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더 퍼지: 거리의 반란-사회적 약자들의 의기투합

UPI 코리아

제목 더 퍼지: 거리의 반란 (The Purge: Anarchy)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3분

장르 스릴러

감독 제임스 드모나코

출연 프랭크 그릴로, 자크 길포드, 키일리 산체즈

개봉 2014년 8월 27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이 작품은 작년 가을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더 퍼지>의 속편이다. 한국 관객들에겐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외국에선 꽤나 화제를 모았다.

집 안에 고립된 일가족이 외부로부터 위협해오는 폭력적인 존재들에게 저항하는 과정을 그려낸 일종의 가택 스릴러로 저예산 영화의 갈래를 모범적으로 보여준 영화였다.

한정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에단 호크, 레나 헤디 등 나름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기용했고, 무엇보다도 일명 ‘퍼지 데이’라 명명되는 위험하지만 참신한 영화적 아이디어가 매력적이었다.

퍼지 데이란 1년 중 단 하루, 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가상의 국가지정일을 말한다. 이 패륜적 축제 안에서도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소소한 규정이 없진 않다. 개시시간으로부터 만 12시간 동안만 허용되며, 대량살상 무기는 사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 4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들은 테러의 대상에서 제외되며 보호받는다.

이런 날이 만들어진 이유는 표면적으로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린다. 현대의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에서 억눌리고 쌓여만 가는 분노와 폭력욕구가 나날이 증가하는 범죄의 원인이라는 판단이 그것. 차라리 공식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날을 허용함으로써 안으로 곪아가는 문제를 밖으로 터뜨려 해결한다는 이론이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속편이 그렇듯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은 전편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 일단 제작비가 전편의 3배나 투입됐다. 집안이라는 답답함을 벗어나 도시 전체를 극의 무대로 넓혔으며, 그만큼 다양한 사건과 액션들이 지루할 틈 없이 연결된다.

주요 인물들도 부유한 일가족에서 각자의 사연을 지닌 다른 인종과 계층의 사람들로 다양해졌다. 복수를 위해 기다려온 남자. 자동차 고장으로 사지에 내몰린 커플, 본의 아니게 집안에서 끌려나와 생사의 기로에 놓인 모녀 등이 등장한다. 적잖은 인물임에도 하나하나를 개성 있게 그려낸 부분도 이 영화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의기투합해야만 하는 배경과 목적은 제각기 다르지만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다는 공통점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 이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의문의 세력이 정부와 관련 있음이 의심되고, 더 나아가 퍼지 데이 자체가 애초 기득권만을 위한 일방적인 음모임이 엿보이면서 영화는 신계급사회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웅변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러한 주제에 영감을 준 것은 일명 ‘악마의 선택’이라 명명되는 실제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2011년 5월 기록적 폭우로 미시시피 강의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자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하류 동부에 위치한 배턴루즈와 뉴올리언스를 구하기 위해 모간자 방수로의 수문을 열어 범람하는 물길을 서쪽으로 틀었다. 두 지역에는 20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고 미국 정유시설의 12%가 밀집해 있어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미국 정유산업이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남서쪽에 위치한 인구가 적은 소도시와 농작물 경작지 등이 광범위하게 희생됐다.

이런저런 뒷이야기가 얼마나 대단하던 간에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의 성취 지점은 뚜렷하다.

터치스크린

흥미진진한 스릴과 액션을 즐길 수 있는 탄탄한 오락물이라는 점, 모처럼 경험할 수 있는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이라는 점만으로도 티켓 값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영화라는 사실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