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주간경향>에서 활약한 기고가들 누구?

박상기 장관, 안병옥 차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등 현정부 요직에 발탁

1998년 3월 <뉴스메이커>에 실린 박상기 연세대 법학과 교수(현재 법무부 장관)의 사진./백철 기자

<주간경향>은 매주 82페이지를 발행한다. 온전히 기자들만의 글로 지면을 모두 채울 순 없다. <주간경향>뿐만 아니라 모든 시사주간지 종사자들에게 외부 기고가들의 존재는 소중하다. 그들은 기자들이 미처 다루지 못한 이슈를 소재로 글을 보내오기도 하고, 때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연속기획물을 집필하기도 한다. 1992년 5월 <뉴스메이커>로 창간한 <주간경향>이 26년의 역사를 지나오면서 많은 외부 필진들이 <주간경향>을 채워왔다. 그동안 독자들을 위해 소중한 글을 보내준 외부 필자들의 면면을 일부나마 소개한다.

염재호 교수·조인원 교수는 대학 총장에

<주간경향>은 창간 이래로 당대 지식인들의 평론을 책의 맨 마지막에 실었다. <주간경향>의 권말을 채워준 지식인들 중에는 훗날 대학 총장까지 오른 이들도 몇 있다. 1998년 당시 권말 칼럼 필진이었던 이필상 당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훗날 고려대 총장에 올랐다. 2001년 권말 칼럼 필진이었던 염재호 당시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조인원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 둘 다 현재 각 대학에서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간경향>을 채워준 기고가들 중에는 현 문재인 정부의 일익을 담당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박상기 현 법무부 장관이다. 박 장관은 연세대 법대 교수 시절이던 1998년부터 정기적으로 <뉴스메이커>에 권말 칼럼을 기고했다. 1998년 3월 박 장관은 ‘시급한 법조개혁’이라는 칼럼에서 철저한 중앙집권체제, 전관예우 등 법조계 문제점의 원인으로 “법조인 수의 희소성을 유지하면서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법조인의 의식”을 꼽았다. 그는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700명으로 늘린 김영삼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중요한 것은 시험성적이 아니라 합격생을 올바른 법조인으로 만들 수 있는 교육제도”라고 지적했다.

박상기 장관 외에도 현정부에 재직하고 있는 <주간경향> 칼럼니스트들이 더 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2008년 2월부터 그해 11월까지 ‘환경토크’라는 제목으로 여러 환경문제에 대한 칼럼을 <주간경향>에 기고했다. 2008년 4월 그는 ‘하천은 정상적으로 흘러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막 대통령이 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대표적 치적으로 거론되던 청계천 사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시 칼럼에서 안 차관은 “물길은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일정한 규칙성과 연속성을 갖는 역동적인 생태계다. 청계천처럼 전기모터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려 다시 흘려보내는 하천은 정상적인 물길이 아니다. 그래서 청계천에는 ‘콘크리트 어항’이니 ‘길게 누운 분수’니 하는 이름까지 생겼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단락에선 “아무리 화장품을 짙게 바른다 해도 짝퉁이 진품이 될 수는 없다. 운하는 운하일 뿐”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까지 거론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주간경향>의 오랜 필자였다. 그는 2005년 11월부터 2006년 7월까지 한국의 공연문화를 다룬 칼럼을, 2009년 9월부터 그해 말까지 문화비평 성격의 칼럼을 기고했다. 탁 행정관이 2009년 9월 한국의 유흥문화를 비판했던 기고문이 훗날 와전되어 탁 행정관의 젠더의식 논쟁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

<주간경향> 외부 필진 중에는 방송활동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린 이들도 있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2002년 1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맛 기행’, ‘뒷골목 맛집 탐험’이라는 제목의 연재물을 기고했다. 훗날 황교익씨는 이때 <뉴스메이커>에서 ‘맛 칼럼니스트’란 호칭을 처음 정해줬다고 밝혔다. 본인은 한국어와 영어의 결합이라 싫어했던 이 표현이 16년 넘게 황씨를 상징하는 호칭이 됐다. 2003년 8월 황교익씨는 설탕을 국자에 넣고 녹인 ‘뽑기’에 관한 칼럼을 썼다. 칼럼에서 그는 “설탕을 국자에 녹여 만든 과자는 뽑기가 맞다. 달고나는 뽑기를 만드는 또 다른 재료의 이름”이라며 달고나가 아닌 뽑기란 명칭을 사용했다.

주간경향 과거 외부 필진이었던 이준석, 허지웅, 황교익씨/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해온 허지웅 평론가는 2012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영화평 코너인 ‘터치스크린’의 필자로 활동했다. 허 평론가가 쓴 여러 글 중 2013년 12월 영화 <변호인>에 대해 쓴 글이 단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허 평론가는 “<변호인>은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영화 외부에서 ‘일베’와 ‘열성 노무현 팬덤’이 “아무런 의미없는 소음만을 양산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정치인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해온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병 국회의원 후보도 <주간경향>의 정기 기고자였다. 이 후보는 한 주제를 놓고 청년세대와 장년세대의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 ‘2030 vs 5060’ 코너의 필진 중 하나였다. 특히 2013년 6월 이 후보는 동성결혼 문제에 대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논리가 아닌 ‘막연함’에 근거해 있다면, 역사의 필연은 동성애에 대한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보수 정치인답지 않은 시각이라는 평과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라는 평이 엇갈려 당시 인터넷에서 이 글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주간경향> 외에는 다른 매체에 기고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카데믹한 수준은 아니지만 글쓰기는 늘 좋아했고, 기회가 된다면 어떤 주제로든 기고문을 다시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초장기 필진에는 복거일·이오덕씨 등

<뉴스메이커> 시절에는 이 후보처럼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필자들의 글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보수성향의 사회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작가는 <뉴스메이커> 초창기인 1993년부터 1998년까지 꾸준히 외부 기고가로 활약했다. 당시 복 작가는 정치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글보다는 문학계 관련한 이슈에 대한 글을 주로 썼다. 1993년 1월엔 고 마광수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를 둘러싼 논란을 다뤘다. 복 작가는 “외설 작품을 쓰는 행위가 과연 범죄인가. 피해자 없는 범죄를 벌해야 하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복 작가는 “정작 신경써야 할 범죄들을 제쳐놓고, 한정된 비용으로 ‘피해자 없는 범죄’에 투자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라며 마 교수를 옹호했다.

복 작가 외에도 류철균 이화여대 전 교수(필명 이인화),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등 보수성향의 필자들이 <뉴스메이커>에 비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지 대표는 1995년 1월 기고문에서 “북한의 변화와 관계없이 군은 40만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5월 시점에서도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아동문학가이자 우리말 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이오덕 우리말연구소 대표도 한때 <주간경향>의 필진이었다. 이 대표는 1999년 6월부터 6개월간 ‘우리말 바른말’ 코너를 연재했다. 이 코너에서 이 대표는 신문기사를 예로 들며, 우리말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1999년 6월 ‘잘못 쓰는 농사 말’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 대표는 신문기사에서 한자어 표현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운기 이용 고구마 수확’이라는 기사 제목은 ‘경운기로 고구마 캐기’로, ‘사과 선별작업’은 ‘사과 가려나누기’로 고쳐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