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푸르른 날에

연극 푸르른 날에
일시 6월 8일까지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관람료 관람료 2만5000원

무대 한편에 설치된 암자에서 승려 여산이 조용히 목탁을 두드리고 있다. 여산은 정혜가 보내온 자신의 ‘딸’ 운화의 청첩장을 받는다. 여산은 딸과 아내를 회상한다. 30여년 전 광주 전남대 학생이자 야학 교사이던 민호는 찻집 아르바이트생 정혜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가던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민호는 친동생처럼 지낸 정혜의 동생 기준과 함께 전남도청을 사수하러 떠난다. 기준은 반란군의 손에 죽지만 민호는 목숨을 구걸한 끝에 살아남는다. 이후 고문의 후유증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겪던 민호는 임신 중인 정혜를 뒤로 하고 속세를 떠난다. 하지만 끊을 수 없는 인연은 30년 만에 민호를 찾아 그의 마음을 뒤흔든다.

<푸르른 날에>는 “5·18의 진정성을 잘 표현한 연극”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2011년 초연 이후 매년 흥행에 성공해 왔다. 고선웅 연출은 이 연극을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푸르른 날에>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거움보다는 유쾌함에 가까워 보인다. 배우들은 의도적으로 과장된 몸짓을 하고,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하지만 민호가 고문받는 장면 등에선 관객들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푸르른 날에>의 마지막 장면에서 운화는 민호를 아버지가 아닌 ‘작은 아버지’로 부른다. ‘현실의 5·18은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리고 있나’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