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촛불집회 이끄는 힘, 여성전사들

여중생·유모차 부대, 시위 이미지 바꾸며 평화집회 상징으로

지난 6일 다음카페 ‘유모차부대’ 회원들이 서울 덕수궁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세구 기자>

이번 촛불집회의 특징은 단연 우먼 파워다. 여중생과 유모차 부대로 상징되는 촛불집회는 과거 시위 이미지를 180도 바꿨고 평화집회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촛불을 이어갔을 뿐 아니라 시위 현장에 유모차를 끌고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이강실 전국여성연대 공동대표는 1959년 11월 8일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여고를 졸업했고, 전북대 교육학과, 한신대 대학원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샌프란시스코신학교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공동대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 이강실 대표는 주로 통일운동에 매진해왔다.

이 대표는 “지금의 촛불집회를 이끄는 힘은 여성에게서 나온다”면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 정부에 “말로만 실용주의라고 하는데, 국민의 말을 제대로 듣는 것이 진정한 실용주의”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소울드레서 박지원씨 광고운동
‘대표’라는 직함보다 ‘목사’라는 직함을 더 좋아하는 그는 현재 전주 고백교회에서 부목사로 목회활동도 하고 있다. 고백교회의 목사는 남편 한상렬 목사다.

이번 촛불정국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일명 ‘고대녀’로 불리는 김지윤씨다. 그는 1984년 9월 17일 경남 마산 출생으로 마산제일여고를 졸업한 후, 고려대 사회학과(03학번)에 입학했다. 2006년 이른바 ‘교수 감금’ 사건으로 고려대에서 출교 조치를 당했다. 이에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 판결에 따라 2008년 고려대에 복학했다.

출교 조치당할 때 이미 언론에 알려졌던 김지윤씨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불거지자 언론과 네티즌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대화, ‘100분 토론’ 등에서 진가를 발휘한 김씨는 현재 2008년 5월 설립한 광우병대학생대책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씨는 “광우병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단순히 먹지 말자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공포가 점점 현실로 다가왔고,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본 후 감동을 받아 촛불집회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민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짓밟으려 하지 말 것이며, 국민을 상대로 이기려고 하지 말라”고 현 정부를 질타했다.

다음카페 소울드레서의 ‘시지프’로 통하는 박지원씨는 인터넷뿐 아니라 광고 운동에서도 맹활약했다. 1985년 12월 12일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고를 졸업, ㅊ대학 문예창작학과(05학번)에 재학 중이다. 패션 자료를 주고받는 인터넷 다음카페 소울드레서(http://cafe. daum.net/souldresser)의 회원인 그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페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시위를 하자’는 취지를 남겼다. 여기에 동참 의사를 밝힌 사람이 무척 많았던 데 힘입어 본격적으로 촛불집회에 나섰다.

이후 소울드레서는 경향신문, 한겨례 등에 미국산 쇠고기 반대 광고 등을 싣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문화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또 “촛불집회의 배후 운운하는 이명박 정부는 가장 먼저 색깔론부터 버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촛불집회의 백미이자 시위의 세계 토픽감은 단연 유모차 시위대였다. 유모차 시위대는 평화집회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경찰이 어린아이가 있는 유모차에 소화기를 뿌리는 장면은 많은 국민에게 공분을 일으켰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 이강실, 김지윤, 박지원, 심문희, 이정주, 권현숙, 임미경. <정지윤 기자>

유모차 부대를 이끈 임미경(지구인)씨는 1967년 9월 5일 충북 출신으로 남편과 딸(8), 24개월, 7개월 된 아들(둘 다 입양)과 함께 현재 충남 아산에서 사는 전업주부다. 그는 “아이들 키우는 데 여념이 없다가 광우병의 심각성과 이명박 정부의 졸속 협상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면서 “무엇보다 내 아이가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끔찍했다”고 말했다. 5월 30일, 엄마들끼리 모여 인터넷 다음에 ‘유모차 부대’란 카페를 개설했고, 그 다음 날(5월 31일) 바로 오프라인으로 나와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그는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꼼수를 부리지 말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지역에서 장터 시위를 주도한 권현숙 고양여성회 회장도 이번 촛불시위의 주역급이다. 1972년 서울 출신으로 인천 숭덕여고와 명지대 일문학과를 졸업했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방과후 교실 ‘반디교실’ 공동설립자이기도 한 권 회장은 현재 남편과 5살 아들과 함께 경기 고양시에 살고 있다. 권 회장은 촛불집회는 물론, 아파트 알뜰장이나 대형 마트 등을 찾아 ‘장터 시위’ 등을 전개하며 지역 활동에 주력해왔다고 한다. 그는 “아이 가진 엄마라면 당연히 광우병의 위험성에 매우 놀랐을 것”이라면서 “온라인이 활발히 움직인 것과 달리 지역활동은 미비했던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구실로 국민의 요구를 묵살하거나 어물쩍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면서 “정부의 미온적이고 비굴한 모습을 기억하는 한 우리 국민은 끝까지, 다양한 형태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몰아붙였다.

권현숙 고양여성회장 장터시위
광우병의 실체를 알리는 활동을 한 이정주 한국생협연합회 회장도 이번 촛불정국의 주역이다. 1962년 서울 출신으로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했고, 서강대 언론대학원 미디어교육을 전공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회장과 생협은 전국 64개 지역 생협에서 모두 지역 단위로 광우병에 대해 홍보활동을 전개해왔다. 이 회장은 “밥상에서 세상을 배운 엄마들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깨달았다”면서 “기필코 재협상을 이루어내 주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편과 두 딸(고2, 중3)이 있다. 이 회장은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심문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사무총장 역시 이번 촛불시위에서 역량을 과시한 우먼 파워다. 1968년 전남 함평 출신으로 광주 사레지오여고, 전남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구례군 농민회 간사를 시작으로 전여농 전남연합 선전부장, 전여농 전남연합 사무국장, 민주평통자문회의 위원, 전여농 정책위원장 등 농민운동에만 매진해왔다. 심 사무총장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농민이 빠질 수 없다”면서 “여학생들이 켠 촛불을 우리 농민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적극 동참했다”고 말했다. 심 사무총장은 “촛불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으며 운동권으로서 미처 몰랐던 부분을 깨우치게 했다”고 평가했다. 또 “자기가 가진 최소한의 힘을 보태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남 구례에서 친정어머니, 남편, 딸 셋(고1, 초6, 초4)과 함께 살고 있다.

심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에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고, 심지어 분위기 파악조차 못하는 것 같다”면서 “국민을 돌보지 않고 계속 독불장군처럼 나간다면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하는 첫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