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우리동네선 나도 라디오스타”

FM분당 ‘폴리스 리’ 마포FM ‘랄랄라 아줌마’ 등 소출력방송 DJ 인기

마포FM에서 박정윤씨가 ‘랄랄라 아줌마’ 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아줌마들의 수다를 들을 수 있는 프로로 인기가 높다.

안녕하세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일일 DJ를 맡은 영원한 ‘옵빠’ 진입니다. 어느덧 자정을 넘어서 새벽인데요,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제가 느닷없이 찾아온 이유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스타 DJ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도 많은 분이 소출력 라디오를 모르실 텐데요. 우선 음악부터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1979년에 발표된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곡입니다. (음악)

이 노래가 나온 지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라디오는 살아있네요. 몇 년 전 개인 라디오 방송이 유행한 적이 있어요. ‘윈앰프’라는 프로그램과 마이크가 달려 있는 헤드셋, 그리고 mp3 음악 파일만 있으면 누구나 DJ가 될 수 있었습니다. 땀을 흘려가면서 프로그램과 장비를 세팅한 후 방송을 시작했을 때 처음 날렸던 멘트에 ‘닭살’이 돋았던 생각이 납니다. 제 목소리가 그렇게 이상한지 처음 알았거든요. “설마 누가 방송을 듣겠어!” 하는데, 게시판에 ‘음악이 좋다’라는 글이라도 올라오면, 정말 DJ가 된 것 마냥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라디오 DJ가 된다는 것은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인기가 있는 라디오 DJ는 정선희, 컬투, 윤종신, 이현우, 윤도현, 컬투, 배칠수, 배철수 등을 꼽죠. 그런데 지역주민에게 이들보다 더 인기를 끄는 일반인 DJ가 바로 소출력 라디오 방송 DJ입니다. 소출력 라디오는 지방 소도시나 대도시 지자체를 방송 권역으로 삼는 비영리 방송입니다. 1W의 출력으로 방송국을 중심으로 반경 5㎞ 지역에 프로그램을 송출하기 때문에 청취자는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직장인부터 주부·학생까지 다양

소출력 라디오는 2005년 가을부터 경기 FM분당(www.fmnara.com, 90.7㎒), 서울 마포FM(www.mapofm.net, 100.7㎒), 서울 관악공동체라디오(www.radiogfm.net, 100.3㎒), 대구 영주FM방송(yfm.co.kr, 89.1㎒), 대구 성서공동체FM(www.scnfm. or.kr, 89.1㎒), 나주방송(www.najufm.com, 96.1㎒), 광주시민방송(www.icbn.or.kr, 88.9㎒), 공주 금강FM(104.9㎒) 등 8곳에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소출력 라디오 DJ는 직장인부터 전업주부 그리고 학생 등 각양각색의 지역주민이 참여합니다. 소출력 라디오 DJ가 하는 일은 일반 라디오 DJ와 똑같습니다. 사연도 소개하고, 음악도 틀어주고. 다만 예방접종, 공사 예정 등 지역의 소식이 소출력 라디오에서는 가장 중요하다는 게 차이점이죠. 자, 그럼 오늘 소출력 라디오 스타 DJ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그룹 폴리스가 1983년 발표한 ‘Every Breath You Take’라는 곡부터 듣겠습니다.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분이 전직 경찰관이거든요. 자, 음악 나갑니다.(음악)

시소아이를 진행하는 길준미씨(오른쪽).

FM분당의 ‘폴리스 리’(본명 이강환)는 전직 경찰관으로 5년 전에는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에서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에 참여한 TV스타이기도 합니다. 퇴직 후 집에 있는데, 2005년 FM분당이 생겼을 때 방송국에서 자원봉사 DJ로 일해달라고 전화가 와서 시작했답니다. 매주 수·목요일 ‘가요산책’ 방송을 하고 있는데요, 집에서만 벗는다는 선글라스가 그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본명보다 별명이 더 유명한 DJ죠. 그는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대본이 없었는데, 대단하죠. 그는 “아침에 신문을 오려서 뒷주머니에 넣고 와서 방송을 할 때 살을 붙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노하우다”라고 대답하네요. 얼마 전에는 청송교도소에서 편지가 왔데요. 무슨 잘못을 했나 싶어서 놀랐답니다. 예전부터 방송을 들었던 사람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수감된 후에 편지를 보낸 거라는 것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나요. 인기가 하도 많아서 같이 식사라도 하자고 방송국까지 찾아오는 지역주민도 꽤 된다고 합니다. 다른 음악 한 곡 보내드립니다.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입니다.(음악)

또 다른 스타 DJ는 마포FM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랄랄라 아줌마’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박정윤씨입니다. 랄랄라 아줌마는 아줌마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일과 느낌을 가지고 한판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아요. 박씨는 대학원 졸업 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자신의 꿈을 잃었는데, 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다시 꿈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격도 많이 변했다고 자랑합니다. “남편이 내 방송을 듣고 ‘당신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라며 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을 하면서 소심했던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 좋다”라고 하네요. 요즘은 개편을 앞두고 미혼인 서미란 PD와 함께 프로그램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로 고민 중입니다. 찜질방이나 집에 찾아가서 아줌마들과 수다 한판을 벌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박정윤씨는 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소출력 라디오의 단점에 대해서요. “출력이 너무 적어서 높은 건물이라도 있으면 5㎞ 내에서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 출력이 더 커져야 하고, 방송국의 운영을 위해서 어느 정도 광고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다음 곡은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바로 아이들이죠.(음악)

관악공동체라디오의 길준미씨는 매주 화요일 11시에 방송하는 ‘시소아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길준미씨는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방송을 통해서 아이들 견학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때문이죠. 길씨가 마련한 방송국 체험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밀려 있을 정도랍니다. 원래 시소아이는 친구가 운영하던 견학 프로그램 소개 인터넷 카페 이름입니다. 친구와 의기투합을 해서 방송으로 만든 것입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그녀의 방송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DJ와는 다르게 전국에 청취자가 있는 셈이죠. 라디오의 매력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래도 얼굴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자신감이 생기는 분야다”라면서 웃습니다. 마지막 라디오 스타를 진행하기 전에 들려줄 노래는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입니다. 새벽에 조금 시끄럽기는 하겠지만, 이 DJ와는 무척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그럼 달려봅시다.(음악)

음악 틀어주고 사연도 소개하고

위_성서공동체FM에서 라디오락을 진행하는 송성한군. 아래_FM분당의 폴리스 리.

대구 성서공동체FM에서 ‘라디오樂’을 진행하는 DJ는 청구중학교 3학년생인 송성한군으로 젊음을 무기로 발칙·발랄한 진행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진행자와는 달리 스튜디오에 게스트를 많이 초대하는데, 청소년 록밴드, 신문동아리, 코스프레 동아리 등 송군 또래의 청소년들을 초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송군은 원래 방송에 관심이 많았는데, DJ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신청을 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서공동체FM은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방송국입니다. 송군은 “방송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볼 수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면서 자신이 부쩍 컸다고 말하네요.

이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주민이 소출력 라디오에서 자원봉사 DJ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좀 더 쉽게 듣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방송 출력이 높아야만 하겠죠. 지역주민의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멘트를 쉽게 들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그럼 마지막 곡 띄워드리고 일일 DJ는 물러갑니다. 마지막 곡은 여행스케치의 ‘기분좋은 상상’입니다.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