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김수영 문학관의 살림꾼 김은씨 “사회를 보고 가슴 아파했던 시인”

시인 김수영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됐다. 김수영 50주기를 맞아 유독 바쁜 사람이 있다. 김수영 시인의 조카이자 김수영 문학관의 살림꾼 김은씨(53)다. 김씨는 지난 2013년 문학관 개관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주인공이다. 행사를 준비하고 명사 섭외, 기획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김씨는 “원래는 수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어요. 어느 날 고모(고 김수영 시인의 여동생)가 평생 모았던 김수영 시인의 유품을 문학관에 기증하면서 가족 중 한 명이 유품을 지켜봤으면 하셨지요. 그래서 제가 문학관에 남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세 살이 되던 해에 큰아버지인 김수영은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떠났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없지만 할머니 품에서 자라면서 내내 김수영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그가 할머니와 엄마로부터 전해들은 김수영 시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거짓말을 정말 싫어했다는 얘길 많이 들었죠. 확실한 건 성격이 포근하고 온화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김수영 시인은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과만 말을 섞었다. 종종 건방지다는 오해도 샀다. 하지만 김씨는 김수영의 속내는 따뜻했을 거라고 믿는다. “김수영이 1954년에 쓴 시 가운데 ‘나의 가족’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포로수용소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집에서 식구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서 느꼈던 묘한 감정을 표현한 시죠.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각별해요. 제 가족이 나오는 시라서 그렇기도 하고.”

김씨는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사는 문인은 아니지만 김수영 문학관을 꾸려나가는 일도 글쓰는 일과 많이 닮았다. 글을 만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이 문학관을 둘러보고 내실을 기해 잘 꾸몄다고 칭찬할 때마다 힘이 솟는다. 입소문이 나면서 한 해 1만7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문학관을 찾는다.

인문학 강의와 시 낭송 대회, 김수영 청소년 문학상 등 평소에도 많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지만, 올해는 김수영 50주기를 맞아 특별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먼저 소설가 황석영씨를 모시고 명사 초청 특강을 가질 계획이다. ‘나와 김수영’이라는 주제로 시인 이성복과 함민복 등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들의 강연도 열린다.

주목! 이 사람

김씨는 누구보다 힘든 현실에 고통스러워 하는 젊은이들이 김수영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씨는 “사회를 보고 가슴 아파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 나보다 더 전에 똑같이 가슴 아파했던 김수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젊은이들이 알고 위안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만약 김수영이 요 몇 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그 시절의 김수영이라면 크게 분개하고 분노했을 거예요. 거듭 일갈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솔직하고 올바른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인 채로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죠.”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