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뉨, 여기 국밥 두 게이 주쉐요.” 한 사진을 본 누리꾼 반응이다. 3월 초,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뭔가 이상한 한국어 교재’라는 제목의 사진이 유포되었다.
사진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쓰는 한국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불고기(bulgogi), 김밥(kimbap), 떡볶이(tteokpokki) 등은 별 무리 없어 보인다. 그런데 수량(Quantity)이 문제다.
하나랑(hana rang)은 “한 개랑”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두 개, 세 개, 네 개… 등으로 나가는 숫자의 영어 발음이 이렇게 표기되어 있다. do gay, say gay, nay gay…. 두 게이? 세이 게이?
누리꾼이 이 영문표기에 주목한 것은 발음에 섞인 동성애코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누리꾼 반응을 보면 이 코너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동성애 포르노 스타 빌리 헤링턴(875호 ‘언더그라운드.넷’ 코너 참조) 사진이나 각종 동성애 관련 농담을 올려놓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뭔가 장난이 들어간 것 아닌가도 싶다.
정말 저 교재는 실존하는 걸까. 약간의 단서를 바탕으로 찾아봤다. 드러난 사실. 한국어 교재가 아니라 ‘한국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에 실린 정보’였다.
잡지 이름은 대구콤파스. 사진은 올해 3월호 63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이라는 것을 이 잡지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PDF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잡지의 성격은 독특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지역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잡지다. 매달 약 7000~8000부를 찍어 대구·경북을 위주로 부산까지 배포되는 무료 잡지다.
3월 7일, 이 잡지의 한국어 콘텐츠를 담당하는 편집장 이유리씨(32)와 연락이 닿았다. 정말 ‘게이 코드 농담’을 섞기 위해 저렇게 표기한 걸까. “장난으로 한 것 아닙니다. 영어로 된 기사는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신이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것을 참고해서 직접 쓴 것인데, 대구지방 발음이 세서 알아듣기 힘들거든요.”
이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를테면 ‘CGV’는 영어로 된 고유명사지만 막상 외국인들이 택시에 타서 CGV에 가자고 하면 기사들이 끝의 V발음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 CGV를 표기할 때 일부러 ‘CGB’로 발음하라고 소개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덧붙였다.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글로 표현해서 옳고 그른 것보다는 말로 흉내내기에 가까운 것을 찾다보니 gay를 쓰게 된 것입니다.”
원래 몇 ‘개’라고 할 때 영문표기를 하면 ‘gae’가 맞겠지만, 실제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는 힘들어 더 알아듣기 힘들게 나올 수도 있어 gay로 표기했다는 설명이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한 이야기다.
논란과 상관없이 지역에서 의사소통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 그런 잡지를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무가지로 배포하는 만큼 잡지가 유지되려면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많은 도움을 줬으면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