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병신년]‘이몽학의 난’을 되새겨야 할 때다

1596년 병신년이 주는 교훈, 지배층이 잘못된 현실을 외면하면 국민 불만 폭발

2016년 1월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십간(十干), 즉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와 십이지(十二支), 즉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의 조합인 육십갑자(六十甲子)로 따졌을 때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에 해당되고, 많은 사람들이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부른다.(심지어는 모바일 게임에서도 붉은 원숭이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등장했다.) ‘병신년’이라는 말 가운데 십간에 해당하는 ‘병(丙)’을 음양오행에 따르는 색깔에 대입하면 붉은 색이고, 십이지에 해당하는 ‘신(申)’이 원숭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부르고, 보통 같은 육십갑자가 60년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올해를 ‘60년 만에 돌아온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부르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언론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일이 원숭이띠 연예인을 꼽는 것과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것이다. 이 가운데 역사적 사건들로 꼽히는 것이 정조의 즉위, 율곡 이이의 출생, 후삼국의 통일 등이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꼽으면서 ‘원숭이가 지혜의 상징이고 훌륭한 인물이 태어난 해이니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기사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1596년 병신년에 일어난 이몽학의 난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이몽학(차승원 분)이 민란군을 이끌고 있는 장면. / 영화사 아침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영화화된 민란
나는 조금 다른 사건을 다루고자 한다. 역사 속에서 병신년에 좋은 일만 있었을 리도 없고, 불행한 사건이나 논란이 분분한 사건들이라도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교훈과 시사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병신년의 역사적 사건은 바로 ‘이몽학의 난’이다. 이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역사적 사건이기도 하다.

이몽학의 난은 병신년인 1596년(선조 29)에 이몽학이 주동하여 발생한 민란이다. 이몽학은 동갑회(同甲會) 회원들을 중심으로 거사에 동참할 사람들을 모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이몽학에게 동조했다. 이들의 위세는 한때 6개 고을을 점령할 정도였고, 홍주를 점령하고 한양으로 진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홍주 점령에 실패하면서 군세는 급속도로 기울었다. 또한, 진압군이 민란군에게 ‘이몽학의 목을 베는 자는 반란에 가담하였다 하더라도 큰 상을 내리겠다’고 하자, 이몽학의 목을 베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결국 반란군 김경창 등에 의해서 이몽학은 참수되었고, 반란은 진압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대체적인 개요만 본다면 이몽학의 난은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이 일어났고, 그리고 대부분 실패한 여러 민란 가운데 하나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몽학의 난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병신년을 맞이한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우선 난이 일어난 시기이다. 보통 민란은 나라가 위태롭고 폭정이 극에 달했을 때 일어난다. 그래서 민란은 한 나라가 쇠퇴하고 새로운 나라가 일어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곤 한다. 그런데 이몽학의 난이 일어난 1596년은 임진왜란이 한창이었던 시기이다. 즉 나라가 외국의 군대와 한참 전쟁 중일 때 일어난 것이다. 보통 자신의 나라가 외침을 당했다면, 서둘러 피난을 가거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몽학의 난을 주도했던 세력은 안민정국(安民靖國), 즉 백성을 평안하게 하고 나라를 바로잡겠다(아울러 왜적의 재침도 막겠다)는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포로도 아니었고, 왜군에게 협조했다가 발각되어서 탄압을 받은 사람도 아니었다. 이것은 오랜 전쟁과 기근으로 당시 민심이 지배층에게서 많이 떠나 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죽 민심이 돌아섰으면, 함경도로 피난 간 임해군을 잡아서 왜적에게 바쳤고, 민란까지 일으킬 정도였을까?

다음으로 난을 일으킨 주축세력들이다. 이몽학은 서얼(庶孼) 출신이었다. 그리고 이몽학과 어울려서 동갑회를 조직했던 사람들의 대부분도 서얼 출신이었다. 서얼은 서자, 즉 정부인의 소생이 아닌 첩의 소생 혹은 그 후손을 뜻하며, 이들은 양반의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관직 진출도 불가능했다. 또한 이몽학의 난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몽학과 비슷한 서얼, 그리고 노비들과 승려였다. 즉 대부분 사회에서 천대 받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사람들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승려들의 가담이다. 어떤 승려들은 승군(僧軍)을 조직해서 왜적과 싸우고 있었는데, 어떤 승려들은 민란 세력에 가담한 것이다. 승군을 조직하건 민란에 가담하건 웬만한 경제력과 인적 기반이 없으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조선은 성리학의 국가였다’는 것을 뒤집을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난의 사후처리였다. 이몽학이 반란군 내부 사람들에 의해서 참수된 후 난은 진압된다. 그런데 이몽학의 난을 진압하고 그 주축세력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의병장들이 잡혀들어가게 되었다. 난의 주축세력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곽재우, 김덕령 등 이름을 날리던 의병장의 이름이 신경행, 한현 등 주동자들의 입에서 실토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민란 초기부터 민란의 주축세력은 “김덕령(金德齡)과 의병장 곽재우(郭再祐)·홍계남(洪季男) 등이 모두 군대를 연합하여 돕고 있다”고 했고, 심지어는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당시 병조판서 이덕형까지 안에서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후 처리과정서 의병장들 엉뚱한 희생
그 결과 김덕령은 곽재우, 고언백, 홍계남 등과 함께 체포되었다. 이 가운데 곽재우는 홍의장군으로 유명한 의병장으로, 왜군들 사이에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김덕령 역시 담양 지역에서 의병을 일으키고, 그 활약을 인정받아서 선조로부터 형조좌랑이라는 직함과 충용장(忠勇將)의 군호를 하사받았던 당대에 인정받은 의병장이었다. 결국 김덕령은 20여일 동안 여섯 차례의 고문을 받은 끝에 옥사하게 된다. 목숨을 바쳐서 왜적의 침략에 대항했던 의병장이 그가 구하고자 했던 나라로부터 반란에 협조했다는 죄목으로 모진 고문을 받다가 죽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쟁 등의 정치적 이유가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그의 억울함이 풀린 것은 한참이 지난 1661년(현종 2)이었다.

이몽학의 난은 민란의 시기, 주축세력, 사후처리를 보면 2016년 병신년을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국민들은 한국전쟁 이후 저임금과 해외 근로자 파견을 마다하지 않는 등 국가경제의 고도성장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 또한 IMF 경제위기 때 나라를 위해 장롱 속에 있던 금붙이를 아낌없이 내어놓았다. 그리고 지금도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평등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 지배층이 잘못된 현실을 계속 외면하면 국가가 위기일 때도 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이몽학의 난이 가르쳐주고 있다.

또한 2015년에 난데없이 수저의 재료가 화제가 되었던 것도 생각난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그것이다. 이것은 신분의 차별이 없어졌다고 말하는 요즈음 사회에서 새로운 신분 차별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분 차별이 엄격했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조선시대에 그 신분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민란이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과 교육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대 이전의 비인간적인 고문은 결국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병장 김덕령을 반란의 주모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이 풀린 것은 약 100년 뒤였다. 임진왜란 때 일어났던 그 수많은 의병장들이 병자호란 때는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봐야 오히려 반란군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분단과 이념을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을 평가절하하거나 과평가했다. 지금이라도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유롭지만 정확한 역사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이종우 상지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