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분리독립,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를 해산하고 일시적으로 자치권을 회수하면서 12월 21일 조기 선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제는 12월 21일 선거 결과에 따라 독립 문제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2017년 10월 1일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되었다. 그 후로 한 달 동안 스페인과 카탈루냐 정부 간의 혼란스러웠던 공방전은 푸지데몬 수반의 벨기에로의 피신과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해산, 그리고 12월 21일 조기 선거로 일단 진정되는 국면이다. 카탈루냐가 무리하게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독립선언까지 이르게 된 상황은 최근에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닌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11월 2일(현지시간) 스페인 법원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뇌부 구속에 항의하는 군중들이 카탈루냐 자치의회 앞에 모여 ‘정치범 석방’과 ‘민주주의’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조세 자치권 요구가 분쟁의 시작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불거진 이유는 최근 분리독립 움직임이 있는 이탈리아 북부 등과 같이 단연 경제적인 문제이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해 야기된 세계적 경기침체는 2010년대 유로존 위기까지 이어졌고, 서유럽 국가 중에 큰 타격을 받은 국가 중 하나가 스페인이다. 물론 스페인의 일부인 카탈루냐도 경기침체에 많은 타격을 받았으며, 카탈루냐 지방에서 징수된 세금이 스페인 중앙정부를 통해서 경제력이 낙후된 지방을 지원하는 데 쓰이면서 카탈란들의 불만은 고조되었다. 이에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기존의 자치권에서 바스크 지방이 누리고 있는 조세 자치권까지의 확대를 요구하였으나 스페인 정부에서는 이를 묵살하였고, 이는 결국 분리독립의 강행에 이르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에서 3년 동안 살면서 카탈란들을 만나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너는 스페인이 아니라 카탈루냐에 살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바르셀로나 시내의 상점이나 레스토랑을 가보면 항상 카탈루냐어가 주가 되며, 카스테야노(스페인에서는 스페인어를 카스티야의 말이라는 뜻의 ‘카스테야노’라고 말한다)는 병기를 하지 않는 곳도 많다. 또한 공립학교에서는 카스테야노보다 카탈루냐어가 주언어로 교육되고, 시내 곳곳에 카탈루냐의 유적들이나 스페인 내전의 흔적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독립 열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카탈란들이 카탈루냐의 스페인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에 찬성하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카탈란들이 그들만의 언어나 역사, 문화에 대한 강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만 독립문제는 그와는 별개이다. 주민투표가 있던 전날 저녁, 두 명의 카탈란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주민투표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봤었다. 한 친구는 독립에는 찬성하지만 불법으로 규정된 주민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친구는 독립에 반대하여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르셀로나는 다른 카탈루냐와 달리 상당히 국제화된 도시이고 카탈란 외에도 다른 스페인 지역 출신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때문에 지로나 등과 같은 카탈루냐의 다른 지방과는 다소 다른 정서를 보인다. 하지만 독립 반대 여론도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주민투표 이전과 며칠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이 독립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이 비등비등한 상황이다.

결국 카탈루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조세 자치권을 포함한 자치권의 확대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경제가 활성화되고 조세가 많이 징수되는 카탈루냐 지방의 자치권 확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주민투표 이후의 카탈루냐 상황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주민투표 당일 벌어진 강경 유혈진압 사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카탈란까지 포함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야기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선언을 강행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제여론이 카탈루냐의 독립 인정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방코 사바델, 라 카이사 등 주요 카탈루냐 기업들이 본사를 카탈루냐 밖으로 이전하였으며 스페인 정부와 원만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 정부의 독립 포기선언 요구를 거부하고 독립선언을 강행했다. 이에 맞서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를 해산하고 일시적으로 자치권을 회수하면서 12월 21일 조기 선거 카드를 꺼내들었다. 푸지데몬 자치수반은 이에 벨기에로 피신하였으며 이미 독립선언을 한 상태임에도 스페인 정부에서 시행하는 12월 21일 조기 선거에 참여하여 다시 한 번 독립 요구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카탈루냐 의회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던 독립주의 연합정당들은 정파에 따라 조기 선거를 부정하고 불복종운동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과 조기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스페인 정부의 자치정부와 의회 해산 과정에서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제는 12월 21일 선거 결과에 따라 독립 문제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역사적 배경

카탈란들이 독립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원인 중에 최근의 경제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지만, 그렇다고 단순하게 경제 문제로만 환원시킬 수는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인 배경까지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크 왕국으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 세력을 유지하고 있던 카탈루냐 지방은 12세기 아라곤 왕가와 혼인을 통해 아라곤 연합왕국으로 통합되었으며 아라곤 연합왕국이 15세기에 다시 카스티야 왕가와 혼인을 통해 스페인 제국을 형성하면서 그에 편입되었다. 하지만 카탈루냐 지방은 여전히 카탈루냐어를 사용하며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었다. 이후의 두 번에 걸친 독립 시도는 1714년 9월 11일 바르셀로나가 함락되고 자치권이 박탈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카탈란들은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노우에서 전후반 17분14초에 독립을 뜻하는 인데펜덴시아를 외치고, 매년 9월 11일 독립을 염원하는 가두행진을 벌이며 그때의 패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20세기 들어서 스페인 제2공화정 아래 자치권을 회복한 카탈루냐는 1930년대 다시 한 번 독립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독립 시도는 무위에 그치고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면서 카탈루냐는 프랑코를 위시한 권위주의 세력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결국 카탈루냐가 속한 공화파는 내전에서 패배하면서 이후 프랑코 독재체제 하에서 1975년까지 카탈루냐어 사용이 금지되는 등 가혹한 탄압을 받게 된다. 그로 인해 카탈란들의 스페인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도 극에 달하게 되었다.

프랑코 사후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카탈루냐의 자치권도 회복된다. 하지만 독립 요구가 강했던 바스크 지방과는 달리 조세 자치권이 포함되지 않은 제한된 자치권이었다. 2006년부터 다시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나 스페인 중앙정부에서는 자치권 확대를 약속한 이후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었다. 이후 독립주의자들이 선거에 승리하면서 자치정부와 의회를 장악하여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이어 올해 또 한 번의 주민투표와 독립선언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립 반대여론과 스페인 잔류파의 지지가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현실적으로 카탈루냐의 독립은 더 이상 추진하기가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독립파들의 지지기반이 여전히 견고하며 잔류파들 또한 지속적으로 자치권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돼 조기 선거 이후에도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나상수 카탈루냐 현지 교민·ESADE 비즈니스 스쿨 MBA(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