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민주당 “이재명에 대해 관심없다”

지도부, 의원, 보좌진, 당직자 모두가 침묵으로 애써 모른 척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혜경궁 김씨’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지나치게 조용하다. 당 지도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선 의원, 보좌진, 당직자들도 “잘 모른다” “관심이 없다”는 말로 일축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해찬 지도부가 출범할 때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왜 이 지사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을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월 21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신관에서 열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토론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 “혜경궁 김씨 사건 모른다”

지난 11월 20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지사의 ‘이’ 자도 나오지 않았다. 11월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후 열린 첫 의총이었다. 김씨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 지사 관련 사안은 기사를 자세히 안 읽어서 잘 모르겠다”고 입을 뗐다. 당내 분위기라도 알려달라고 하자 이 의원은 “분위기고 뭐고 없다”면서 “아무리 익명이라고 해도 기자들이 회사에 보고하고 그러는 거 안다. 익명이 보장 안 된다. 내 입장만 난처해진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 초선의원도 “잘 모른다. 다들 그 사안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게다가 검찰이 기소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경찰이 기소 의견만 낸 상황이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여기 무슨 말을 보태겠나”라며 “경찰이든 검찰이든 수사기관에서 빨리 해결해주길 바란다. 그에 대한 당의 입장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 보좌진은 “혜경궁 김씨 사건만이 아니라 이재명 지사 관련 사안은 다들 민감해한다. 좋은 사건이 뭐가 있나”라며 “좋든 안 좋은 이 지사와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게다가 다른 당도 아니고 같은 당에서 이 이슈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다들 수사기관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의 군기를 잡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 대표와 이 지사 둘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 부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이 지사 당선 이후 평화부지사로 발탁됐다.

다음은 전해철 의원이다. 대표적인 친문으로 꼽히는 전 의원은 지난 4월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당시 혜경궁 김씨 트위터가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과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에 대한 패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진표 의원을 지지했다. 때문에 이 대표와 묘한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이화영, 전해철, 추미애를 봐라?

추미애 전 대표의 이름도 거론된다. 한 서울시당 당직자는 “추 전 대표는 계파가 없다. 그러니 행동대원도 없다. 그때 추 전 대표의 행동대원을 자처한 쪽이 이재명 쪽이다”라며 “지방선거 당시 추 전 대표가 엄청난 욕을 먹으면서도 이 지사를 지지했다.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잣대와는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유가 뭐겠나.” 라고 말했다.

추 전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한 보이콧이 일자 “요새 우리 젊은 친구들이 자꾸 이상한 데 관심을 쏟고 있다”며 “그렇게 어깃장을 놓으면 안 되고 문재인 정부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에 민주당 지지자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추 전 대표가 이 대표를 지지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런 모습은 이 대표가 이 지사에게 아주 큰 신세를 졌다거나”라고 말했지만 이 당직자는 “추미애·이재명 없어도 이해찬은 당대표가 됐을 것”이라며 “살겠다고 자기 뒤로 줄선 사람을 어떻게 내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묵언’ 스탠스가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와 관련해 크게 논란이 된 사안은 ▲배우 김부선씨와의 관계 ▲혜경궁 김씨 트위터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이다. 이 중 김부선씨와의 관계는 공직과 무관한 개인 사생활 성격이 강하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는 정치적인 사안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지사가 아닌 부인 김씨가 당사자다. 게다가 아직은 정황증거가 전부다.

따라서 해당 사안을 두고 당 지도부가 탈당을 언급할 경우, 오히려 이 지사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사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한 중진의원은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당에서 탈당을 압박할 수 없다. 탈당하라고 해도 본인이 탈당할 성격이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빨리 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면 수사압박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중앙당 관계자는 “온 세상이 다 아는데 당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모른다고 입을 모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 지사를 비롯한 캠프 관계자들이 혜경궁 김씨 트위터를 함께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오거나, 성남시장 시절 권한을 이용해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다는 부분이 명확해지면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