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홍대에 왜 일본 아이돌이?

11월 2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무명 아이돌 그룹으로 보이는 여성 5명이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복장이 특별하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치한 복장에 명도가 높은 복장이라 눈에 잘 들어온다. 일본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도 있다.

사이바(CY8ER) 멤버들이 11월 21일 홍대 버스킹을 마치고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이바 트위터

더욱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끈 건 이들 뒤로 춤을 추는 6~7명 정도의 남성들이다. 청바지에 검은 상의를 입은 이들은 걸그룹의 노래에 맞춰 온몸을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거나 손을 위아래로 들었다가 놓는 등 의미를 알기 어려운 동작을 반복했다.

버스킹을 하던 걸그룹은 일본의 아이돌 그룹 사이바(CY8ER)다. 2015년 5월 결성됐지만 멤버의 탈퇴, 가입이 반복돼 현재 5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리더인 리나하무가 소속사 대표를 겸하고 있다. 일본어 위키백과에서도 기본적인 멤버 소개 외에 정보를 찾기 어려운 무명 중의 무명 그룹이다. EDM을 기반으로 격렬한 동작을 특징으로 하는 그룹으로 소개되고 있다.

한국에 오는 비행깃 값 감당도 힘들어 보이는 이들이 왜 한국에 왔을까. 리나하무가 쓴 곡 중에는 꿈 속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내용의 ‘하쿠츄므’가 있다. 또한 한국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이바 멤버들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레드벨벳 등 K팝 가수들을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더 리나하무는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나 한국에 여행올 오기도 했다. 그룹 리더가 소속사 대표이다 보니 ‘한국이 좋다’는 이유만으로도 버스킹을 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 외에도 궁금한 점이 또 있다. 11월 21일 사이바의 버스킹 공지사항에는 ‘체키회는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체키회란 팬을 가운데 두고 아이돌 멤버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행사다. 일본에서는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가 후지필름의 ‘체키’여서 체키회란 말이 나왔다. 사이바 뒤에서 춤을 추던 남성들은 백댄서가 아니라 ‘오타게’를 하고 있는 팬들이다. 오타게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에 맞춰 최대한 과격한 동작을 하는 일본 아이돌 오타쿠 문화다. 무조건 과격하게만 해서 되는 건 아니며, 오타게에도 나름 정해진 동작들이 있다.

언더그라운드 넷

무명 일본 걸그룹의 깜짝 버스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게 참 많다. 그만큼 아이돌 오타쿠의 세계는 심오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리 자세히 아는 것인가.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