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다음카카오 말 모두 검증해봐야”

“이번 사건은 검찰이나 국가 잘못이 우선. 그런데 관련기업이 거짓말을 하니 옹호할 방법 없어. 국민여론 업고 방어하려면 사실과 진실을 이야기해야”

사태는 급진전되고 있다.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실례를 공개한 것은 10월 6일이었다. 일주일 후인 10월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0월 7일부터 사법당국의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이사인 자신이 결정했기 때문에 “그 벌은 자신이 달게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10월 16일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 역시 카톡 압수수색이었다. 김인성 교수는 이석우 대표와 함께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질서를 어기겠다는 것이냐는 여당 의원들의 공격에 이 대표는 “법질서를 준수할 것이며,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물러섰다. 그것으로 일단락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검·경의 잘못뿐 아니라 솔직하지 못한 카카오 측의 태도에서도 촉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감 증인 출석 하루 전, 강남의 한 카페에서 김 교수를 만나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10월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카카오톡’ 감청 논란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정지윤기자

이석우 대표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10월 7일 이후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고, 앞으로 대화내용 서버 보관 기간을 줄이고 연말까지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그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금 보니 법리 논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실시간 감청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는데 왜 감청영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나, 다시 말해 줄 필요가 없었는데 왜 줬냐는 것으로 가고 있어요. 그것은 제가 보기엔 기술적 이해가 전혀 없어서 나오는 논란입니다. 감청장비라는 것이 엄청난 하드웨어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카톡 서버에다가 A사용자 데이터를 주고 받을 때 또 다른 영역에 A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라, 검찰이 지정하는 영역에 중복저장해라, 그러면 끝나는 겁니다.”

그런데 다음카카오 측에서는 그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거를 하면 귀찮으니까 여태까지는 7일 단위로 모아서 준 겁니다. 편의적으로. 안 돼서 그런 것이 아니고. 예를 들어 역시 메신저 서비스를 하는 모 업체의 경우 원하는 아이디에 대해 실시간 감시등록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 나왔잖아요. 일단 등록하면 그 친구가 글을 쓰자마자 어느 IP에서 누구에게 썼다는 것이 나옵니다. 그것은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설정입니다. 간단한 일인데, 그것을 해주냐 안 해주냐의 문제지 기술적으로 할 수 없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죠. 다음카카오가 해줄 의사가 없으면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해야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통신사들 보세요. 자신들이 다음카카오보다 힘이 없어서 해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전화에 대한 실시간 감청기능을 제공해주고 인터넷 사용자 회선이 국정원을 거쳐 가도록 만들어줍니다. 카톡이 통신사보다 더 막강한 저항을 하겠다는 것인데, 가능한지 의심스럽다는 거죠.”

그동안 검찰이 카톡 서버를 직접 압수수색을 해서 이미징을 뜬다든지 하는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회사 법무팀에 연락을 취해 그 쪽이 자료를 갖고 있다면 받는 식이었는데요. 물론 카카오톡이 털리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결국 다음카카오 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보통 사람들은 실시간 감청에 대해 뭔가 중간에서 몰래 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고 하니, 서버단에서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실시간 감청은 가능하다, 다른 메신저 업체 사례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하겠죠. 지금은 불가능하고, 법리적으로 해줄 수 없다는 것인데,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는 다음카카오 입장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제일 안타까운 것이 이것입니다. 검찰이나 정부가 잘못한 것은 기정사실이고요, 회사 차원에서 이런 것에 대해 사후적으로 알려준다든지, 회원 보호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 데 그게 부족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일상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현장에 있는 엔지니어들 중에 내부 고발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거예요. 지금도 기자들이 억측을 부린다고 기술적인 반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을 실행했던 사람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미리 먼저 내부 고발을 하거나 폭로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 이거 한국 엔지니어들이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엔지니어니까 엔지니어 사이드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번 사태에 관한 책임에서 정부나 검찰은 1순위이고, 그 이후에 작업을 실행했던 엔지니어들의 책임도 큽니다.”

과거 취재해본 경험을 보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작업’이라는 것이 의외로 간단합니다. 실제 IT기업 내에서 그 일을 담당하는 인원도 기업당 1~2명으로 소수고요. 게다가 이분들은 통신비밀보호법 상 자신들에게는 기밀유지 준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 사람들은 양심선언할 일이라고 거의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누가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엔지니어 사이드, IT 쪽에서 이런 이야기가 먼저 나오지 않았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윗사람들이 거짓말하고 정부하고 그렇게 쿵짝을 맞추는 동안 도구처럼 살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기자들이 기술을 정확하게 모르고 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문구 몇 군데에서 몇 가지 사소한 실수를 잡아서 예리하게 비판하면서 전체를 매도하면서 스스로 정신적 승리를 하는 거 아닙니까.”

