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새토깽 어맹뿌’께서 비문으로 방명록을 남긴 까닭

“기자님께서 화제를 만들려고 하시는 건 아닙니까.”
이길호 청와대 온라인 대변인은 반문했다. ‘새토깽 어맹뿌’에 대해 들어봤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기자가 지어낸 거 아니다. 포털 구글에서 검색하면 트위터와 블로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새토깽 어맹뿌’를 언급한 글 1930건이 나온다. ‘새토깽 어맹뿌’는 지난 6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제56회 현충일 추념식이 끝난 뒤 서울 현충원에 있는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을 찾아 방명록에 남긴 글에서 나왔다. ‘대통령 이명박’을 나름대로 일필휘지로 쓴다는 게 누리꾼 눈에는 ‘새토깽 어맹뿌’로 보이나보다. 정말 그렇게 보이는지는 각자 보고 판단하시길.

지난 6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국립현충원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 방명록에 남긴 글. | MBC 출처

그런데 누리꾼은 과거의 어떤 사건을 떠올리는 것 같다. 바로 이거다.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이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모든 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겼던 것을 기억하시는지(‘ ’친 부분은 철자가 틀렸다). 공교롭게도 그 글도 2007년 6월 6일 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글이었다. 당시 소설가 이외수씨는 빨간 펜으로 직접 ‘첨삭지도’를 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적이 있다.

이번 ‘새토깽…’에서 구설에 오른 부분은 네 군데다. 먼저 전문을 보자.
“최후의 한구까지 을때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 합시다.” ‘~까지 ~까지’가 되풀이되는 비문이다. ‘ 을때’는 ‘찾을 때’라고 써야 맞다. ‘한구까지’도 ‘한 구까지’라고 띄어써야 한다. ‘우리는 ~ 다 합시다’도 어색한 문장이다. 총정리해 고쳐보면 대충 이런 뜻이다. “최후의 한 구를 찾을 때까지 우리 최선을 다 합시다”다. 누리꾼 의견을 보면 동정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예전에 국어를 공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맞춤법을 틀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국문학 전공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익명을 요청한 모 대학 국어국문과 교수의 의견은 신랄했다. 그는 “사실 대통령이 비문의 글을 남겼다는 것까지 시비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도 “일국의 대통령이 자기 나라 말의 맞춤법, 띄어쓰기도 제대로 못하면서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창피한 일이지만, 문장에 나타난 내면 심리를 분석하면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까지”를 두 번이나 되풀이한 걸 보면 목적지향적 사고방식이 머릿속에 배어 있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그러니까 4대강에서 사람이 죽건 말건, 속도전을 해서 완성만 하면 된다는 그런 심리가 문장에도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이건 그 국문과 교수의 견해이니 그런 관점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자.

앞에 인용한 이길호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어법과 문법에서 틀렸다는 것은 맞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발굴단 사람들과 이야기하던 내용을 그대로 쓴 것 같아요. 사전에 문구를 정해서 썼으면 틀리지 않았을텐데…. 이 정도면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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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게 따져서 뭐하랴. 그분의 ‘습관’이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은데.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