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영화 <무서운집> 양병간 감독…21년 만에 코믹호러로 돌아오다

“이 포스터도 그래요. 남들이 못 만들었다고 그러죠? 이 공간이 이만큼 비었잖아요. 비틀어졌죠? 다 의도적인 것입니다.” 시종일관 진지했다. 양병간 감독(65)은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의도적’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2015년 여름, <무서운집> 신드롬이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다. 리뷰들을 보면 ‘2015년 공포영화 최고의 걸작을 만났다’와 같은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리뷰에서 “부천영화제에서 왜 이 영화를 놓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사실 놀랐던 것이, 이런 반응을 다 예상하고 계시더군요. 이런 관객들의 반응은 개인적으로 처음 봤습니다.” 영화의 배급을 맡은 김태호 콘텐츠윙 대표의 말이다. 양 감독을 인터뷰 하러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가 입을 열었다. “이 영화 배급을 준비하면서 최근 양 감독의 대표작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1993)를 다시 봤습니다. 놀랐던 게, 여배우의 가슴이라든가 그런 노출 장면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렸을 때 봤을 때는 되게 야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감독님은 센스가 있는 분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이 일을 맡게 됐습니다.”

[주목! 이 사람]영화 <무서운집> 양병간 감독…21년 만에 코믹호러로 돌아오다

사실 영화는 시작 장면부터 관객들을 어이없게 한다. 사진작가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 4층집 꼭대기에서부터 한 층씩 내려올 때마다 대사를 하나씩 던지면서 한 커트 한 커트 찍혀 있다. 마네킹 귀신에 맞서 도망갈 때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중년여성은 “우와와와와와와…” 소리를 지르며 역시 한 층 한 층씩 올라간다. 귀신과 조우한 뒤, 이 여성은 갑자기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도마질하는 장면에서부터 프라이팬으로 조리하는 장면까지 다 디테일하게 영화는 담고 있다. 심지어는 후식 커피까지도. 감독에게 확인해봤다. 정말 의미없이 찍은 쇼트나 아웃테이크될 필요가 없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했는지. “다 의도하고 넣은 것입니다. 우리가 중년이 넘게 되면 여자들은 먹는 데 목을 매게 돼요. 사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게 여성의 심리지. 그게 다 의도된 거고…. 또 하나는 여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것이 가사를 하다 보면 하루가 언제 갔는지 모르잖아요? 계단도 그래요. 주인공이 제자리에서 뛰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건 연기자의 주관을 담기 위해 넣은 장면입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 전체가 객관적입니다. 주인공을 따라가는 의도를 갖고 찍은 것입니다. 영화는 일부러 주관과 객관을 왔다갔다 하는 것을 담은 것입니다.” 역시 감독은 자신의 영화관(觀)을 진지하게 설파하고 있었다.

오랜 공백이 있었다. 마지막 작품은 1994년 <태양속의 남자>였다. <무서운집>은 공식 필모그래피 상에서도 21년 만의 영화다. 한 관객이 물었다. 아직까지 영화 제작의 꿈을 버리지 않는 원동력이 뭐냐고. “영화와 더불어 자랐지만 좌절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1980년대에는 심의가 조금 심했어요. <피조개 뭍에 오르다>를 만들어놓고 7년 동안 영화를 만드는 의미를 못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입니다.” 차기작으로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2편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무서운집>은 속편을 만들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양 감독은 “생각은 있지만 앞으로는 또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주목!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