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올해 초 한반도 가장 큰 위기였다”

밥 우드워드 책 <공포>에서 밝힌 김정은과 트럼프의 대립 과정

“꼬마 로켓맨. 그건 내가 가장 잘 지은, 최고의 별명 같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독백이다. 로켓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한 말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19일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스스로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다. 그리고 공개설전이 이어졌다.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의 한글 번역판 표지/리디북스

사흘 뒤 김정은은 개인 성명에서 “겁먹은 개가 더 시끄럽게 짖는다”며 트럼프를 향해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지칭했다. 트럼프는 9월 23일 트위터에서 종전의 로켓맨 표현에 ‘꼬마’라는 말을 덧붙였다. 트럼프의 위의 독백은 김정은과의 말싸움과 관련해 백악관 선임비서관 롭 포터와 대화하며 나온 것이다. 어록은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책 <공포>에 실렸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는 관련 당사자들과 ‘딥 백그라운드 인터뷰’(정보 제공자를 밝히지 않는 방식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썼다. 책은 한국에서는 리디북스를 통해 번역되어 12월 14일 출간됐다.

책 제목으로 사용된 ‘공포(Fear)’는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 책의 저자 우드워드 등과 인터뷰를 하면서 언급한 말이다. “진정한 힘은-이 단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공포에서 나온다.” 백악관 입성 후 좌충우돌 트럼프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우드워드가 다시 이 명제를 인용한 것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대립을 묘사한 대목에서다.

핵단추의 크기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것은 올해 초였다.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책상 위의 핵단추를 언급한 것과 관련, 트럼프는 “내 것이 훨썬 더 크고 강력하며 잘 작동된다”고 트위터에 쓴다. 밥 우드워드가 전한 백악관의 속사정에 따르면 이 시점을 전후로 한 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 통상 주한미군 가족 철수는 마지막 단계에 쓸 카드였는데, 트럼프는 실제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그런 내용의 트위터 글을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가 펜타곤 지도부의 만류로 보류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 보좌진의 제지

트럼프의 좌충우돌에 대해 주변 참모진의 제지로 위기상황을 벗어나는 장면은 여러 군데에서 묘사된다. 한국과 관련된 대목도 꽤 된다. 한국에서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사드 체계가 북한과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고, 미국과 일본에만 득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는 “젠장! 그걸 갖고 나와버려!”라고 발언한다.(602쪽) 트럼프는 “35억 달러의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2만8000여명의 병력이 왜 한국에 주둔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철수를 주장한다. 그때마다 트럼프의 보좌진들은 ‘한국이 제공하는 특별접근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트럼프를 말린다. 특별접근 프로그램이라는 건 과연 뭘까. 책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뭔지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되지 않는다.

사드와 같이 들여온 X밴드레이더만 언급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밥 우드워드는 그 ‘특별접근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알래스카에서 15분 만에 캐치하는 것이 아니라 7초 만에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을 언급한다. 아마도 애설론처럼 광범위하게 북의 군사·민간 통신도청기지와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자신이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도 종종 까먹곤 했는데, 주변 측근들은 그의 책상에서 관련 문서를 치워 숨기는 방식으로 이 좌충우돌의 지도자를 제어해 왔지만 그것은 종종 실패했다. 통제 불능에다 즉흥적인 트럼프의 국정운영 실상은 저자가 책 제목으로 ‘공포’를 사용한 다른 이유로 보인다. 책의 서문에서 밥 우드워드는 도널드 트럼프는 이 책을 위한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