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금메달보다 국회입성이 더 어렵다?

총선 도전한 스포츠스타들 “운동이나 잘하라” 편견에 쓴잔

4·11 총선에서 스포츠 스타 출신 정치인이 탄생할 수 있을까. 고 이주일, 최무룡, 최불암, 강신성일, 김을동, 최종원씨 등 배우나 코미디언 출신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있지만, 운동선수 출신 정치인은 아직까지 없다. 스포츠 스타들은 ‘무식하다’ ‘정치가 운동이랑 똑같냐’ 등의 편견과 싸우며 도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정치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스포츠 스타는 이만기 인제대 교수(사회체육학과), 하형주 동아대 교수(경찰무도학과),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한국시리즈 초대 MVP였던 전 OB베어스 선수 김유동,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김봉섭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등이 있다. 이름만으로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를 갖고 정치에 도전했지만, 매번 현실의 벽에 막혔다. 4·11 총선에서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의 문대성 IOC 선수위원만이 부산 사하갑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18,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 부산 사하을 공천에 도전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한 하형주 동아대 교수. | 경향신문 자료

16·17대 총선에서 경남 마산에 공천을 받았던 이만기 교수는 “공부도 안 했는데, 무슨 정치냐. 국회가 씨름판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내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한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전했다. 18·19대 총선에 도전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한 하형주 교수도 “선거운동을 하는데, 운동선수에 대한 유권자의 선입견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스포츠심리학 박사학위도 받고,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5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5번이나 정치권의 문을 두드렸던 김유동 전 OB베어스 선수도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권유로 15대 총선부터 인천 부평에 출마했고,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당을 바꿔가면서 도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유동씨는 “정치에 도전하기 위해 지금까지 지역에서 많은 일들을 해왔는데, 그런 점들은 인정받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인지도 높지만 ‘현실의 벽’도 높아
학창시절 공부도 안 하고 운동만 했던 선수라는 점만 각인돼 있었던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 진영은 이런 약점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엘리트 스포츠 스타만을 키우는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스포츠를 낮게 평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운동선수에 대한 편견에 한몫을 한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생활체육학과)는 “엘리트만 키우는 교육 때문에 생긴 폐단이다. 운동선수들은 운동만 하기 때문에 사회적 현안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잘 모른다”면서 “문화예술계에 비해 체육계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중 산업적인 측면이나 관심도를 봐도 스포츠가 중심이 되는데, 학자들이나 언론은 대중문화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스포츠의 중요성을 유권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에 도전했던 스포츠 스타들은 “운동선수들이 계속 정치에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포츠 산업과 정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계의 현실을 잘 아는 정치인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스포츠 스타들도 사회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희준 교수는 “운동선수들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세상을 알아야 자신의 가치관을 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