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의도 정치’ 나에게 물어봐!

김무성·서청원·유승민·문재인·안철수·천호선·정동영 등 7명 총선·대선 앞두고 발빠른 레이스

올해는 실질적으로 19대 국회 마지막 해다. 내년 4월에 의회 권력의 향방을 가름하는 총선이 실시된다. 그리고 2년 후에는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한 해는 정치권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주자들이 당대표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는 것도 그 신호탄의 하나다.

<주간경향>은 새누리당 3명(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서청원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2명(문재인 대표·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1명(천호선 대표), 국민모임 1명(정동영 전 의원) 등 7명의 여의도 정치인을 통해 올해 정치권의 풍향을 들여다본다.

(왼쪽 위부터)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문재인 대표, 안철수 전 대표, 천호선 대표, 정동영 전 의원

김무성·유승민 ‘보이지 않는 경쟁’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 대표에게 올해는 대권가도의 첫 관문을 통과하는 해다. 김 대표는 올해를 무사히 넘기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여권의 대선후보로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 그는 상반기에는 튀는 정치적 행보를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또는 친박(박근혜)계와 섣불리 대립각을 세웠다가 리더십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김 대표의 구상으로 볼 때 비주류인 유승민 원내대표의 당선은 더 없이 좋다. 유 원내대표가 김 대표 대신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정기국회 후반기부터는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대표로서 공천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등‘당의 새판짜기’를 본격적으로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김무성 대표가 큰 실책 없이 당을 잘 이끌고 있기 때문에 친박계에서 김 대표를 공격할 명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야권의 파트너로서 친노진영의 문재인 의원이 당선된 것도 김 대표의 앞길에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주역으로 치면 김 대표는 ‘현룡’(見龍)에 해당한다. 세상 밖으로 나온 용이다. 주역은 현룡에 대해 ‘이견대인’, 곧 큰 스승을 만나야 하늘을 나는 용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 원내대표는 올해 여의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도 “유 원내대표가 죽은 체하고 있는 미꾸라지들만 있는 여당에서 이들을 휘젓고 다니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까칠이’이라는 별명답게 유 원내대표는 국정의 주도권을 청와대에서 당으로 옮겨오는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에는 복지와 증세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유 원내대표의 비중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박근혜 정부가 건강보험료 개편, 공무원연금 개혁 등 각종 개혁을 추진하려면 유 원내대표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무성 대표와의 눈에 보이지 않는 대권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현룡이라면 유 원내대표는 아직 잠룡(潛龍)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여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올해 활약 여하에 따라서는 단숨에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와 정립하고 있는 정치인이 서청원 최고위원이다. 친박계의 명실상부한 구심점이다. 7선의 원로 정치인인 서 최고위원이 김 대표, 유 원내대표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 가느냐에 따라 새누리당의 권력판도가 춤을 출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화합의 칼자루를 서 최고위원이 쥐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무성-유승민 지도부가 박 대통령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공격하자 “당·정·청은 칸막이가 없는 한 배다. 물이 새면 한쪽만 살겠다고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서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가 추진하던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회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도 적극 저지하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서 최고위원은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통하는 정치인으로서 박 대통령이 위기에 몰릴 경우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비박계 의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유승민 원내대표와도 친분이 두텁다.

서 최고위원은 늙은 말이다. 그리고 늙은 말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다.

문재인·안철수 힘겨루기 2라운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 대표는 대선후보에 이어 당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자신이 주장해온 계파 청산, 당 혁신,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멍석이 문 대표 앞에 깔린 셈이다. 당대표 자리는 문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독배가 될 수도 있다. 야당 대표의 앞길은 언제나 가시밭길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의 첫 시험대는 오는 4월 29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전문가들은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 등 3곳에서 실시되는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2승 이상을 해야 문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박탈당한 3개 지역은 전통적으로 야권 우세 지역이다. 문제는 야권 후보들의 난립이 예상됨에 따라 어느 한 곳도 새정치연합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문 대표의 중도확장 정책이 당원들로부터 얼마나 호응을 받을 수 있느냐도 관전포인트다. 문 대표는 대표가 되자마자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또 보편적 복지를 일정 부분 수정하고 일정 부분 증세해야 한다는 ‘중부담 중복지론’를 주장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아무 잡음 없이 공천작업을 이뤄낼 수 있느냐 하는 것도 과제의 하나다.

문 대표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처럼 잠룡에서 현룡으로 올라섰다. 그가 하늘을 나는 비룡의 꿈을 꾸고 있다면 올해가 중요하다. 국민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전 대표
지난해 7월 당대표직 사퇴 이후 조용히 지내왔던 안철수 전 대표가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초청해 경제성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3월에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초청해 대기업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토론회를 연다.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주류로 부상함에 따라 비주류는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문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서 45%를 득표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안 전 대표가 다시 부상할 공간이 생겼다. 한때 사이가 멀어졌던 안 전 대표의 측근들도 최근 다시 결집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입문 후 잇단 정치적 미숙함으로 잃었던 국민의 신뢰를 다시 되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민심의 밑바닥에서 새출발하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가 어떤 길을 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와 정동영 전 의원
천호선 정의당 대표와 정동영 전 의원 둘은 진보 재편의 핵심이다. 천호선 대표는 노동당, 국민모임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원내 5석을 갖고 있는 정의당으로서는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에 따라 천호선 대표는 각 진영과 적극적으로 통합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정의당은 일차적으로 노동당과 통합하고, 2차적으로 국민모임과 합당하는 2단계 진보통합을 구상하고 있다.

진보 재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경우 천 대표는 진보정당의 대표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진보 재편의 또 다른 키플레이어인 정동영 전 의원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정 전 의원은 ‘국민모임’에 합류했지만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신 뒤에서 신당 창당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모임에서 당을 창당하고 이끌어본 경험 있는 인사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 정 전 의원이 ‘국민모임’의 얼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모임’이 순항할 수 있느냐가 그의 정치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미 정 전 고문의 사조직인 ‘대륙으로 가는 길’은 ‘국민모임’과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전 의원은 이미 세 번 죽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지며 정치적으로 죽었고, 2009년 4·29 재·보선 때 공천 갈등 끝에 탈당하며 두 번째로 죽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으로 가면서 그는 세 번째 죽는 길을 택했다.

예수를 세 번 부인했던 바오로가 예수의 수제자가 된 것처럼 그는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