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여야 ‘중도층 공략하라’

새누리, 경제 정책서 ‘좌클릭’ 시도… 새정치민주연합, 이념적 측면서 ‘우클릭’ 시도

총선을 1년 앞두고 여야가 일찌감치 중도층 공략 경쟁에 나섰다.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목표는 똑같지만 공교롭게도 방향은 사뭇 다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경제정책에서 ‘좌클릭’을 시도하고 있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념적 측면에서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은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또 한 번 경제민주화 쪽에 공을 들일 태세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처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지난해 직접 대표발의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통합 생태계를 조성하고 통합적인 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현재 해당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에 계류 중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새누리당의 사회적경제특별위원장을 맡아 이 법을 대표발의했다.

또 하나 여당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의 새로운 행보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3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경실모 조찬 모임에는 10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이 ‘복지, 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지난해까지 대부분 비공개로 열리던 이 모임은 올해부터 공개모임으로 바뀌었다. 경실모 대표인 김세연 의원은 “비공개 모임은 무엇보다 모임에 참석한 외부 강연자들이 비공개를 원했기 때문이고, 올해는 공개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의도는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정청래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3월 25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부대를 방문, 점심 배식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됐다고 발언했다. / 연합뉴스

유승민 원내대표, 경제민주화 공들여
경실모는 2012년 총선 후 결성돼 40여명의 현역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 실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실모의 활동 역시 지지부진해진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런 가운데 비록 경실모 회원은 아니지만 사실상 우군에 가까운 유승민 의원이 2월 초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됐다. 경실모 회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원내지도부에 대거 진입했다. 대표인 김세연 의원은 정책위 부의장이다. 강석훈 의원 역시 정책위 부의장이며, 이종훈·민현주 의원이 원내대변인을 맡았다. 이상일·이재영 의원은 원내 부대표에 임명됐다. 이들 의원들은 대부분 지난해 유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유 원내대표와 발을 맞춰 왔다.

김세연 의원은 “경실모는 지난해만 해도 10여 차례 이상 모임을 갖고 꾸준히 활동했다”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다고 하기보다는 그동안 꾸준히 활동해오던 것을 이어간다고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을 당내 공천에서도 경실모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총선이나 대선이 끝나고 나면 당이 우클릭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으면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메리트(장점)를 살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점에서 경실모 소속 의원들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19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에서는 정치적이거나 이념적 중도파·소장파 의원들이 거의 없어지고, 경제적 이슈의 소장파 의원들만 남게 됐다”면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소장파 계보에서 두 사람이 지자체장으로 나가고 다른 소장파 정치인들이 원외에 머무르면서 경제적 이슈만 좌클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이슈에서 줄곧 경제민주화를 표방해온 새정치민주연합도 최근 정치·이념적 이슈에서 중도층을 향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3월 25일 경기 김포의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문재인 대표는 천안함 폭침(爆沈)이 북한 소행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미 취임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바 있다. 묘역 참배 이후 차기 대선주자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오피니언 라이브의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문 대표는 당대표이면서도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이기 때문에 중도층을 향한 이런 선제적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3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전체회의에서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이 복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표는 잇단 ‘중원장악 행보’
문 대표의 행보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새들도 좌우의 날개로 창공을 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고공행진을 위해서도 좌우의 날개가 필요하다. 느닷없이 한쪽 날개를 접고 오른쪽 날개로만 날려는 급격한 우회전을 경계한다”는 글을 올렸다. 우클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다.

문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지난 3월 9일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중원장악 보고서’가 주목을 끌고 있다. ‘‘2017위원회의 제안서’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보고서는 ‘지역·이념·계층·세대의 중원장악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원장악 전략의 목표는 2016년 총선 및 2017년 대선 승리에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새정치연합이 적어도 경제에 있어서 포용적 성장, 복지에 있어서 과감하게 유연한 복지전략 추구,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의 국민적 통합 수준에서의 대안 제시’라는 구체적인 전략을 내세웠다. 보고서는 새누리당에 대한 대응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12년 총선 이래 2017년 대선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의 ‘보수정당의 중도화’ 전략에 대한 맞춤형 대안 전략이 ‘중원장악’ 전략의 의의라는 것이다. 비록 제안자인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를 수정·보완한 문병주 실장의 의견임을 전제로 하고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밝혔지만, 이 보고서는 새정치연합의 향후 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최근 여야의 중도층 공략 시도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뉴DJ플랜이라든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표적으로 중도층에 어필한 노선이었다”면서 “여당의 경제민주화든 야당의 천안함 북한 폭침 인정이든 중도로 수렴되는 현상은 정치 수요자인 유권자들에게는 지극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여야의 중도층 공략 전략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중도층은 특정 정당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이 보이는 정책과 실천 행동을 지켜본 후 지지정당을 선택한다”면서 “그래서 중도층 공략은 전국 단위 선거인 총선이나 대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당이 중도층 공략을 위해 경제분야에 집중하고, 야당이 정치·이념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결국은 중도층의 성향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윤 여론분석센터장은 “중도층은 여당에 대해서는 경제분야를, 야당에 대해서는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 능력을 특히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정치평론가는 “현 상황에서 이념문제에서는 여당이 비교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중도층의 성향에 맞춰 수렴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경제문제에서는 야당이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당이 수렴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