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 사람]“검찰의 막강한 권한 분산·감시 시스템 필요”

검찰 개혁 토크 콘서트 연 김인회 인하대 교수

한명숙 무죄, 김상곤 무죄, 정연주 무죄, 김종익 무죄(정봉주 유죄)…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제네시스 검사도 있었다)….

지난 12월 7일 저녁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나온 키워드들이다. 8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된 이 행사의 공식 이름은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출간 기념, 검찰 개혁을 위한 토크 콘서트-더(The) 위대한 검찰’이다.

콘서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전체 3시간 가운데 노래 공연은 막간에 배정된 10분뿐이었다. 나머지는 검찰 개혁이라는 재미없는 내용을 놓고 벌인 주제 토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관객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호응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회로 진행된 1부에서는 앞에 열거한 인사들이 출연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부인 정희정씨와 YTN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여온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특별 게스트로 참여했다. 2부는 조국 서울대 교수가 사회를 맡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인회 인하대 교수, 김선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과 검찰 개혁의 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검찰 개혁은 최근 요동치는 정국의 또 하나 큼직한 화두라고 할 만하다. 이날 토크 콘서트의 열기가 잘 말해준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의 공동 저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토크 콘서트 다음날인 지난 12월 8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검찰을 주제로 문재인 이사장과 책을 공동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이명박 정부 들어 계속되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 그에 따른 무리한 수사와 기소, 이어지는 무죄 사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서 검찰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여러 부분에서 형성됐는데,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차에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검찰 개혁에 대한 용역 과제를 수행하면서 문 이사장을 인터뷰하고 글감도 충분하게 마련됐습니다. 이걸 모아서 좀 더 풍부한 형태로, 좀 더 쉽게 대중적으로 글을 써보자고 해서 문 이사장과 함께 정리를 하게 된 것이죠.”

김 교수는 문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판·검사 임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변호사의 길을 택한 전력이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법조 일원화를 주장하는 등 사법 개혁에 관심을 가졌고, 민변에서 활동하며 수석사무차장까지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사법개혁위원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등에서 사법 개혁 작업에 깊이 관여했고, 시민사회비서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왜 검찰이 문제라고 생각합니까.
“검찰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경우, 또 재판까지 가는 경우 유·무죄에 관계없이 한 개인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고 기업이나 조직을 공중분해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것이죠. 이런 검찰이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는데, 그건 두 가지 측면에서입니다. 하나는 정치검찰 논란, 다른 하나는 부패검찰 논란입니다.”

김 교수는 수사해야 할 사건은 수사를 안 하고, 수사를 하지 않거나 자제해야 할 사건은 수사를 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는 게 정치검찰의 특징이라고 규정했다.
“대규모 권력형 비리사건이라든가 현재의 권력과 문제가 되는 정경유착·부정부패 사건은 수사를 해야 할 사건인데 대체적으로 수사가 흐지부지되거나 몸통을 밝혀내지 못하는 결과에 이릅니다. 특별검사제나 국정조사 얘기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까닭도 결국은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할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죠.”

수사하지 말아야 할 사건은 어떤 것입니까.
“어제 (토크 콘서트에) 나왔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정연주 전 KBS 사장,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 사건을 비롯해 미네르바 사건, MBC PD수첩 사건 등이 그런 경우죠. 정권의 반대편에 선 사람에 대한 정치적 보복 또는 탄압의 소지가 있거나 국가의 기초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표현의 자유를 건드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수사가 절제되어야 하고 또 그 과정에서 위법성이 끊임없이 스스로 검토되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걸러지지 않는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죠.”

두 번째 큰 문제인 부패검찰 논란에 대해 김 교수는 “검찰 전체가 부패했다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일부라도 부패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 수준이 부장검사나 그 윗선이 아니라 평검사까지 내려와 있다는 것은 조직 전체가 위험한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죠. 정치적 사건이나 중요 사건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건까지도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더구나 그랜저 검사, 제네시스 검사, 벤츠 검사, 이런 식으로 계속 발전이 되고 있고, 떡값 검사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이 안 되는 상태이지 않습니까.”

정치검찰이나 부패검찰이 문제가 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검찰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 권한을 아무도 견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부 감찰 기능을 통해 통제하는 기능도 안 되고 외부에서 조직적으로 견제하는 장치도 없는 것이죠.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 및 감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재의 검찰을 분석한 결과 얻은 결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둘 다 가진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재판, 형의 집행, 법무행정 등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다 갖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수사와 기소를 같은 사람이 하니까 수사 과정에서 가졌던 심증이나 확신이 기소 과정에서 전혀 비판적으로 검토가 되지 않는 거죠. 그런데 재판에 가면 변호사가 붙고 판사가 결론을 내리잖아요. 무죄가 나오면 뭐합니까. 한 전 총리는 700일 동안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 기간 중 아무 것도 할 수 없잖습니까.”

