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설날 ‘정치 얘깃거리’ 핫 이슈 10선

제2롯데월드 특혜 논란·이재오 국내 복귀·박근혜 침묵 등 화제 풍성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월 5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여권의 법안 강행처리 방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근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은 가족, 친척, 친구가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누는 자리기도 하다. 설 연휴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정치권 이슈는 단연 화제다. 특히 일반 서민은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정치에 대해 모두 한마디씩 할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정치 이야기에서 정치권의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면 왕따 되기 십상이다. 올해 설 연휴 대화 속에서 회자될 정치권 이슈를 정리해본다.

1 ‘제2롯데월드’를 왜 ‘친구게이트’라 부를까
15년 전 김영삼 정부 때부터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요한 안보상 불가 문제를 일거에 풀어버린 그 ‘힘’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친구게이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대통령과 장경작 롯데총괄사장이 고려대 61학번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관계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신축 허용은 정경유착이고 재벌에 대한 특혜”라며 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서울공항 활주로를 바꾸면 성남시에 또 다른 고도 제한을 불러오기 때문에 성남시민은 반대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조차 “건물 신축으로 활주로를 바꾼 공항 사례는 세계적으로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기업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2 이재오 전 의원 귀국, 정치권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파장의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유랑생활을 마치고 2~3월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인터넷 팬클럽에 게재한 동영상에서 “이번 겨울에 중국을 중심으로 몽골, 카자흐스탄, 인도, 동남아를 돌아서 다시 한국으로 갈 것”이라고 밝혀 귀국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 친이상득계 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정두언·진수희 의원 등은 그의 귀국 환영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돌아오면 한나라당은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이재오계와 이를 막으려는 이상득계 간에 암투가 벌어질 수 있고, 여기에 친박계도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원외에다 은평 을 보궐선거가 있더라도 10월에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낮은 포복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3 박근혜 전 대표는 왜 침묵할까
대권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대선후보 1순위다. 비록 대선이 4년이나 남았지만 그를 대적할 인물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는 전략적 행보를 하고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게 ‘찍히지’ 않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긴 침묵 속 짧은 한마디’다. 이 대통령이 민심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침묵하다 결정적일 때 한마디하는 방법이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이 국회를 정상화하고 운영할 책임이 있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함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는 평의원으로서 침묵 이외에는 특별히 할 것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박 전 대표는 4년 후 결전을 그리며 계산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4 제2의 입법전쟁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설 민심잡기는 제2차 국회전쟁을 앞두고 장외에서 몸을 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월 임시국회를 무사히 넘겼지만 2월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이 대통령이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 폭력을 강력 비난하고 각 부처를 통해 적극 홍보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이 자신들의 지지기반·정체성과 직결되어 있어, 여야는 사활을 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올해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는 적기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법안 처리 압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에는 선거정국의 영향으로 정부가 각종 정책과 과제를 밀어붙이기에 무리가 따른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번 2월 국회에서 방송법, 은행법 등 쟁점법안을 놓고 물고 물리는 싸움을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5 김형오 의장 직권상정하나
여야의 입법전쟁 판가름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김형오 국회의장이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은 85개 법안에 대한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직권상정이란 국회의장이 독단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하지만 그는 직권상정을 거부, 사실상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그가 다시 직권상정을 거부할지 관건이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뿌리가 한나라당이고 그가 다시 공천을 받고 정치를 계속하려면 한나라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난번에는 거부했지만 이번에는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그는 직권상정을 거부해 주목을 받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미지를 보였다. 또 직권상정을 강행하면 국회마저 여론의 비난 화살을 받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6 정국 최대의 분수령 4월 재·보선
4월 29일 재보궐 선거는 여야 모두 지난해 총선 이후 처음으로 민심을 검증하는 기회가 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 적어도 8곳 이상에서 재보궐 선거가 벌어진다. 특히 중요한 승부처는 서울 금천, 인천 부평 을, 경기 수원 장안 등 수도권이다. 수도권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에는 거대한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패한다면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박희태 대표의 퇴진 문제와 박근혜 전 대표의 대표 추대론이 빠르게 전파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진다면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에 모든 책임이 전가돼, 당의 리더십과 정체성 문제를 놓고 극심한 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7 손학규·정동영의 복귀 가능성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4월 재·보선에 출마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 본인들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손 전 대표는 경기 수원 장안에, 정 전 장관은 전북 전주 덕진에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손 전 대표는 부인과 함께 강원 춘천 인근 농가 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닭을 기르며, 등산과 독서로 소일하고 있다.

미국 듀크대에서 연수 중인 정 전 장관은 당초 올해 초 중국 칭화대로 옮기려던 계획을 잠정 연기하고 미국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들 모두 4월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는 말로 확답을 피하고 있다. 이들의 최종 결심은 설 민심을 지켜본 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손 전 대표와 정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도 이에 걸맞은 대항마를 내세울 것이다.

8 민주·민노·진보신당 연합공천할까
4월 총선에서 민주·민노·진보신당 등 진보세력이 연합할 수 있을까. 야권에서는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나 강기갑(민노당)·심상정(진보신당) 대표도 진보세력 총결집에는 동의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등 각 당이 후보를 내면 표가 분산돼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이미 지난 입법전쟁에서 공조함으로써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에 승리한 바 있다. 여기에다 진보신당과 시민사회까지 결합하면 4월 수도권 재·보선은 한나라당 대 진보개혁 정당의 양자대결 구도가 돼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 이는 지난해 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시한 이른바 ‘민주연합론’과도 일맥 상통한다. 비록 정치적 연합은 아니더라도 수도권 등 격전지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연합공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일 뿐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9 선진당은 왜 존재감이 없을까
자유선진당의 고민은 원내 3당에 걸맞은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임시국회의 입법전쟁에서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여야를 오가면서 중재안을 내놨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여기에 국회의 파행으로 캐스팅보트조차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진당은 최근 국회 폭력 사태와 민주당 의원들의 골프 외유 파문에 따라 정치문화의 쇄신과 국회의원의 도덕 재무장을 위한 대대적인 정풍운동을 제안했으나 언론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가 교섭단체인 ‘선진창조모임’의 원내대표로 활약하고 있어, 이회창 총재와 소통이 원활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충청권 이회창 총재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10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하나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사실 현실 정치에 초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전 대통령의 행보는 어차피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김 전 대통령은 호남지역에서 아직도 독보적인 존재이며, 노 전 대통령도 영남과 개혁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요즘은 민주주의가 역행해가는 현상이 보여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 대북 삐라 살포 중지와 6·15, 10·4 선언 인정 등도 요구했다.

친형인 노건평씨의 구속기소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하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도 하루 500여 명의 방문객이 봉하마을을 찾는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문재인·이병완 전 비서실장 등도 자주 방문한다. 60대 중반인 노 전 대통령이 퇴장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기 때문에 어떻든 현실 활동을 재개할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레 정치적 성격을 띨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