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와 직장인 가르는 분열의 보육정책

‘맞춤형 보육’ 7월 시행… 전업주부는 6시간만 가능

오는 7월부터 어린이집 ‘맞춤형 보육’이 시행된다. 0~2세 영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길 때 맞벌이 가구는 지금까지처럼 12시간 종일반에 보낼 수 있게 한 반면, 홑벌이 가구는 새로 생기는 맞춤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전업주부 가정의 아동은 6시간 동안만 무상보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보육수요가 더 큰 맞벌이 가구에 맞춰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달리하겠다는 취지의 정책이지만 되레 홑벌이 가구의 아동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맞춤형 보육의 핵심은 맞벌이와 홑벌이 가구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시간 차등 적용이다. 기존에는 홑벌이 가구에서도 자녀 수가 2명 이상이면 12시간 종일반 비용을 정부가 지원했다. 하지만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홑벌이 가구에서는 자녀가 3명 이상일 때만 종일반에 보낼 수 있고, 2명 이하일 때는 기존 보육지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동안 운영하는 맞춤반 서비스와 긴급한 일이 있을 때 아동을 맡길 수 있는 긴급보육바우처로 월 15시간을 이용할 수 있어 하루 평균 7시간까지 무상보육을 지원받게 된다. 액수로 따지면 12시간 종일반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의 80% 수준만 지원받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교실로 인솔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주부들 “시간 줄면 집은 난장판 될 것”
맞벌이 가구나 3자녀 이상의 다자녀 가구, 한부모 가정 등에서는 이전처럼 어린이집 종일반에 보낼 수 있다. 저소득층 가구나 임신이나 질병 등의 사유가 생겨도 종일제를 적용받는다. 맞벌이 가구와 홑벌이 가구에서 육아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이 차이나는 만큼 정책 취지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맞벌이와 홑벌이 가구, 그리고 어린이집 모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북 김제시에 사는 전업주부 황모씨(31)는 10개월 전 둘째를 낳았다. 황씨는 둘째를 낳기 전까지 전주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다 출산 때가 다가오면서 일을 그만뒀다. 둘째아이가 첫돌이 다 되어가면서 일자리를 알아보던 황씨는 전주와는 달리 도시의 규모가 작아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황씨는 “일자리를 못 잡는 것도 문제인데, 전업주부라서 어린이집 보내는 것도 밀릴까봐 걱정된다”며 “(자녀가) 연년생이라 아직 손 가는 일도 많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첫째를 어린이집에서 돌봐주는 시간까지 줄면 집은 더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처럼 현재는 전업주부지만 구직활동을 시작하면 맞벌이 가구와 동일하게 종일반 지원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 문제다. 학부모가 구직·취업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받으려면 구직급여를 받고 있거나, 정부 지원 직업훈련시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임신과 출산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일용직이나 프리랜서, 또는 무급으로 가족의 일을 돕고 있어 증빙서류 제출이 어려울 경우에도 자신이 직접 근로형태, 고용기간 및 종일반 필요사유 등을 작성해 지자체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받아야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홑벌이 가구가 비교적 육아에 필요한 시간 면에서 여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전업주부들도 어린이집이 홑벌이 가구 자녀를 꺼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걱정을 거두지 못했다. 일선 어린이집에서 정부의 보육 지원금 수준이 낮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원금 액수가 적은 홑벌이 가구 자녀를 기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전업주부 강하은씨(33)는 “애초에 처음부터 기본 이용시간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맞춘 뒤 맞벌이 가정에 추가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시작했으면 전업주부들만 이용에 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없었을 텐데 아쉽다”면서 “괜히 이번 논란 때문에 전업주부는 애도 안 보고 놀기만 한다며 애먼 소리를 듣게 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도 지원금 액수 줄어들어 불만
맞벌이 가구의 학부모들도 어린이집 이용시간에 차등을 두는 것이 현재 체감하는 보육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집들이 종일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비교적 아이들을 늦게 데려갈 수밖에 없는 맞벌이 가구에 일찍 데려가라는 심사를 내비쳐 왔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기선씨(33)는 “명목상으로는 12시간 종일반이지만 실제 아이를 맡기는 시간은 8시간 내외인데도 어쩌다 퇴근이 늦어져 어린이집에 늦게 가면 미안해 눈치가 보인다”며 “전업주부 아이들만 빨리 하원시키고 맞벌이집 애들만 더 오래 남아 있게 되는 것도 괜히 전업주부와 일하는 엄마 사이에 갈등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불만은 크다. 종일반 아동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보다 20%가량 정부 지원금 액수가 적은 맞춤반 아동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종일반과 맞춤반의 비율이 각각 80%와 20%가 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5월 말까지 종일반으로 확정 통보한 비율이 43%에 불과해 어린이집의 보육료 지원액은 큰 폭으로 줄어들 공산이 크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줄이는 건 그 돈으로 먹고사는 우리 어린이집 종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서비스의 양과 질 모두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부모 모두에게도 부담이 커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간에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지탱돼 온 보육체계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실화되지 않은 보육비용의 부담이 일차적으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저임금과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0세아 표준 보육비용은 100만6800원이지만 올해 7월부터 적용되는 0세아 종일반 보육료는 82만5000원으로 18% 적은 금액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 정책위 부의장은 “종전과 똑같이 운영을 하면서 지원액이 줄어드는 것은 실제로 일을 하는 보육교사의 임금이 삭감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의 당초 취지를 살리고 내실화를 기한다는 방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2014년 기준 맞벌이와 홑벌이 가구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맞벌이 8시간15분, 홑벌이 6시간42분으로 약 1시간30분 정도 차이가 났다. 모든 아동에게 12시간 종일반을 적용하면 어린이집에선 이용시간이 짧은 아동을 더 선호하고, 가정에서는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어린이집에 보내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당시 종일반 이용률을 보면 90%가 넘어 맞춤형 보육이라는 정책의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오후 3~4시쯤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