검찰이 세계적인 흐름을 외면하고 수사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까닭이 뭐겠습니까.
“권한을 가지고 있는 쪽에서 쉽게 권한을 내놓기는 어렵습니다. 개혁에 대한 저항, 조직 이기주의, 관료주의의 병폐 등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그런 것이죠. 그 뿌리에는 수사와 기소, 재판 관여, 법무행정 등 이 모든 걸 다 검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엘리트 의식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경찰에 대해 우위를 유지해야 하고 법원의 재판 진행도 끊임없이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죠.”

수사권이 경찰에 넘어가면 막강해진 경찰의 권한이 남용될 소지도 있지 않겠습니까.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경찰도 문제점이 많죠. 경찰의 문제점도 반드시 해결하고 개혁돼야 할 사안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걸 검찰만이 할 수 있는 것 또한 절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나온 얘기지만 경찰에 수사권을 줄 때, 물론 그것도 전부가 아닌 민생치안 범죄에 국한하는 것이지만, 반드시 패키지로 따라가는 게 자치경찰제였습니다. 자치경찰제를 통해 경찰의 권한을 분산 내지 견제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참여한다든가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수사의 위법 등에 관여하는 기능이나 제도도 가능한 것입니다.”

김 교수는 수사권에 대한 법원의 견제 기능을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했다. 1995년 영장 발부 건수는 약 15만건이었다. 이 수치는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 3만2000건 정도로 떨어졌다. 현재 영장은 검사가 신청하도록 되어 있다. 경찰이 신청할 때는 검사를 통해야 한다. 이는 영장이 신청되면 그대로 발부되던 때에 만들어진 제도다.

“지금은 법원에서 영장을 굉장히 꼼꼼히 봅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중간에 굳이 검토를 안 해도 법원 단계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법원의 영장 심사가 꼼꼼해지면 꼼꼼해질수록 경찰이 신청하든 검사가 신청하든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거죠.”

참여정부 시절 추진한 검찰 개혁의 성과와 좌절 가운데 먼저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참여정부의 기본 입장은 너무 정권 중심적이고 자기 기득권에 매몰돼 있는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권한을 축소·분산하고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혁을 시도한 것이죠. 청와대-검찰청 간에 핫라인을 끊고 경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검사동일체 원칙을 삭제한 것 등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한 개혁 성과였고요. 그래서 최근 사표를 낸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의 인터뷰에서도 나왔습니다만 참여정부 때는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잘 보장됐던 겁니다.”

검찰의 권한 분산과 관련해서는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등을 통해 법원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중요 사건에서 심리가 충실히 이루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게 김 교수의 말이다. 즉 검사가 만든 서류에서 해방돼 판사 앞에서 말로 다투는 재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나 정 전 사장 등이 무죄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시도한 것이 좌절돼서 특히 아쉬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탈검찰화, 이런 거죠. 공수처 문제는 공직부패수사처 안으로 낸 정부 입법안이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대 등으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고요. 검·경 수사권 조정은 사실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다 합의가 됐는데 중요한 미합의 사항 때문에 불발돼 굉장히 아쉽습니다. 법무부의 문민화, 비검찰화는 인력 풀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나마 정권이 바뀌면서 과거로 되돌아가버린 것이죠.”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고위공직자 비리를 다루는 상설기구 설치, 법무행정의 검찰로부터의 독립, 이 세 가지는 김 교수와 공저자인 문 이사장이 검찰 개혁 방향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전날 토크 콘서트에서도 이 세 가지 개혁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공수처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생각했습니다. 참여정부의 중요한 국정 과제 중의 하나가 부정부패 추방이었고 그것 없이 국정 운영 자체가 힘들 거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검찰이 이를 담당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게 이미 증명이 됐고, 특검과 같은 다른 방식도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났잖습니까.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설조직으로 공수처를 생각한 것이고요. 이번에 드러난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또 그 중간에 제네시스 검사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 독립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는 거죠. 검찰 입장에서도 좋지 않습니까. 자기네가 수사하면 아무도 안 믿어주잖아요.”

참여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는데도 (검찰 개혁이) 안 됐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공수처와 관련해서는 18대 국회에서 판·검사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수사청 얘기가 나왔지 않습니까. 그 필요성이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죠. 조만간 다시 공론화가 돼서 추진되리라고 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양 기관의 강경론이 문제인데, 이는 조정을 할 만한 책임 있는 집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과제인 법무부의 비검찰화는 인사권자의 의지가 특히 중요할 텐데, 결국 누가 정권을 잡느냐는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검찰 개혁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입니까.
“맞습니다. 일단 민주개혁정부를 만드는 게 급선무겠죠. 그와 관련한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겠고, 그 다음에는 검찰 개혁 문제를 대중적으로 공론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동호가 만난 사람

김 교수는 검찰 개혁이 검찰 스스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벗어나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라는 얘기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