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설계]마디 두꺼워지는 ‘손가락 관절염’

미용실을 운영하는 전모씨(54·여)는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다 보니 손이 늘 엉망이었고, 남 앞에 손가락을 내보이는 게 창피했다. 바쁜 날은 샴푸에 파마까지 직접 하다 보면 종종 손에 뻣뻣하고 굳은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면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최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손가락 마디가 저리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 진료와 검사를 통해 ‘손가락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관절염 하면 흔히 무릎 관절염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 몸은 크고 작은 200여개의 관절로 이루어져 있고, 관절염은 이 모든 관절 부위에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많이 사용하는 관절일수록 관절염에 취약한데, 손가락 역시 잦은 사용으로 관절염이 쉽게 생길 수 있는 부위 중 하나이다.

손가락 관절염은 과사용 등의 이유로 손가락 연골이 닳거나 관절낭이 퇴화해 생기는 퇴행성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손가락 끝 마디 부분에서 통증이 나타나고, 손을 많이 쓴 후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게 주요 특징이다. 중년 여성들 중 물건을 집을 때 불편할 정도로 손에 통증이 있거나, 손이 부어서 손가락을 잘 펴지 못하거나, 관절의 마디가 굵어지거나, 혹같이 부어 오르는 증상 등이 발생했다면 손가락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가락 관절염은 헤어 디자이너·피아니스트·요리사 등 직업상 손가락 사용이 많은 사람들의 발병률이 높다. 또 남자들보다는 중년 여성들의 발병률이 높다. 중년 여성의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폐경 이후가 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우리가 섭취한 칼슘을 뼈로 보내 뼈 발육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호르몬이 감소하면 뼈와 연골이 약해져 골절과 관절염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손가락 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손가락 마디가 굵어지고 변형이 생기거나 통증이 심하고 관절이 굳어져 잘 움직이지 못하는 등 증상이 심화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건강설계

퇴행성 관절염은 전신 증상이 거의 없이 관절 부위만 아픈 특징이 있다. 손가락 통증은 잠시 쉬면 괜찮아지기 때문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자칫 조기 진단을 놓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손을 자주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평소 손가락 관절과 근육 운동, 마사지 등을 해주고 틈틈이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

<글·이원영 바른세상병원 수족부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