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아까운 책]“자본주의는 낡았고 기업은 독재자다”

시절이 수상하다. 작년 18대 대선의 주요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설마’와 ‘어쩌면’을 지나 ‘역시나’로 귀착된 것일 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개그콘서트>의 앵그리 성호가 매주 외치듯, “화가 난다. 화가 나!”

<경제를 점령하라> 리처드 울프 | 데이비드 버사미언 지음 | 돌베개 | 1만5000원

<경제를 점령하라>와 <자본주의와 그 적들>, 이 두 권은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와 그 여파로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에서 터져 나온 분노한 99%의 ‘점령운동’ 이후 출간된 대담집으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과 한계를 찬찬히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우리 삶의 가장 강력한 토대인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그간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자본주의 교육을 받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이 체제의 발전과정, 총체적 역사, 장·단점, 한계 등에 대해 자유롭게 학습하고 토론하고 비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반쪽짜리 교육현실에서 그나마 대중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인 대화체로 된 책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두 책은 자본주의와 세계 경제위기에 관한 입문서이자 자본주의에 불만 혹은 의혹을 품은 이들을 위한 자매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의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힘 있는” 책이다. 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자기검열에 들어간 시대, 불행히도 주류 언론매체에서 거의 외면을 당한 안타까운 책들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와 그 적들> 노엄 촘스키 외 지음 | 돌베개 | 2만원

<자본주의와 그 적들>에서 세계적 석학 데이비드 하비는 이렇게 말한다. “자본주의는 역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사회조직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낡았습니다.” 같은 책에서 촘스키는 더욱 뼈있는 한마디를 던진다.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독재자입니다. 이 사적 부문의 독재자가 사회를 지배하는 상황, 다시 말해서 최악의 억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일반 민중은 자기방어 수단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인 리처드 울프의 <경제를 점령하라>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울프는 애초 자본주의가 부자만을 위해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이며 특유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끊임없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 대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이때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기업민주화’라는 점을 역설한다. 더불어 경제를 점령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헌신이며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데 보탬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위험은 어떻게든 사회에 떠넘기고 이윤은 철저히 사유화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핵심은 세계화한 금융 시스템에 있다. 올 2월에 타계한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 역시 일찍이 금권 독재에 저항할 것을 호소한 바 있다. 거의 한 세기를 온몸으로 뜨겁게 살다 간 에셀 옹의 호소에 크게 고무된 이들이 2011년에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점령운동’을 조직하고 이끌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이런 세계적 흐름에 대한 동참이 유독 미약해 보인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시민들의 비판적 의식 함양을 체계적·조직적으로 방해해온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한 진짜 ‘의식화’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얼마 전 홍세화 선생이 말했다. “엽기인데 엽기인 줄 모르는 게 가장 큰 엽기다!” 이보다 더 ‘엽기적인 그녀’를 찾아보기 어려운 때다. 답답한 시절이다.

소은주<돌베개 인문사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