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총선 후 경제 ‘좌클릭’ 속도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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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새누리 완승으로 재벌개혁·보편적 복지 등 야권 정책 추진 제동

19대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총선 이후 경제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 중심으로 드라이브를 걸던 재벌개혁, 보편적 복지, 고소득자 증세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하지만 야권이 과반은 못했지만 140석에 이르는 의석을 확보한 데다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어 야권의 개혁요구를 완전히 뿌리치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투표를 마친 뒤 청와대로 돌아가고 있다. 여당의 총선 승리로 이명박 대통령 의 막바지 국정운영에 활기가 돌 전망이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재벌 개혁에 긴장했던 재계 ‘안도’
이명박 정부로서는 여당 완승으로 국정 하반기 운영에 자신감을 갖고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일단 급격한 레임덕은 막게 됐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미뤄놓았던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산은지주 기업공개(IPO)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선이 끝난 직후인 4월 11일 경제단체들은 잇달아 논평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각 당은 이번 총선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통해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달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우리 경제가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거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제기됐던 불합리한 공약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달라”고 밝혔다. 야권이 제기했던 재벌개혁이나 무상보육·무상의료 등 복지공약을 철회하라는 노골적인 요구로 읽힌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의견을 냈다. “기업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미래성장동력산업의 육성에 진력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감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국회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무역협회는 FTA 확대를 요구했다. 한국무역협회는 “19대 국회는 우리나라에 유리한 통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추가적인 FTA 체결 및 발효를 통해 경제영토를 넓히는 데 적극 나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좌클릭’ 경쟁을 벌이면서 재계는 잔뜩 긴장했다. 야권은 재벌개혁을 19대 국회 최우선과제로 뽑았을 정도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고 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를 강화하고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었다. 이들 정책이 현실화되면 순환출자로 구성된 현대자동차그룹이나 삼성생명, 에버랜드를 갖고 있는 삼성그룹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과반을 이루면서 야권의 구상은 물건너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재벌해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행위 규제에는 여야가 의견을 같이한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고 하도급 부당 단가인하에 대해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도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야권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반대다.

증세·복지지출 확대는 불가피
야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보편적 복지’도 여권의 ‘선별적 복지’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무상의료나 무상보육의 규모가 축소되고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값 등록금도 추진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교부금을 대학에 지원해 등록금 부담을 즉각 낮추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회계감사를 강화해 대학 재정건전성을 높인 뒤 2013~2014년 단계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8개월 뒤 대권을 앞두고 있어 표나는 속도조절은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0∼5세 양육수당과 보육료의 전계층 지원 등 주요 공약은 19대 국회 개원 후 100일 안에 입법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레이스가 불붙는 9월 즈음에는 여야간 복지공약 경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오는 5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할 부동산대책에는 강남3구 투 기지역 해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 연합뉴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나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등도 여야가 방향은 같지만 세부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전월세 상한제의 경우 야권은 전면실시를 주장한다. 반면 여권은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제한해 실시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역시 속도조절 가능성이 크다.

과천 관가에서는 새누리당의 승리를 내심 반기고 있다. 급격한 정책 변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또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공격도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복지 확대를 위한 하반기 대규모 추경 부담을 덜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집권 기간에 급격히 늘어난 국가부채는 퇴임 이후 경제실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재정부가 총선 기간 중 “정치권의 복지공약 상당수가 예산 부족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에도 이런 속내가 깔려 있다. 재정부는 선관위로부터 주의를 당했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해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제9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규모만 축소됐을 뿐 새누리당의 복지공약도 야권과 크게 다르지 않아 증세와 복지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위도 일단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야당이 승리했다면 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등을 위한 입법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여당 승리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피하기 힘든 업종도 있다. ‘서민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여야가 뜻을 같이하는 분야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동통신 요금 인하가 불가피해졌고, 대부업은 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 규제도 여야 이견이 없다. 영세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 인하도 무리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재정부는 총선기간 중 “정치권의 복지공약 상당수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로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가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연합뉴스

반면 정부 정책은 힘을 얻게 됐다. 상당수가 중산층 여론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던 정책들이다. 당장 국토해양부는 5월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을 발표한다.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완화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가계대출 우려를 들어 DTI 해제를 반대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찬성하고 있어 발표가 유력시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을 단행할 전망이다. 벌써 영업정지가 예상되는 3~4개 저축은행의 명단이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은 올 초 했어야 했는데 총선 때문에 시점을 놓친 것”이라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최종 퇴출 리스트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가뱅크·은행 민영화 전망은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산은금융 기업공개(IPO)를 밀어붙일지도 주목된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산은지주 IPO는 강만수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따를 수밖에 없어 대선을 앞두고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가 극렬 반발하면 여론도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또 인수자로 ‘MB맨’ 어윤대 회장이 있는 KB금융이 거론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산은지주 IPO 역시 야권이 메가뱅크와 은행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의 동의를 받기가 어려워 보인다. ‘MB맨’인 강만수 회장은 야권과 사사건건 부딪혀 왔으므로 별도의 정치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4대 금융지주 회장이 MB맨이어서 야당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금융당국에서도 나온다.

한·미 FTA 재협상은 야권이 전략을 어떻게 수정할지 주목된다. 과반수를 놓치면서 동력이 떨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여권은 총선 승리로 한·미 FTA 재협상 주장은 국민적 심판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야권연대 차원에서라도 대선까지 이슈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도표를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총선과 같은 강경 일변도 전략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19대 총선이 여당 압승이라고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총선에서 야권에 노조 출신과 노동전문가들이 대거 영입됐고, 통합진보당이 13석이나 확보하면서 18대보다 야권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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