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반도의 생태적 발전

한반도의 봄이 시작되었다.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내심 걱정스럽기도 하다. 평화를 바라지 않는 세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가 추진해온 발전 방식과 그 결과들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을 고려하기보다 경제성장을 앞세운 발전, 개발이득의 사유화와 개발비용의 사회화를 당연시하는 토지이용, 투기가 만연한 부동산 시장, 농업(소농)을 경시하고 산업화와 도시화를 지향하는 발전 패러다임은 오랜 기간 한국 사회를 지배했다. 그 결과 경제규모가 커졌고 사회 인프라가 양과 질에서 확대되었으며, 문화 역량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동시에 다수가 비정규직에 내몰리고 빈부격차가 커졌다. 자살률은 OECD국가에서 압도적 1위이다. 토지와 부동산은 소수에 의해 독점되었고, 자연환경은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이는 국내요소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적으로 진행되어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남한의 발전 패러다임을 북한에 이전시키는 것은 북한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에 편입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여러 나라의 자본이 북한의 기초 인프라 구축과 도시 건설을 통해 축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할 것이고, 일정한 성과도 있겠지만 북한의 사람과 자연은 현재 남한에서 목격되는 것처럼 소외되고 파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존 발전 패러다임에 대한 적극적 성찰과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이번 개헌 과정에서도 쟁점이 되었지만 토지공개념을 통해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개발이득의 사유화와 개발피해의 사회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의 생태적 수용능력을 고려한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에 대한 남북한 공동연구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도록 하여 반드시 그 범위 내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게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경유착과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 기득권의 이익을 반영하는 데 충실한 정치구조, 수도권 중심의 공간구조, 여기 기생하는 지식인과 언론인들의 카르텔을 혁신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적 연대 경제가 확대되며, 양질의 일자리가 확보되는 산업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체제, 민주적이고 자립적이며 생태적으로도 건전한 공간구조,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소신껏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북한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남북한이 힘을 모아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판문점선언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발전 패러다임을 생태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이상헌 한신대학교 교수·녹색전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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