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군병원 방사선병 ‘무면허 의료행위?’

일부 병원서 무자격 병사 실제 촬영 업무에 투입 의료법 저촉 논란

일부 군병원에서 MRI, CT, X레이 등 방사선 촬영 업무에 일반 병사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군병원에서의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방사선사 면허증이 없는 일반 병사가 의료업무의 일환으로 CT, X레이 촬영을 하는 것은 ‘의료법’ 등 관련법 위반행위다.

국군수도병원 |연합뉴스

<주간경향>이 국방부, 군병원 등 관계기관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10여개 군병원에서 71명의 무자격 일반 병사가 방사선병이라는 보직으로 방사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선병은 수도·대전·대구·부산·춘천병원 등 대부분의 군병원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사선병으로 분류된 병사들 중 극히 일부만 방사선사 면허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대학 방사선과 재학 중에 군에 입대했거나 졸업자로 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경우다. 현재 군병원에서 근무하는 방사선병 77명 중 6명만이 방사선사 면허증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군병원 영상의학과에서 방사선 업무는 군무원인 방사선사와 현역인 방사선병이 함께 하고 있다.

<주간경향>의 취재 결과, 일부 병원이기는 하지만 방사선병이 촬영 보조업무뿐만 아니라 실제로 촬영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군병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면허증을 보유한 방사선사가 촬영업무를 하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갑작스럽게 업무가 폭주할 때는 병사들(방사선병)도 촬영을 한다”고 말했다.

방사선병 중 면허증 보유자 6명뿐
전문가들은 방사선사 면허가 없는 병사가 CT, X레이 등을 촬영할 경우 의료법에 저촉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료법 제27조 1항(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 같은 법규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도 무겁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제30조)’에 따르면 (의료기사가 아니면서 의료기사 업무를 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학 방사선과 교수는 “일반 병원에서 무면허 기사가 방사선 촬영 업무를 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는다”며 “군병원에서 방사선병을 촬영작업에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민주당)은 “무면허 방사선병에 의한 방사선 의료행위는 우리 군이 직면한 군 의료체계상의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군은 현행법을 준수하고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전문면허증을 소지한 군무원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반 병사의 경우 장비 활용 및 관리 능력이 미숙할 수 있으며, 방사선과 관련해 불의의 사고 발생시 대처능력도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방사선병은 촬영 접수와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촬영을 보좌하는 일만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군의무학교에서 면허증이 없는 방사선병들에게 촬영 기초이론, 장비원리 이해, 방사선 장비 구조 및 사용법 숙달 등 5주 동안 방사선 촬영 특기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CT 촬영장비 | 경향신문 자료

최근 군병원에도 일반 병원 못지 않게 MRI, CT 등 고가의 장비가 갖춰져 있다. MRI의 경우 대당 20여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병사들은 복무 중에 검진을 받기를 원해 관련 업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MRI 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2주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RI, CT 촬영은 현역병 본인 부담금 없이 무료로 시행되고 있다. 반면 일반 병원에서 검사받을 경우 4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군 의무발전계획’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007년 이후 병원 의무장비 보강 등 8개 항목에 무려 248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군병원 MRI, CT 보급 현황을 보면 CT는 100% 보급됐으며, MRI는 88%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방사선사 군무원 채용 쉽지 않아
하지만 일반인 방사선사 충원이 쉽지 않다는 것이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근무지, 급여 등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도권 병원의 경우 방사선사들이 지원하고 있지만 지방은 군무원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방사선사 인력 충원 문제를 여러 각도로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국방부가 지난해 방사선사 채용공고도 내지 않았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채용·홍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방사선사협회에 따르면 방사선사 면허 취득자가 한해에 3만2000여명 배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취업률은 50~60% 정도이며, 일반 병원에서 방사선사의 연봉은 초임의 경우 2000만원대가 대부분이다.

이와 함께 무면허 방사선병에 대한 방사선 피폭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현재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방사선 관계 종사자는 식약청 산하 NDR(피폭선량관리센터)에서 정기적으로 피폭량을 관리받도록 돼 있다.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 방사선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피폭선량계(일명 TLD 배지)를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방사선 측정기관에서는 피폭선량계에 나타난 수치를 3개월에 한 번씩 측정하고, 이를 식약청에 보고해야 한다. 방사선사들은 이같이 체계적으로 피폭관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무면허 방사선병 같은 경우 피폭관리를 엄격히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방사선 노출위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무면허 방사선 촬영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요즘 들어 CT, X선 등 진단용 방사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병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 병원에서는 면허증이 없는 간호조무사들이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당연히 피폭관리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방사선병에 대한 피폭관리는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 방사선 안전관리 훈령에 따라 전 방사선병에 대해 분기마다 피폭방사선량 관리(민간 열형광선량계 판독업체가 판독)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초 방사선 작업에 종사하기 전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으며. 분기 단위 선량 한도 확인 및 선량 한도 초과시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