다음카카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감청은 불응하겠다고 했지만, 압수수색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출 등은 계속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나머지 것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법적인 부분은 제 영역이 아니지만 타이밍을 잘 맞춘 것같기는 합니다. 법적인 해석을 해보니 안 해도 되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어제까지 사실도 숨기고 거짓말하는 업체가 오늘은 갑자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정부 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거잖아요. 구글, 애플도 못했던 저항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쪽에서 하는 모든 주장을 검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카카오 측이 실시간 감청 시설을 안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신뢰할 수 있는데,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으니 그것도 검증해봐야 합니다. 실시간 감청장비가 셋업되어 있는지 아닌지도 검증에 의해서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국회 국감에서 새누리당은 거꾸로 카톡 측을 계속 공격할 텐데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카톡 편입니다. 검찰이나 국가가 잘못한 것이 우선이에요. 그 이후에 그렇다면 기업이 잘못한 건 없냐는 것인데, 정작 업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옹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단계 단계마다 기술적으로 틀린 말을 하면서 자꾸 호도하는데, 그것은 카톡이 잘못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 여론을 업고 방어하려면 사실과 진실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엔지니어 쪽에서 지지를 얻어야지 화살이 검찰이나 정부 쪽으로 넘어가지 자꾸 논란을 만들어내잖아요. 애매한 이야기를 하고, 뭐 저항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뜯어보면 법조항 해석을 새로 하는 식이니 답답합니다. 지금이라도 다음카카오가 진실한 면을 보이면 저도 그쪽 편에 서서 싸워줄 수 있는데 자꾸 엉뚱한 말만 하고…. 답답합니다.”

이전에도 사회적 이슈가 된 문제에 꾸준히 개입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
“시작은 최열 환경재단 대표 재판이었습니다. 4대강 안 도와준다고 MB에게 표적수사를 당해서 없는 횡령혐의로 잡혔습니다. 하드디스크에 횡령자료라는 것이 나왔는데 자료가 조작되었다는 검찰 쪽 주장을 검증해줄 사람을 찾다 변호사들이 저를 찾아왔어요. 들여다보니 검찰 포렌식 전문가가 마치 조작된 것처럼 꾸며 불리하게 만들어놨더라고요. 공방을 벌여서 결국 판결문에도 ‘조작되지 않은 것 같다’는 대목이 나와요. 통합진보당 분당사태 때 컴퓨터 로그 분석을 해서 진범을 밝혀냈고, 그 이후엔 서울시 공무원 탈북자 간첩사건에서 국정원이 연변에서 찍은 사진을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증거물을 왜곡해 제출한 것을 밝혀냈습니다. 올해 세월호 참사 때는 CCTV와 같이 나온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을 찾아냈고요. 또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의 법률대리인인 대한변협의 의뢰를 받아 휴대폰 포렌식도 했어요. CCTV DVR 자료를 청주의 한 업체와 함께 복구했는데, 기술적으로 사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거였습니다.”

사실 디지털포렌식은 지금 현재도 발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수사기법도 첨단으로 가고 있고요. 그런데 환경운동 쪽에서 이런 고민을 합니다. 한국에서 원자력공학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 탈핵이나 폐로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없다고.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것으로 봅니다. 디지털포렌식 분야도 마찬가지입니까.
“그렇죠.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이니. 저는 원래 포렌식 업계에 몸을 담은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 삼아 개인 이야기를 하면 저는 과거 엠파스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입니다. 컴퓨터 이런 쪽으로 30년을 했으니 포렌식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컴퓨터 지식을 활용해서 하드디스크 파일을 찾아낸다든가, 날짜가 바뀐 것을 파악한다든지 하는 겁니다. 디지털포렌식이라고 하면 마치 고가의 장비를 사용한 특별한 분야처럼 인식되는데, 저는 USB에 따로 부팅되는 간단한 장비를 들고 가서 작업을 하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아주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하는 일로 봅니다.”

감청이나 검열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카톡이 일주일만 더 버텼으면 그 사람이 누구인데… 식의 물타기가 나왔을 겁니다. 카톡이 주식 파는 게 급해서 대응했다고 봐요.”

결국은 코스닥 상장 때문에 카톡이 그렇게 나왔다고 보시는 겁니까.
“임기응변식으로 말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다른 사례이긴 합니다만 과거 2011년에 네이버가 비판받는 모든 것을 다 해결하겠다, 고치겠다, 그리고 검색 조작 여부에 대해 외부 전문가에게 주기적으로 검증받겠다고 이야기한 맥락과 같다고 봅니다. 그 이후에 안 했잖아요. 카카오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검증해야 합니다. 시간을 갖고 검증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