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설계]‘혈뇨’ 무시하다가 큰코 다친다

20대 젊은 여성인 박모 환자가 “방광염인 것 같은데요, 약 처방 좀 주세요”라며 내원했다. 그 환자는 “이전에도 한두 번 소변에서 피가 나온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그냥 괜찮아지더니, 이번에는 소변에서 피가 나오면서 소변 볼 때 엄청 아프네요! 성관계를 한 지는 일주일 전이구요”라고 말했다.

환자에게 요 현미경 검사만 하였는데도 검사결과가 나온 후 다시 진료실로 부르니 들어서자마자 짜증을 낸다. 별것도 아닌 병에 그냥 약이나 주면 될 것이지 왜 검사를 하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성이 개방되어 혼전관계가 공공연한 요즈음 젊은 여성들도 성생활에 당당한 성의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성관계 후 혈뇨 정도는 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안일함이 자칫 심각한 질환의 진단을 놓치고 적절한 치료 없이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어떤 증상보다도 긴장하는 것 중 하나가 소변에 피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박모 환자의 경우는 혈뇨와 더불어 심한 농뇨도 동반된 요감염의 상태라 항생제 치료가 필요했다. 진행되면 신우신염으로 진행할 수도 있음을 설명하였다. 연령대에 따라 혈뇨의 원인에 있어 우선 의심순위가 달라지겠지만, 젊은 여성의 방광염과 혈뇨는 질염, 성감염과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하기에 특히 주의를 요한다고 당부했다.

일시적으로 혈뇨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지속적인 경우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사구체 질환, 신혈관질환, 선천성기형, 외상, 종양, 요로결석, 방광염, 요도염, 결핵 같은 감염, 출혈성 질환 등이 원인이고 그 밖에도 약물, 과도한 운동 등에서도 혈뇨가 나타날 수 있다. 40대 이상의 성인에서 혈뇨가 있다면, 반드시 철저한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상 이상 소견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수적이다. 무통성 혈뇨가 생기면 일단은 신장암이나 방광암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 비대증이나 그에 대한 합병증도 고려의 대상이다.

건강설계

혈뇨가 보이면 즉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혈뇨가 한두 달 전에 있었다거나 1~2년 전에 있었다 해도 필요하면 요세포검사, 비뇨기초음파, 방광요도내시경 등 전문적인 검사를 받도록 한다. 확률은 낮더라도 암의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글·김경희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