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사색적이고 따뜻한 러브스토리

(주)더쿱

제목 고스트 스토리 (A Ghost Story)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92분

장르 판타지, 로맨스, 멜로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루니 마라, 캐시 애플렉, 롭 자브레키, 리즈 프랑케

개봉 2017년 12월 28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교외의 아담하고 낡은 집에 살고 있는 작곡가 C(캐시 애플랙 분)와 연인 M(루니 마라 분)은 행복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가끔 알 수 없는 불안이 찾아들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믿음과 사랑으로 이를 극복하고 둘의 관계는 더욱 단단하게 결속된다. 그러나 어느 날 C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으며 한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행복은 끝이 난다. C는 유령이 된다. 저승으로 통하는 통로를 거부한 채 집으로 걸어 돌아온 그는 조용히 M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누군가는 떠나고 남은 이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얀 천을 뒤집어 쓴 익숙한 유령의 모습만큼이나 흔한 제목의 작품이지만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꽤나 독특하다. 일단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진 1.33:1 비율의 화면비가 당황스럽다. 대사는 절제됐지만 롱테이크의 호흡은 길고, 종종 등장하는 비약적 전개는 보는 이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든다.

내용도 그렇다. 영화 내내 죽은 남자의 혼령이 등장하니 유령이야기는 맞는데, 흔히 기대할 수 있는 괴기스런 깜짝쇼나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차라리 유령 곁에서 체험하는 사유적 일상의 엿보기라고나 할까? 그래서 행여 기존의 혼령이 등장하는 상업영화에 부합할 만한 기대나 선입견을 조금이라도 가진 채 이 작품을 선택한다면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만약 이 영화의-사실 그렇게 일방적이거나 독선적이지 않고 오히려 충분히 배려가 넘치는-낯선 분위기와 화법에 적응한다면 좀처럼 쉽게 접할 수 없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남자의 죽음으로 따라 나선 여정은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현실로 이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뚜렷한 러브 스토리로 읽힌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뛰어넘는 생명과 시간에 대한 거시적 철학까지 포용하는 것이기에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전반적인 기운은 차갑고 조용하지만 오히려 겨울에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안기는 사색적이며 따뜻한 작품이다. 아직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할리우드에서 만나기 힘든 섬세한 감성의 연출가 데이빗 로워리라는 이름은 충분히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나마 이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는 이미 연기력과 개성으로 인정 받은 주연배우 루니 마라와 캐시 애플랙의 출연이다. 두 배우는 이 작품에서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내는데, 이전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차별되는 새로운 노력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터치스크린

만약 이 작품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관객이라면 이들 두 배우와 감독의 협업이 지난 2013년 <에인트 뎀 바디스 세인츠>라는 작품을 통해서 먼저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울 것이다. 범죄행위로 수감된 한 남자가 아내와 어린 딸을 만나기 위해 탈옥해 벌어지는 사건을 차분하게 펼쳐내는 이 영화 역시 <고스트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범죄스릴러나 로맨스와는 다른 결로 완성되어 더 인상적이고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한다.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의 관계, 그리고 어긋난 관계를 회복하려는 몸부림은 두 영화에 공통적으로 부각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두 영화는 꽤나 비슷한 설정과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어 연작처럼 느껴지는데,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에인트 뎀 바디스 세인츠>를 함께 찾아보시기를 적극 권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