4년이 남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미래권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야권의 ‘이해할 수 없는 배짱’도 그렇게 설명된다. 문재인 정권은 1년 동안만 작동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정권으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 투표가 이뤄지려면 국회 논의를 통과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개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런 ‘근거’도 제시된다. 2010년 지방선거와 같은 예외도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지방선거의 열매는 토호와 기득권 세력이 독식해 왔다. 여기에 개헌투표를 같이할 경우 젊은층의 참여와 관심이 늘어나면서 지방선거 결과에서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획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앞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인수위 시절 일화를 인용한다. 당시 이회창 진영에 참여했던 문 대통령의 선배로부터 ‘참고하라’며 방대한 분량의 문서를 넘겨받았는데 이회창이 집권했을 경우 인수위부터 5년 후 퇴임까지, 월별·주별 단위로 세세하게 일정을 담은 기획안이다. 책에서 문 대통령은 조국 현 민정수석이 낸 <진보집권플랜>을 언급하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정기획자문회의가 지난 7월 19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국정운영 100대 과제가 문 대통령이 밝힌 ‘무엇을’에 해당한다면 ‘어떻게’에 해당하는 타임 테이블은 그의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올해뿐만 아니라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