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스마트폰, 안 써 봤으면 말을 마세요

다양한 기능으로 IT문화 새 바람… 사용자 삶이 달라진다

새벽 4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그 자리에서 밤새 일어난 미국의 정치·경제 소식을 확인한다. 날씨까지 확인하면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동준 은광교회(서울 은평구) 목사(65)의 일상이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나이가 많고 적음도 상관없다.

이동준 목사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

이 목사와 만난 기자는 명함을 건넸다. 이 목사는 대뜸 아이폰을 내밀었다. “아이폰 없어요? 범프(접촉 한 번으로 아이폰에 저장된 자신의 정보를 교환하는 기능)합시다.”

이 목사는 올해 2월에 아이폰을 구매했다. 그전까지는 휴대전화도 거의 들고 다니지 않았다. 간단한 문서작업이나 인터넷 등 컴퓨터에는 익숙해도 휴대전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아이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사서 보여 줬어요. 괜찮겠다 싶어 나도 사겠다고 말했죠. 내가 쓰기엔 불편할 거라고 아들이 말리더군요.”

취미생활에 대한 유용한 정보 얻어
처음 손에 익는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불편함 없이 사용하고 있다. 평소 종이에 하던 메모를 아이폰에다 저장하고 스케줄도 관리한다. 밖에서 식사할 경우 검색 기능을 통해 맛집을 찾아 보고 가게에 관한 기록도 남긴다. 목사라는 직업상 성경도 아이폰을 이용해 틈틈이 읽고 자기 전엔 간단한 퍼즐 게임도 즐긴다. 아이폰을 사용한 이후 돋보기를 목에 걸고 다닌다는 이 목사. 그의 일상에 아이폰은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다.

“목사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아요. 행동도 조심해야 하죠. 항상 긴장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틈틈이 아이폰을 쓰면 긴장이 해소됩니다. 제게 아이폰은 일탈이 허용되지 않는 삶에 작은 일탈 같은 존재죠.”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100만대를 훌쩍 넘었다.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한 트위터, 미투데이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국내 이용자도 수백만 명에 이른다. 스마트폰을 앞세운 정보통신(IT) 기술로 인한 삶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2400만대가 넘는 국내 휴대전화 시장 가운데 스마트폰 비중은 4%밖에 되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의 영향력에 대한 확대 해석을 우려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1%였던 스마트폰의 국내 휴대전화 시장 비율이 3개월만에 4%로 오른 빠른 성장 속도와 사용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스마트폰은 취미 생활에 변화를 불렀다. 물론 이 역시 나이불문이다. 이구철 서울대 물리학부 명예교수(76)의 취미는 자전거 타기와 사진촬영이다. 낯선 길을 다니고 다녀온 길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위성항법장치(GPS), 카메라가 필수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구입 후 짐이 줄었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휴대전화를 산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좋은 기능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100만원이 넘는 GPS 기능은 단돈 몇 천원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GPS를 대신하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자전거 길을 공유하는 앱을 통해 취미 생활에 더욱 심취했다. 최근에는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폰에 맞는 광각렌즈와 삼각대까지 구입했다. 영락없이 아이폰 ‘마니아’의 모습이다.

“최근에는 몸이 좋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지 못했습니다. 날씨가 풀리고 몸도 괜찮아지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사진도 찍으며 지낼 겁니다.”

대학생 강의시간에 ‘외도’ 즐겨
스마트폰의 대표격인 ‘아이폰’은 국내 도입 4개월 만에 가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50만 명 가입자의 연령분포(표 참조)를 살펴보면 20·30대의 비중이 77%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동관 목사나 이구철 교수처럼 50대 이상의 사용자가 5%가 되지만 아직까지는 젊은 세대, 특히 20~30대에서 사용자가 몰렸다. 사용자가 많은 만큼 그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김형석씨(35)는 트위터를 통해 비즈니스 관련 정보를 얻는다. 특히 IT나 모바일 분야의 정보는 인터넷 뉴스나 커뮤니티보다 훨씬 빠르게 유통돼 정보 습득에 유용하다. 김씨는 “트위터는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며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비즈니스와 관련한 트렌드를 쫓아가는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아이폰과 SNS 등 새로운 IT기술은 비즈니스에도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중·고교생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보성군(고교 3년·대구·18)은 지난 해 12월 아이폰을 구매했다. 박군은 “가격이 비싸고 학업에 방해될까 부모님이 걱정했다”면서도 “때마침 사용하던 휴대전화가 고장나서 구입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실제로 박군은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있으며, 나아가 학업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강의를 스마트폰으로 보거나 영어사전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박군은 “스스로 자제만 잘하면 트위터나 인터넷 검색 등은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나 SNS로 인한 변화가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김민선씨(가명·27)의 직업은 교직원이다. 사무직이어서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특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다. 최근 김씨는 트위터와 포스퀘어 등 SNS에 푹 빠졌다. 김씨는 “평소에 관심 있었던 정치인이나 연예인은 물론 일면식도 없는 이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면서 “이 때문에 업무에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최근엔 상사로부터 업무에 집중하라고 ‘경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최씨는 ‘업무 중 트윗질’은 쉽게 멈출 수 없다고 고백한다. “중독성이 강해서 자꾸 하게 된다. 눈치 보일 땐 화장실에서 잠시 놀다 오기도 한다.”

대학가에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무선랜이 거의 완벽하게 설치된 교내는 스마트폰의 천국이다. 게다가 대학생은 스마트폰 최대 사용자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강의시간 도중의 ‘외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수강생이 많은 강의일수록 심하다. 스마트폰 사용자 소병민씨(대학 4년·26)는 “학생 수가 많아 교수님의 통제력이 약한 강의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SNS를 이용하거나 동영상을 보며 딴 짓하는 학생이 많다”면서 “일종의 부작용 같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재계와 학계에서 컴퓨터의 영역을 상당 부분 대체할 ‘무언가’에 대한 예측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스마트폰이 그 ‘무언가’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등 IT 기술로 인해 일어난 삶의 변화는 예측됐다는 의미다. 민 교수는 “스마트폰만 봐도 카메라나 MP3는 물론 다른 전자기기까지 통합했지만 사용 방식은 기존의 것보다 편해졌다”면서 “간소함과 편리함을 갖춘 기기의 개발·발전으로 또 다른 삶의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